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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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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지 Mar 14. 2019

독일 Netto 마트

Einkaufen

Montag. 04.03.2019.





내가 독일에 와서 처음 한 요리는 된장찌개다. 독일의 마트는 한국과 비교해서 여러가지가 다르다. 재료의 수납 위치도 그렇지만 주력 코너와 주요 식자재의 종류 및 가격 등, 식습관이 크게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감하게 된 건 마트에 왔을 때 가장 크게 느꼈다.


된장찌개를 한번 끓이면 며칠을 먹어야했는데 남은 건 냄비채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꺼내먹었다. 아시다시피 된장의 냄새가 서양인들에게는 좀.. 낯선 향기라 눈치가 보였습니다.


이곳의 마트들은 이상하게도 안에 들어가면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모르는 식재료 용어가 나와도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할 수 없다. 결국 마트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어떤 요리를 할 것이며, 그 요리에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지, 그 재료의 독일단어는 무엇인지 등을 미리 준비해가야하는 것이다.


독일에 도착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기어코 된장찌개를 해먹겠다 마음을 먹었다. 다른 시기에 교환을 다녀온 지인의 보장 하에 독일의 마트에도 두부와 애호박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 계기였다. 그 밖에 다음 날 해먹을 재료도 미리 사다놓을 겸, 내가 준비한 단어는 총 세 가지였다.


1. Zucchini 호박
2. Tofu 두부
3. Pfeffer 후추


애호박 대신 호박을 찾은 이유는 네ㅇ버 독일어사전에서 애호박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야채코너는 한국과 달리 냉장식품 옆에 있지 않고 그냥 아무데나(내 시선에는) 널부러져있는 느낌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준비해온 단어와 익히 들어 내가 아는 이미지를 연상해가며 호박을 찾았으나 10분이 훨씬 넘은 뒤에야 오이 비스무레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었다.


독일어로 오이는 Gurken이다. 독어 단어는 전혀 닮지 않았으나 독일의 오이와 (애)호박은 신기하리만치 닮아있다. 겉 표면이 우둘투둘하고 길쭉한 것까지 그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헷갈리고도 남을 생김새다. 마트에서 Gurken과 Zucchini를 번갈아보며 과연 이것은 Zucchni인가 Gurken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집어왔다. 집으로 돌아와 도마 위에 애호박(으로 추정되는)을 올리고 단면을 썰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내가 사온 것이 정녕 오이가 아닌지 의심하고 말았다. 그 정도로 이곳의 이호박은 참... 못생겼다. 진짜 못생겼다.



두 번째로 내가 찾은 것은 두부였다. 한국의 두부는 풀ㅁ원, C제이 등등 쟁쟁한 브랜드의 제품이 다양하게 냉장코너 안에 늘어져있고 나는 가격과 인지도 등 이런저런 요소를 고려하여 두부를 고를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 내가 찾을 수 있었던 두부는 Bio 마크가 달린 제품 하나가 전부였다. 심지어 그 두부를 찾는 데는 호박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소세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사이에 떡하니 박혀있는 두부의 존재를 찾기는 정말이지 모래알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더군다나 내가 생각하는 반투명한 패키지가 아니라 내용물을 볼 수 없는 종이사각팩에 담겨져 있어 더더욱이나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세 번째 후추는 정말 많은 종류가 있었다. 내가 후추를 사려고 했던 것은 된장 찌개 때문은 아니었고(어쩐지 괴식이 된 느낌이다) 다음 날 요리할 새우 감바스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 처음 해보는 요리였고 후추를 내 손으로 직접 사는 것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테이크를 먹을 때 뿌리는 후추와 Spicy해보이는 향신료가 섞여있는 후추, 그리고 only 후추만 있는 수많은 후추통의 향연에서 무엇을 고를지 무척이나 어려운 고민을 해야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마트 안에서는 데이터가 안 통하기 때문에 그 후추들의 용도를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내 선택은 후추만 단독으로 있는 통이었다. 그것을 집어들고 기숙사에 도달했을 때, 나는 공용주방의 공용식재료 선반에서 똑같은 후추를 발견했는데 그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수십 분의 내 고민을 모조리 진창에 처박는 듯한 허탈함이었다.



그 밖에도 독일의 마트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소세지 수십 가지를 진열해놓은 으리으리한 냉장코너는 거의 한국 마트의 과자 코너만큼이나 거대했고, 그 다음으로 우유와 치즈, 그리고 요거트를 각각 진열해놓은 유제품 코너 또한 무지하게 컸다. 유제품이라는 한 코너 안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코너를 모아놓은 것에 유제품이라는 코너 테마를 붙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많았다. 나는 그렇게 많은 종류의 치즈와 요거트가 한낱 동네 마트에 진열되어있는 것을 처음보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했다.


유제품은 많은 종류만큼이나 맛도 압도적이었다. 특히 우유와 요거트가 정말 일품이었다. 이곳의 시리얼들이 하나같이 다 밍밍한 까닭은 우유의 드넓은 풍미가 그 부족함을 전부 메워줄만큼 고소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이 Laktosefrei(락토프리) 우유가 가장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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