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소설을 오버랩하면 더욱 뭉클한 ‘노트르담 드 파리’

20주년 기념 제작 버전이라고 하기엔 무리 있어

‘프랑스 국민 뮤지컬’로 통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공연 버전으로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005년 한국에 첫 발을 디딘 후 15년 동안 꾸준히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번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공연은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버전이다.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다. 주교 프롤로의 지시로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 한 장본인이 바로 콰지모도이기 때문. 이런 납치범 콰지모도가 갈증으로 신음할 때 그에게 물을 주려고 한 이는 콰지모도에게 납치당할 뻔한 에스메랄다. 프롤로와 페뷔스가 반할 만큼 에스메랄다의 외모가 출중한 것도 있지만, 그녀의 착한 마음씨도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연모하게 만든 동기로 작용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엇갈리는 사랑을 담고 있다. 주인공 콰지모도는 집시 에스메랄다를 연모하지만 에스메랄다가 바라보는 콰지모도에 대한 감정은 우정일 따름이다. 에스메랄다는 근위대장 페뷔스를 사랑하지만 페뷔스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 프롤로는 신만 사랑해야 하지만 에스메랄다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반하고 만다.      


하나같이 엇갈린 사랑의 연속이다. 관객은 사랑이 이뤄지는 설정도 사랑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사랑은 후자에 속한 사랑.      


훗날 “남자의 유골은 여자의 유골을 꼭 껴안고 있었다. 떼어내려 하자 유골은 먼지가 되어 버렸다”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에 있는 마지막 문장을 상기하면 콰지모도가 부르는 뮤지컬의 클라이맥스 넘버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가 더욱 뭉클하게 다가올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디테일’이 숨겨져 있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클로팽이 노래하는 ‘기적의 궁전’이 암전할 때 클로팽이 서 있는 철근 아래에는 안무가가 좌우 한 명씩 매달리며 올라간다.      


이들이 철근을 잡는 손은 두 손도 아니고 한 손으로만 매달리며 올라가는 장관을 연출한다. 에스메랄다가 ‘이방인의 아베 마리아’를 부를 때 오른쪽 무대 상단을 보면 에스메랄다를 흠모하는 프롤로가 창을 통해 왼편을 바라보는 장면이 잠깐 동안 연출된다.     

이번 내한공연은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20주년 기념 제작 버전이다. 그렇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처럼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보도자료에는 의상에 변화를 주었고, 안무 디테일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표현돼 있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처럼 이야기 흐름에 있어서 확연히 달라진 점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부재하고 있었다. 20주년 기념 제작 버전이라고는 표현하지만 의상과 안무, 조명의 일부 변화만으로 ‘20주년 기념 제작 버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미디어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매거진의 이전글 기시감만 가득한 ‘반도’, 방법의 영민함은 어디 갔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