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을 할 때 경제적인 문제부터 집안 환경이나 상대방의 직업, 부모님의 재산 배우자가 될 사람의 외모나 성격 취미 등등 깊은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이 모든 걸 완벽히 맞출 수 있는 이상형을 만나기가 가능할까 의문도 생기지만 그렇다고 나 또한 아무것도 따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마도 그 당시 나의 기준은 잘생겼으면 좋겠고 잘생겼는데 얼굴값은 안 했으면 좋겠고 상대방이 너무 돈이 많아서 위축되어 살기보단 없어도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최고의 남자라 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르고 만난 남자는 소심하지만 마음씨 착한, 내가 어쩌면 생각했던 그런 사람과 결혼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게 우즈베크 남자였던 것이다.
내가 우즈베크 남자를 선택했다기보다 선택해보니 우즈베크 사람이었던 것이고 내가 결혼상대로 외국인이면 안된다는 기준은 따로 없었으니 이런 선택이 어쩌면 물 흐르듯 내린 결정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솔직히 결혼 전에 상대방의 장점이며 단점이며 얼마나 알까
살아보니 알게 된 것이지
그리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즈베크 남자 이건 참 좋다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우즈베크 사람과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열개는 너무 많았고 대충 9개 정도가 있었다.
첫 번째, 제2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우즈베크어를 배워서 뭐하게 할 수도 있지만 우즈베크어처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에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물론 그걸 떠나서 남편의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이 나에겐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지금 나는 유창하게 우즈베크어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우즈베크어가 익숙해지면서 단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아예 모르는 상태보다 더 우즈베크 말을 오해할 때가 생기기도 한다. 모르는 건 바로바로 물어볼 수도 있고 현지인이라 더 잘 쓰는 생활언어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2개 국어를 동시에 배움으로써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여러모로 참 좋은 것 같다.
두 번째,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온 것
이게 왜 장점이냐 하겠지만 식문화가 다르다 보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달라서 고기를 잘 안 먹는 나 대신 남편은 고기를 먹어주고 해산물을 못 먹는 남편 대신 나는 좋아하는 해산물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생각하니 식성이 다른 것이 장점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 번째, 과일과 군것질하기.
과일을 좋아하는 내게 우즈벡은 물가가 저렴해서 원 없이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좋고,
우즈베크에선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밥과 함께 견과류나 디저트를 올려놓고 먹으니까 우리 집도 늘 시어머님께서 수제로 빵과 디저트를 만들어 놓으신다.
한국에서의 엄마 아빠와 살았으면 밥 먹는데 그런 건 왜 먹냐고 혼나거나 또 먹냐고 잔소리를 듣거나 단것 좀 그만 먹으라 했을 텐데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서 군것질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은 식문화를 가진 남편을 만나 좋은 것 같다.
네 번째, 아이 돌봄 걱정이 없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요즘 아이를 봐준다는 우즈베크 식구들이 있어서
걱정이 없다. 급한일이 있거나 일을 해도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아도 마음 편히 아이를
봐주는 가족이 많이 있고 대가족이라
편하게 맡기면 다 봐준다고 하니 말 만들어도 든든하고 감사하다.
다섯 번째, 종교의 영향이 있지만 어쨌든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
술 담배를 안 하면 좋은 점은 더 부가설명을 안 해도 될 만큼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물론 무슬림이라고 해서 모두가 술과 담배를 안하며 잘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여섯 번째, 한국이 경제적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발전된 것
어떻게 보면 우즈베크과 남편의 나라를 낮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좀 더 솔직해지자면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보다 한국의 생활수준이 높기 때문에 아이의 교육문제든 여러 문제로 내가 한국생활을 원하면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생활을 하자고 말하기에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또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아마 우즈베크에 여행 가본 사람이라면 느꼈겠지만 우즈베크 사람들이 한국인을 무척이나 환대해주어 인종차별을 느끼지 않아서 남편의 나라를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
시댁에 가도 부족하고 서투른며느리지만 이해해주시는 부분도 많이 있고, 선한 우즈베크 사람들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보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우즈베크 사람들이
한국인을 좋아해 주고 그래서 한국인인 내가 우즈베크에서 좋은 대접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또 남편은 우즈베크에서도 어렵게 자란 남편이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돈의 소중함을 알고 절약할 줄 알아서 소득이 한국인에 비해 높지 않아도 지출을 많이 안 하는 남편의 습관들이
오히려 나는 더 남편에게 돈에 대한 불만 없이 살게 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번째, 가정적이다.
내가 생각할 땐 아직도 20대인 남편은 친구들을 좋아할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즈베크에서는 남편의 나이가 결코 적지 않은, 처자식을 챙겨야 할 든든한 아빠가 되어있어야 할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들보다 집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는걸 먼저라고 생각하고 휴일은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 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리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만큼 장인 장모님 공경도 항상 신경 써주는 우즈베크 남자다.
여덟 번째, 무거운 짐은 모두 남자 몫이라 여긴다.
장을 보고 오거나 짐이 있을 때면 다 들려고 하고 나눠들 자고 해도 무조 건다 들려고 한다.
이게 어떻게 보면 이슬람에서 남자는 힘이 강하고 여자는 약한 존재다 어쩌고 저쩌고 해서
남녀불평등과 가부장적이고 옛 사고방식이 묻어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좋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중국인 남자들의 특징 중하나 가 여자 가방은 무조건 들어준다는 글을 봤는데
우즈베크 남자는 대신 매너상 하는 여자 가방은 들어주지 않는다.
여자 가방도 무거우면 들어주겠지만.
언제 한번 들어 달라고 한 적 있는데 가벼운 여자 가방을 왜 들어줘야 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고
내가 느끼기엔 남자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하는 건지, 남자의 가오를 위해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쨌든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아홉 번째, 미남이 많다. 잘생겼다.
우리와 피부색은 비슷한데 서양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서
이쁜 우즈베크 여성들이 많은 것처럼 남자도 잘생긴 우즈베크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결혼하면 외모는 다 필요 없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만 봐도 외모가 괜찮은 사람과 결혼한 사람은
더 행복도가 높아 보였다.
여기서 한번 더하면 잘생겼지만 친절한 것 또한 우즈베크 남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누구나 단점도 있고 장점이 있는데 이 장점들이 우즈베크 남자들 모두가 그렇다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내가 경험하며 살고 있는 우즈벡 남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았는데 우즈베크 남자들 나라별로 비슷한 게 있다면 보통 이런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