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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Oct 15. 2020

우즈베키스탄 사위를 위한 장모님의 할랄푸드

한국생활 10년이면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출산예정일이 한 달 여짓 남은 이때.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밥을 먹는 것조차도 일처럼 느껴지면서 힘에 부치는 요즘인지라 한국어를 공부하는 남편과 함께 친정집에 가는 날이 부쩍 늘었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잠깐이라도 봐주면 남편과 나는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결혼 전 부모님과 살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엄마이지만 부모님 그늘 아래 편하게 뱃속에 아이를 키우며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을 함께 하는 중이다.

엄마 덕분에 아이 반찬 걱정도 집안일도 신경 쓰지 않고 자도 자도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있어 요즘 나의 감사일기는 엄마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난 매일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처럼 행복한 날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넘치는 요즘이다.


샤로프든 은 친정집이 마냥 편해 보이진 않지만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나였기에 금방이라도 몸이 피곤해져 예민해지는 상황이 줄어들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시댁만큼은 못하더라도 친오빠와도 잘 지내고 사촌 동생들하고도 여행을 계획하며 잘 지내고 있어 나 또한 마음이 덜 불편했고 고마워하는 중이다.

또 집에 있으면 육아에 신경 쓰느라 남편 밥 차려주는 것에 나도 모르게 뒷전이 되어 있던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것도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편해진 만큼 아이를 봐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먹을 밥까지 해주시느라 엄마의 일은 늘어만 갔는데

문제는 이것저것 다 잘 먹지만 고기를 못 먹는 남편 때문에 엄마의 반찬 고민은 요즘 엄마의 숙제가 되었다.

한국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샤로프든 은 소고기 닭고기는 크게 거부감 없이 먹었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할랄 고기만 찾는 남편인지라 요즘은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소고기 닭고기도 먹기를 꺼려한다.

까다로운 고기 식성인 사위를 두고 엄마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평소에 내가 집에서 남편에게 해주었던 메뉴가 있는 레시피 어플을 엄마에게 보여주었더니 메뉴 선택에 좀 더 수월해 보였다.


샤로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고기지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서 고기 요리에 관심도 없고,

하려는 생각도 많이 들지 않아 어느 순간 우리 집은 본의 아니게 채식 반찬이 주를 이었고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도 양 한 마리를 혼자 다 먹을 것처럼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이 고기도 저 고기도 못 먹고 하다 보니 미안하면서도 많이 신경 못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집은 항상 인터넷으로 고기를 시키거나 직접 이태원에 할랄 고깃집을 방문해서 고기를 가져왔는데 마침 집에 고기들도 쌓여있었고 이참에 엄마에게 고기반찬이나 실컷 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냉동에 둔 고기들을 들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소고기 양념장

엄마는 고기들 중에 다진 고기를 이용해서 고추튀김과  동그랑땡 그리고 소고기 양념장을 해주었는데 그중

고추튀김은 예전엔 한창 옥상에서 많이 튀겨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10년이나 살았는데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매운 걸 좋아하지도 잘 먹지도 못하지만 엄마의 손맛이 입에 잘 맞았는지 꽤나 잘 먹었다.


오늘은 또 뭘 해 먹나 매일 고민하면서 먹을 거 없다고 투정 부렸는데 요리를 잘 못해서 그렇지 그러고 보니 한국음식은 꽤나 맛있는 게 널려있었다. 이렇게나 맛있는 게 많은데 어머님과 남편에게 많이 못해준 게 살짝 미안하면서 우즈베크 음식을 할 때마저도 청양고추를 넣으셨던 매운걸 잘 드셨던 어머님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했다.


매운데도 몇 날 며칠을 고추튀김만 먹는 남편을 보고 엄마는 한국음식 잘 먹는 사위가 이뻐 보였는지 샤로프든 에게 말했다.


고기 들어가는 한국음식 많이 해줄 테니까 이태원 가서 할랄고기 많이  ~


시어머니는 친정엄마와 절대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얼마 전 남편에게는 우리 엄마를 편하게 엄마처럼 생각하라는 내가 이기적이면서 좋은 아내인척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집에서 늘 엄마 아빠한테 잘하려는 남편을 보면서 나도 시댁에 좀 더 잘해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꽉꽉 채웠던 하루였는데 이 다짐이 증발해버리기 전에 나는 곧바로 어머님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해드렸다.

 

그리고 나의 통 큰 서프라이즈 선물은 다음화에 업로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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