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인생의 무덤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결혼생활은 왜 이렇게 힘들까.
나만 힘든 걸까.
국제결혼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나의 문제일까.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우리 부부가 종교, 문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싸울 때면 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결혼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 결혼에 대한 후회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문득 들 때면 후회하며 현재를 살아가거나 가정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행복해지려고 발악하였던 나이다.
적어도 부모님에겐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기로 했고 누군가를 바꾸려 노력하기보다 상대방이 아닌 나를 바꾸는 게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을 한듯하다.
인생에서 국제결혼 한 번을 빼고는 결혼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누군가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람과의 결혼이 너무 좋다거나 너무 힘들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국제결혼이든 아니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인생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배우자와의 관계와 가족 간의 사랑, 불행하지 않은 삶의 방법들이 무엇인지 궁금증과 해답을 풀고자 인터넷과 책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결혼하고 싸우는 이유에 대해 쓰여있는 글들을 보면 대체로 서로 다른 부분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 하는 이기적인 생각에 싸우는데 대부분이 돈문제, 부부간의 문제, 양가 부모님에 대한 문제, 집안일 분담에 관한 문제로 다툰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성격차이라는 의견도 꽤 많이 있었다.
그러던 중 국제부부와 국제커플들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내 남편의 나라인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과 서양사람 또 그 밖의 사람들은 어떤 차이가 있고 뭐가 다를까, 어떻게 결혼생활을 해나갈까도 궁금해졌다. 그들의 삶을 짧은 영상만으로 깊숙이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영상으로 비친 내용이나 이야기들이 공감 가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는 집안일 분담에 대해 다툰다던가 하는 사소하지만 대부분이 다투는 이유들이었는데 우즈베크 사람과 결혼한 나 역시도 이런 사소한 문제들로 싸움이 나곤 했기에 사람들은 비슷한 문제로 트러블이 생긴 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 대부분은 서로 노력하며 이해해주기, 배려해주기, 대화 많이 하기, 공감해주기 등을 이야기하였는데 나는 샤로프든 과 살면서 느낀 결혼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는 결국엔 나 스스로가 내면을 채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살다 보면 상대방이 변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결혼생활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책도 읽고 자존감 높이는 연습도 해보고 그렇게 나를 채우다 보면 상대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어느새 커져서 배우자를 좀 더 배려할 수 있고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진다고 믿었던 것 같다.
국제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험담을 통해 팁과 노하우가 있다면 알고 싶어 책도 찾아보았지만 서점에도 도서관에도 국제결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있는 책들은 쉽게 보이지 않았는데 예전부터 눈에 띄었던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화성에서 온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인데 국제결혼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남녀 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서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쓰여있었고, 나는 지구인 남편은 우즈인 이라는 나의 브런치 북 제목과 비숫한 슈퍼 베스트셀러라 불린다는 이 책이 과연 우리 부부에게도 공감이 가고 도움이 되는 책일까 궁금했다.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中 -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 화성인(남자)들은 혼자 동굴 안으로 들어가 해결책을 찾고 나서야 기분이 좋아진 고, 금성인(여자)들은 누군가에게 자기 문제를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원하지도 않은 조언을 하거나 그를 도와주려고 할 때 자신의 말이 그에게 얼마나 비판적이고 불쾌하게 들릴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또한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 문제를 이야기해 올 때는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이지 반드시 해결책을 원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남자들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샤로프든 과 나는 부부싸움을 할 때면 나는 샤로프든 에게 대화를 하며 언쟁을 하더라도 빨리 화해를 하고 싶었고 알게 모르게 남편에게 다툼의 원인과 상대방을 바꾸기 위해 조언을 하고 있었던 나였다.
샤로프든 은 그런 나와 대화할 때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라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싸우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혼자 있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 그런 샤로프든 에게 나는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보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금성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화성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꼭 같은 어휘들이 존재하는데, 문제는 그 어휘들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샤로프든 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서 다른 언어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수월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한국어로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는 중인데 한국인만큼 대화를 할 때 언어 선택에 있어 부족함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가끔 오해를 불러일이 키기도 했었다. 국적이 다르다 보니 모국어가 다르다는 이유이고 국제결혼의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것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고 느낄 때 마음이 움직이고, 여자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때 힘이 생기고 마음이 움직인다.
여자가 사랑을 받을 때 마음이 움직인다라는 말을 나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샤로프든 에게 필요로 하고 느끼게 해 주기보다는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샤로프든 에게 어쩌면 힘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무언가를 나 스스로가 주지 않으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베풀어 왔다고 느끼면 여자는 자기 부부가 행복하지 못한 데 대해 배우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는데 받은 것에 비해 늘 더 많이 주어 왔다는 사실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기가 너무 많이 준다고 배우자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남자도 자기가 상대에 비해 조금밖에 주지 않으면서 배우자의 불만스러운 태도를 탓할 수는 없다. 어느 쪽이든 비난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가져 둘만의 신혼은 많이 누리지 못했고 어쩌면 더 결혼이라는 현실에 빨리 눈을 뜨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 순간 내가 주는 것에 대해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러다 보니 항상 넘치지는 않아도 부족한 집이 아니었던 친정과 시댁을 비교하는 순간이 와버렸다. 그때마다 열심히 잘 살고 있는 남편이지만 현실 앞에서 다툼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런 남편에게 비난을 퍼부었었던 나 자신이 어느 순간 후회가 되었다.
문제의 해결책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믿음, 공감과 관용이다.
이 책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가치관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같은 한국인끼리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적이 달라도 뜻이 통하는 사람은 언어의 장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서로의 차이를 기억하고 그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존중함으로써 우리는 이성을 대할 때의 혼란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남녀 간의 차이는 사람마다의 다르겠지만, 국제결혼이든 아니든 사람이 사는 건 다 비슷한 것이 라는걸 느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사랑은 꽃을 피울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