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in Aug 13. 2020

우즈벡 시엄마 vs 한국 며느리

같이 살며 느낀 육아방식 차이 5가지

네 살 된 딸아이와 함께 어머님과의 한집 생활도 어느덧 4년 차가 되었다.


한국 시어머니든 외국인 시어머니든 모든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은 결코 쉽지 않은 그런 사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즈벡은 부모님을 모시는 게 아직까지 당연한 사회이고, 그러다 보니 거기서부터 시엄마와 나와의 또 남편과 나와의 보이지 않는 2:1 마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꼭 같이 사는 게 효도일까?

같이 안 살아도 가까이에 살면서 자주 찾아뵙는 게 오히려 더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남편에게 늘 이야기했었고, 남편은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한국은 보통 장남이 부모를 모시는 문화지만 우즈벡은 막내아들이 부모님을 모신다.

막내아들이 결혼을 할 때까지는 당연히 큰아들이 모시는 거고.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남편이 외아들이라 당연히 남편이 모셔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잦을 때면 이런 남편의 생각도 흔들리는 듯해 보였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아이를 봐주신다고 오셔서 어머님과 같이 지내고 있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특히나 아이 문제로 여러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한국과 우즈벡의 육아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트러블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 남편과 나, 둘만 있을 때는 솔직히 서로의 문화 차이를 잘 느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인즉슨 샤로프든은 음식을 먹을 때도 건강을 생각해서 내가 싱겁게 먹자고 하면 남편은 곧잘 싱거워도 건강에 좋다 하니까 잘 먹어주었고, 집안일을 잘 못해도 다른 걸로 나는 열심히 한다 라는걸 보여주면 또 나를 응원해주는 남편이었다.

또 아이 문제도 엄마의 몫이 크다라는 그런 생각을 하니까 관여를 크게 안 하였고 이런 크고 작은 남편의 배려 심 덕에 우리는 싸우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

대부분이 시어머님과 나와의 갈등에서 생기는 문제들이었는데 가뜩이나 외국인인 어머니라 대화가 잘 안 통하니, 남편과도 다툼이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시어머님만의 육아법이 있고 또 나는 나대로 엄마로서의 고집이 생기니까 한집에 살림과 육아를 하는 두 여자가 있으면 당연히 차이에서 오는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인데 여러 이유들 중 우즈벡 시엄마와의 육아방식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그 이유 첫 번째는 정보력에 관련이 있는데

우선 한국의 경우, 엄마들이 인터넷 활용을 잘하고 맘카 페나 인터넷 등을 이용하면 원하는 정보들이 많이 나오니까 먹이는 것부터 아이가 시기별로 먹어야 하는 비타민을 먹이고 아플 때도 빠른 대처가 가능한데,

그거에 비해서 우즈베크 젊은 여성들은 어떻게 정보를 찾는지 모르겠지만 시엄마의 경우는 일단 우리 세대를 키워오신 분이라 더 정보력이 부족한 게 있지 않나 싶었다.

아프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우리와는 다르게 집에서 지켜보면서 아이를 간호하려고 했고 어머님만의

노하우가 있어서였을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문제는 나의 의견보다는 시어머님이 아이를 많이 봐온 노하우가 있어서였는지 어머니라는 이유로 남편은 대부분의 문제들을 어머님의 말에 따랐고, 그 때문에 아이가 금방 병원 치료를 받고 나을 수 있었던 일도 더 아파하고 고생해야 한 적이 있다.

두 번째는 교육에 관련된 것인데, 

우리는 보통 아이를 키울 때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하고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도 빨리 가르쳐야 하는 등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해 부모가 아이에게 조기교육을 시키기도 하고 교육열이 높은 편인 것에 비해, 우즈베크 가족들을 볼 때면 학구열보다는 인성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말로는 의사를 시켜야 한다. 의사도 산부인과 의사가 좋다. 아니면 검사가 좋다. 이런저런 말들을 하지만 아이에게 정작 책을 읽어주기보단 기저귀 스스로 버리기, 먹다가 흘리면 바로 닦기,  인사 잘하기는 물론 어른 공경은 필수고 이런 잔신부름을 많이 시킨다.

책 읽어 달라는 아이의 말은 잘 들어주지 않고 티브이를 보여주는 시엄마에게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덜렁거리며 뒷정리 못하는 나와는 다르게 아이가 할머니랑 시간을 오래 보내다 보니 꼼꼼하고 정리정돈 잘하는 아이로 크는 것 같아서 어쩌면 이게 공부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내가 못 가르쳐주는 부분을 어머님이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새 이 부분은 서로 인정을 해주는 듯했다.

세 번째는 훈육에 관련된 것인데,

아이가 잘못을 하면 나는 보통 아이에게 무섭게 혼내기보단 이해를 못하더라도 설명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항상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 위주로 생각할 때가 많이 있었는데, 내가 더 이럴 수밖에 없었던 건 남편의 엄함 때문이기도 했다.

시엄마도 손주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엄할 땐 정말 엄마인 내가 보기 싫을 정도로 아이에게 훈육을 하는데  또 어떻게 보면 우즈베크 시댁에 있는 조카들을 다 하나같이 예의가 바른 게, 이렇게 엄해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이제는 어머님과 샤로프든 의 엄할 때 그들만의 훈육법이 따로 있구나 싶기도 하고 엄하게 키우는 게 요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 사회에서는 감싸는 것보다 집안에서 교육시킬 때 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도 한국에 비해 우즈베크의 훈육은 좀 많이 강도 높은 듯해 보였다.

