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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Sep 14. 2019

우즈베키스탄 가족과 맞이하는 세 번째 추석

가족과 함께라면 특별하다

한국엔 설과 추석이 있다면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명절하잇트(이둘피뜨리)와 하이트로부터 70일 후 명절인 코르본 하잇트가 있다


무슬림들은 1년에 한 번 한 달간 해가 떠있는 동안 금식을 하는데 이를 라마단이라고 한다

이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바로 하잇트라는 명절이다

명절에는 큰집에서 보통 양 한 마리를 잡고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덕담을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작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하잇트를 보내고 왔는데 시댁은 큰집 바로 옆에 붙어있으며 마당이 더 넓어 우리 시댁이 자연스럽게 큰집에 큰집이 되었고 사람들은 우리 시댁 집으로 모였다

식구들이 많이 모이는걸 잘 알기에 각자 알아서 조금씩 음식을 준비해왔고 새벽같이 와서 다들 음식을 만들었다

시댁 식구들이 자주 와서 불편할 것 같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집들은 보통 넓게 지어져서 오히려 사생활 보호가 더 잘돼 시댁에서 장기간 머무르기에 불편함이 덜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명절과 다르게 며느리만 죽어 나는 그런 그림이 아니었다

남자들도 무거운 걸 들어 나르고 밖에서 주문한 음식들을 차로 나르고 마당에 상을 펴고 다들 준비에 바빴다

나도 새댁답게 이것저것 도움이 되고 싶어 기웃거렸지만 말도 안 통하고 할 줄 아는 음식도 없어 식구들은 그냥 쉬라며 웃어 넘기기만 했다

시댁이 친정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시할어버지 집에는 양을 네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명절 때나 손주를 낳으면 할아버님은 한 마리씩 양을 잡는다고 하셨다

나는 키우는 양을 어떻게 먹지 싶어 슬퍼서 차마 먹기 불편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시댁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차로 9 시간 가야 되는 DENOVE(데노브)라는 작은 마을인데 데노브는 탄드르구쉬라는 요리가 유명하다

양고기를 화덕에 굽는 것인데 이 맛은 다른 동네에서는 따라 하기 힘든 맛이라고 한다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 것 같았다

나도 화덕에서 갓 나온 양고기를 남편이 먼저 먹어보라며 바로 갔다 줘서 먹어보았는데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양고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양고기를 먹는 우즈베키스탄의 명절에 형편이 여의치 않아 양을 잡지 못한 옆집이나 앞집이 있다면 같이 나누어 먹기도 하는데 이것이 이슬람법에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시엄마와 남편은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양을 잡을 수도 식구들과 만날 수도 없기에 한국에서 우즈베크 명절이 되면 어머님은 오쉬라는 정성이 든 우즈베크 음식을 나와 남편에게 만들어주시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끼리 소박한 우즈베크 명절을 보내었다


내 나라 한국 명절인 추석에는

남편에게는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한국생활이다 보니 나는 별반 다를 게 없는 우리의 명절을 보낸다

명절 연휴 중 하루는 선물을 들고 친정에 방문해서  인사를 드리고 우리끼리 여행을 가거나 평일에 못했던 것을 하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국제결혼이어서 두나라 모두 명절을 거창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안부를 묻고 밥을 먹으며 최소한의 격식만 갖추고 보냈던 것 같다


 넷째 아들인 우리 아빠는  평생 할머니를 모시고 살며 엄마와 아직까지 명절이면 장을 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시는데 내공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명절 준비도 안 하고  음식도 안 하고 외국인 남편 만나서 좋겠어~~ 라며 평소에 서로 잘하라는 의미인지 항상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엄마다


우리는 이번 명절도 어김없이 어딜 갈까 고민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학교 다닐 때 견학 이후로 처음으로 간 경복궁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여행을 가거나 할 때 명절 성수기와 공휴일  피하려고 한다

무시무시한 숙박비와 비행기 값에 차도 많이 막히고 무엇보다 아기를 낳고 예전 체력이 아님을 느끼기에

 이럴 때는 멀리 가지 않고 돈도 절약할 겸 가깝고 모두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는다

님편은 경복궁에 한번 와봤다고 했지만 시어머님은 처음이고 너무 좋아하셨다

우리 아이도 사람들 많고 넓은 들판도 있어 너무 좋아했다

나에겐 색다를 게 없는 여행일 수 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고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았고 나는 사전에 맛집과 근처 갈만한 곳들은 찾아놨다

 이날 나는 우리 가족의 전담 가이드일을 맡았다

궁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박물관도 있고 너무 잘 돼있어서 깜짝 놀랐다

무어보다 외국인 가족과 다니다 보니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정보도 들으며 서로 나라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는데  외국인이 많아서 우리 가족이 평범해 보여서 좋았다

어머님은 절약하라며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 해주신다고 하셔서 우리는 알뜰하게 놀다 들어왔다

남편과 둘이 있으면 절약이 잘 안되는데 어머님과 있으면 정말 알뜰살뜰 이 되는데 사소하지만 시엄마가 있어서 내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집에 오니 아이는 피곤했는지 일찍 자고

아기를 키우며 맞벌이하다 보니 바빠서 티브이를 안 보는 우리 집인데  오랜만에 티브이를 켜 과자와 남편이 좋아하는 피스타치오를 준비해 영화를 봤다

소소하지만 이것 또한 정말 꿀 같은 휴식이었다


그리고 하루는 쇼핑을 갔다

남편은 옷 하나 사야겠다며 동대문에 가자고 했다

나는 아이와 어머님도 다 데리고 가 자고 했는데 어머님도 피곤하다고 하시고 애기 있으면 잘 못 사니 둘이 갔다 오라 하셔서 오랜만에 둘이 데이트했다

동대문에서 옷 구경을 하고 밥을 먹고 가까운 명동으로 갔다

명절 기간이라 그런지 한국인의 거의 안 보이고 외국인들이 엄청 많았다

그렇게 아이 옷 한 벌과 남편 옷 하나를 사고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저녁에 과일을 깎아먹으며 핸드폰을하던도중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앞집 사는 우즈베키스탄 가족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명절을 보냈는지 묻자 병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갑자기 어머님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충격적인 사진을 한 장 보여주셨는데

6살짜리 우즈베키스탄 아이가 집에 불이 나서 얼굴이 다 일그러졌고 수술을 여러 번 했지만 실패를 반복하고 현재 한국에 치료를 무료로 받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이와 부모가 너무 안타까웠는데 그 와중에 내가 놀라웠던 것은

앞집 아저씨는  추석 연휴인 지금 인터넷을 그 소식을 접하고 차가 막혀 5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에게 장난감을 들고 위로를 해주기 위해 갔다고 하는데 그곳에 이미 많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고 했다

나눔을 아끼지 않는 세상엔 따뜻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가족도 먹고살기 바쁘다며 불우이웃 돕기 나 기부를 해본 적 없던 나는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시엄마와 남편 그리고  딸과 함께 소소하게 살아간다

이번이 세 번째 맞는 우즈베키스탄 가족과의 명절인데 작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 집에서 충분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가끔 외로워하는 시어머님을 위해 또 딸에게 새로운 명절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이 아닌 우즈베키스탄에서 신나는 명절을 보내고 싶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동안 정말 잘해줬던 우즈베키스탄 가족들이  생각이 나서 우리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다

일에 치여 바쁘게 생활하는 중 명절은 가뭄의 단비와 같이 일로부터의 휴식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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