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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가 개근한 ‘드라큘라’, 흡혈귀의 이타적 사랑

뮤지컬계에서 김준수를 톱 클래스 반열에 올라오게 만든 작품을 세 편 엄선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EMK의 ‘모차르트!’와 ‘엘리자벳’, 그리고 오디의 ‘드라큘라’로 손꼽을 수 있다. 김준수는 데뷔작 ‘모차르트!’로 뮤지컬 어워드에서 신인상과 인기상 및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신인상과 인기상을 수상하고, 2012년엔 ‘엘리자벳’으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과 인기상을 수상했다.     

2014년 ‘드라큘라’ 초연 당시 예술의전당 로비에서 티케팅이 아닌 프로그램북을 구매하기 위해 관객이 100m 이상의 긴 줄을 서게 만들었던 장본인은 다름 아닌 김준수였다. 만일 ‘드라큘라’ 초연 당시 김준수가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예술의전당에서 MD만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이 서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김준수는 ‘드라큘라’ 초연에만 애정을 갖지 않았다. ‘엘리자벳’ 및 ‘모차르트!’ 캐스팅에 있어 김준수가 참여하지 않은 적은 있지만 ‘드라큘라’는 다르다. ‘드라큘라’가 올해까지 4연을 하는 동안 김준수는 이 작품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김준수가 ‘드라큘라’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는가를 캐스팅을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원작 소설 외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한 1992년작 동명 영화와 비교해서 감상해도 재미는 배가된다. 뮤지컬이 시작하자마자 십자가 중앙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 영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연은 뮤지컬 중반에 들어서서야 소개되는데,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왜 드라큘라가 십자가에 칼을 꽂았나에 대해 묘사함으로 뮤지컬과 영화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뮤지컬에서는 드라큘라의 아내가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것으로 그려진 반면, 영화에서 아내는 남편이 전장에서 전사했다는 오보를 듣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영화 속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드라큘라는 아내의 죽음에 분노한 나머지 십자가에 칼을 꽂는데, 칼이 꽂힌 십자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장면이, 뮤지컬의 초반부 영상인 십자가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이다.     


뮤지컬 속 드라큘라는 아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상반’되는 인물이다. 극 중반 미나에게 다가설 땐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막상 극 후반부 들어 미나가 드라큘라와 함께 하고 싶어할 땐 미나가 자신과 같이 되기를 두려워하는 상반된 태도를 갖는 이가 바로 드라큘라다.     


드라큘라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미나의 소망을 드라큘라는 왜 뿌리쳤을까. 미나가 흡혈귀가 된다면 사랑하는 이와 영원을 함께 할 수 있는, 400년간 기다려온 부부간의 재회가 이루어질질 수 있다.      

하지만 미나는 인간이길 포기해야만 한다. 같은 종, 흡혈귀가 되어야만 부부의 연을 이을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드라큘라는 미나를 놓아주어야만 했다. 만일 드라큘라가 부부의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이을 수만 있다면 환생한 아내를 같은 종, 흡혈귀로 만들어버리는 ‘이기적’인 행동을 취했을 테지만, 사랑하는 미나마저 흡혈귀가 되는 비극을 바라지 않는 ‘이타적’ 동기가 앞섰기에 미나를 놓아줄 수밖에 없음을 읽을 수 있다.  

    

드라큘라의 이기적이 아닌, ‘이타적인 사랑’을 영화와 비교해 감상하는 것은 재미를 배가시킴과 동시에, 초연 이후 김준수의 감정 연기가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즐기는 감상 포인트도 놓치면 안된다.


미디어스 (사진: 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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