네 번째는 꼭 빠질 수 없는 것 중에 위생 청결에 관련된 것인데, 

우즈벡이 비위생적이 다라는 건 절대 아니다.

사고의 차이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는 피곤할 때를 제외하곤 매일 샤워를 하는데 우리 가족은 매일 샤워를 하진 않는다,

그래도 요즘은 내가 매일같이 잔소리를 하니까  일 끝나고 오면 이제는 매일 샤워를 하는 샤로프든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하루 다섯 번 기도를 하기 때문에 하루 다섯 번 기도 전에 하는 우두(기도 전에 무슬림은 얼굴과 귀 손 발 등을 물로 씻는다.)로 인해 그들은 청결하다고 생각해서 따로 목욕을 자주 안 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문제는 아이였다.

우즈벡은 아이 목욕을 자주 안 씻기는 것 같다.

아이와 같이 목욕을 하려고 하면 시어머님은 겨울은 추우니까 씻기지 말라 하셨고, 여름엔 바람만 조금 불어도 춥다고 감기 든다고 씻기지 말라고 하셨었다.

아이 감기 걸릴까 봐 그러시나 수도요금 걱정을 하시는 건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한국이지만 우즈벡이라고 생각해서 그러시는지 덥고 습한 여름도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을 하시는데 이럴 때는 참 답답하다.

열이 많은 아이를 너무 덥게 키우는 게 아닌가 걱정도 들고.

(나와 같이 손을 버릇처럼 씻는 아이에게 빨리 물 끄라고 성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그때 딱 알아봤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어머님께 씻기는 것에 의견을 묻지 않고 내가 씻을 때 무조건 아이와 같이 목욕을 하러 들어가고 있고, 그래서 지금은 어머님도 아무 말없이 씻고 나오면 아이 로션 발라주고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이건 좀 특별한 케이스인데 우즈베크에선 태어나자마자 50일 정도가 되면 아이 머리를 다 미는데 갓난아이가 미용실 데려가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보통 집에서 가위에 소독을 해서 자른다.

그렇게 하면 아이 머리숱이 많아지고 더 잘 자란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런 속설로 인해   우리 아이도 머리를 잘랐고 그렇게  한번 다 자라고 나서 또 한 번 잘라야 이쁘게 난다고 기껏 기른 아이의 머리를 또 자르려 했다.

딸아이인데 어느 정도 갓난아이에서 벗어 낫을 때도 예쁜 핀도 못해주고 검증되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로 계속해서 머리를 자르려고 하는 것에 불만이 생겼고 더 이상 못 자르게 해서 처음에만 자르고 어느 정도 논쟁 끝에 결국 자르지 않았다.

이것 말고도  여자아이의 경우 두 살 정도가 되면 귀를 뚫는데 이쁘다고 굳이 아픈걸 왜 뚫는 건지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 귀가 곪거나 하진 않았는데 자다 한번 빠진 귀걸이를 다시 끼느라 아이가 엄청 아파했었고

이문제로도 다툼이 생겼고 둘째 딸은 귀를 절대 일찍 뚫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다.


차이점 5가지를 이야기하면서 우즈베크의 단점으로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술 더 뜨면

단점이라고 하면 더 나열할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즈베크 육아방식의 단점 중에 

더운 여름에도 발은 차가운 면 안 된다며 양말을 신기는 것,

어른이 먹는 음식도 서슴없이 주는 것

약은 다 좋다고 생각해서 아이에게 이것저것 바르려 하는 것,

선크림 로션 모자 쓰기 이런 건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것

젓가락질은 가르쳐주기보다 손으로 먹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단점이 있으면 장점 또한 있기 마련인데 

아이를 정 많은 아이로 키워주면서 

간식도 수제로 잘 만들어주고 놀이터에 나가면 몇 시간씩이라도 아이와 놀아주는 것,

엄할 땐 엄해서 아이가 예의 있게 크도록 도와주는 것,

잠을 잘 재워서 건강한 아이로 크는 것,

사소한 것에 이것저것 많은 트러블이 생기지만 그래도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 감기도 손에 꼽을 만큼

건강한 아이로 또 잘 웃고 인사 잘하는 아이로 클 수 있었던 건 그래도 어머님의 육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우즈벡이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겠지만

한국과 우즈베크 간의 육아방식에서 차이점들을 살면서 느낄 수가 있었고


우즈벡 남편인 샤로프든은 집안일은 나에게 맡기는 만큼 솔직히  육아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참견하거나 신경 쓰지 않아서 내가 시어머님 없이 혼자 키웠다면 아이도 나와 비슷한 성향으로 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했는데, 내가 줄 수 없는 부족한 부분들을 어머님이 있어서 채워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어쩌면 어머님과 내가 집안에서 육아라는 한 가지 일을 같이 하면서 갈등을 빚게 된 거라 생각한다.

 입장 차이라는 게 있어서 우즈베키스탄 시엄마의 입장에서 볼 땐 내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정답이다라는 개념은 솔직히 없는 것 같다.

아이를 낳으면 그때부터 싸울 일이 참 많아지는 것도 사실인데 이래서 육아가 참 어렵고 힘든 건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즈벡 남자와 결혼해서 좋은 점 9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