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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Aug 08. 2019

외국인과 결혼하면 외국어가 늘까요?

우즈베키스탄 남자와의 국제결혼

저희 남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이고 한국에 온 지 벌써 8년 차네요

한국에서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울고 웃을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힘든 고난도 많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외국 나가서 사는 게 참 힘들구나 라고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었고

호주나 미국에 가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생활하는 한국인들을 보면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이민자의 삶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란 걸 긴잡적으로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언어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데요

남편은 외국어에 관심이 많지만 한국 와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는데

그래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고 들은 게 있으니

딱 어느 수준이라고 말하긴 애매한데 싸울 때 보면 한국 사람인 저도 이기기 힘들 정도로 한국말을 갑자기 잘하더라고요? (불리할 때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은.)


보통 영어 공부할 때 문법과 독해를 먼저 배우는 우리와는 다르게 남편은 현지에서 살면서 배워서 그런지 읽고 쓰기보다 듣고 말하기를 더 잘해요


남편은 얼마 전부터 일요일마다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데 요즘은 경제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어 집에 와서 저와 복습을 할 때면 설명하기가 참 어렵고 저도 잘 모르는 뜨끔한 질문을 갑자기 하기도 해요

그럴 때면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누르는 척을 하고 얼른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가끔 모르는 걸 물어볼 때 귀찮으면 모른다고 말해버리는데 한국사람이 왜 모르냐면서 제 자존심을 건드리는 거 있죠

 

샤로프~!! 나 이과생이었거든? 한국사람이라고 모든 지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


외국인에게 한국어 못한다는 소릴들으면 기분이 참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이과생스럽게? 어렵게 설명해줬어요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는 닮아간다고 하더니 외모는 전혀 다른 우리지만 말투만큼은 많이 닮아가는 것 같아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닮아가서 인지 제가 어느덧 남편의 살짝 어눌한 말투를 따라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평소에 남편이 100프로 이해하게끔 말을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와 말하는 것처럼 쉬운 단어들만 사용해서 말하게 됐고 우리만의 눈높이식 대화이지만 어느 순간 한국어가 이상하게 흘러가기도 했어요


남편에게 배운 한국말 중에

양말을 빨래통에 넣어 라고 해야 되는데 남편은 버리라고 해요


샤로프! 왜 버리라고 말해? 버리는 거 아닌데..

우즈베키스탄도 단어가 있긴 한데 이럴 땐 보통 그 단어만 시용해.

좀 이상하다~~


(뭔가 단어가 많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후 저는 남편에게 버리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맘속 한편에 남편이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심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싸울 때도 어려운 말을 절대 하지 않아요

(못 알아들으면 너무 억울하니까요)


남편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도 헷갈려하는데


애기 잤어?

지금? 애기는 잤어가 아니고 지금 자는 중이니까 자고 있어? 이렇게 물어봐야지!

지금 잤잖아!!

오잉? 아니야~ 현재 하고 있는걸 기준으로 물어봐야지~

우즈베크어는 그렇게 말 안 해~

이건 한국말이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몇 번 들으니 애기 잤어?라고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이런 느낌을 저만 받았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친구도 저의 말투가 좀 달라진 것 같다며 이야기하는데

소름이 돋아 그날부터 책을 더 꾸준히 읽게 되었습니다


샤로프! 우리는 지금 우리를 위해 시간도 쓰고 돈도 써야 돼 부자 되려면 책도 사서 읽고~

주절주절 주절~~~ 이런 걸 투자라고 하는데..

알아 투자. 투자라고 한번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오래 말해?

.... 알아? 평소엔 왜 안 써근데

그냥~

.................

생각했던 것보다 남편은 더 똑똑했어요


집에는 우즈베크 사람들과 애기밖에 없기에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거나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 저는 물 만난 듯 수다를 떠는데요

이런 제 모습을 유심히 본 샤로프는


자기?  말 엄청 빨리한다 한국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처럼 나한테 말해!

자기가 못 알아들을까 봐.

내가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나 한국말 언제 늘어!


알겠다 하고 또 나는 아이와 대화하듯 쉬운 단어만 사용하여 이야기하고 있어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와 이야기하듯 말하면 거칠고 투박한 말투가 아니라 부드러운 말이 나와서

더 사이가 좋아지게 되는 것 같고 외국인 남편과 한국말로 싸울 때면 남편이 전혀 무섭거나 열 받거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혹시라도 한국사람들이랑 시비 붙으면 한국말하지 마 ~~

무슨 말 하는 거야? 나 지금 열 받았어?


우리에겐 세 살 된 딸이 있는데 엄마보다 할머니랑 같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우즈베크어를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두 개의 언어를 다 듣고 옹알옹알 하지만 급할 때 나오는 말은 우즈베크 말이더라고요

어느 날은 딸과 함께 친정에 놀러 갔는데


함끌드뜨?

뭐라고?

엄마 함끌드뜨?


한국 나이 세 살이지만 아직 23개월 밖에 안 된 애기라 말을 잘하지도 못하고 발음도 부정확한데 이상하게

이 말은 애가 자주 쓰는 것 같은 거예요

시엄마와 함께 아침을 먹는데 거꾸로 책을 보는 딸내미는

또 함끌드뜨 라고 하길래 이때다 싶어 시엄마께 대체 저게 무슨 말일까 물었는데 시엄마는 바로 알아듣으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우즈베크 말로 꽝~했어? 이렇게 말하는 거였어요

제가 모르는 외국어로 옹알이하는 딸내미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엄마인 제가 내 딸이 하는 말도 잘 못 알아듣는 것에 서글프기도 했죠

벌써 딸내미와도 실력차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2년 정도 우즈베키스탄사람들과 동거 중이기에 외국어가 조금 늘 법도 한데 언어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꽁으로 안늘더라고요.

저는 우즈베크어가 늘었다기보단 한국어가 줄어든것 같습니다

대신 눈치가 조금 늘었다고 할까요?

외국어도 눈치 빠른 사람이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눈치 백 단인 시엄마는 따로 공부하지 않으시는데도 엄청 잘 들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말조심하는 중입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시엄마가 한국말 늘게 된 원인이 우리가 하도 싸워서 그때마다 한국어가 는다고 살벌한 농담도 하시네요


처음에는 우즈베크어와 캄보디아어 베트남어 다 같은 소리로 들렸는데

그래도 지금은 우즈베키스탄 말은 딱 알아들을 수 있어요

설탕인지 소금인지 구분하는 정도인 것 같네요

그리고 외국인 얼굴을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별은 못해도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3개월 정도 가있는 동안 떠들기 좋아하는 제가 요몬(나쁘다) 약쉬(좋다) 블라만(알아요) 블미만(몰라요) 이 말만 수백 번 떠들다만 왔어요

다음엔 우즈베크어를 배워서 와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느꼈지만 막상 다시 한국에 오니 공부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토익 공부할 때 발로 풀어도 너보다 시험 잘 보겠다는 친오빠의 말에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거든요

외국어는 잘하지도 흥미를 가지지도 않은 종목 중 하나였으니까요


이런 나와는 달리 남편은 러시아어도 할 줄 알아요 한국 오기 전 러시아에서도 오래 살았고

우즈베키스탄은 91년까지 긴세월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어머님 세대 사람들은 거진 러시아러를 할 줄 안다고 하더라고요


한 곳에서 생활하고 먹는 것만 먹고 하는 일만 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새로운 음식도 잘 먹고 모험심이 강해 안 해본 것에 두려움이 없어 보였고 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어쩌면 많이 다른 우리가 부부가 된 것이 서로가 많이 달라서 같이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가진것을 주고 제게 없는것을 채워주는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답답하고 불폄함에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는 중입니다

아직은 3년 차이지만 앞으로 10년 차 20년 차가 되어 같이 살지 않은 날보다 같이산날이 더 많아지면 우리는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순간 한 갈래의 길을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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