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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Aug 21. 2022

 해외 나가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

매운 음식이 그리운 중앙아시아의 삶

먹방을 보지 않던 내가 요즘 먹방 보는 것에 푹 빠졌다.

남이 먹는 걸 봐서 뭐하나 더 먹고 싶어지는 이 먹방을 왜 볼까 하면서도, 그럼에도 먹방 콘텐츠에 자꾸만 이 간다.

먹방을 보면서 가장 클릭을 많이 했던 음식은 다름 아닌 매운 음식, 그중 라면과 김치였다.


곳에서 기름진 음식만 먹다 보니 처음 끓인 불닭볶음면의 맛은 도 채 먹지 못하고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운 것이 향수병이 낫는 맛이다고나 할까, 음식보다는 만병통치약 같았다.


먹방을 보면 불닭볶음면 위에 치즈와 콘 옥수수, 마요네즈 설탕을 넣고 버무려 얹어 먹기도 하고 라이스페이퍼로 쌈을 싸 먹기도 하고 대창과 치킨 치즈볼과 같은 여러 조합이 좋은 음식과 함께 먹고 있었는데 현지에서는 아쉬운 대로 불닭볶음면만물에 얹어 끓여보았다.

그렇게 두 번째 먹는 불닭볶음면.

새벽 1시에 마당에서 남편과 먹은 불닭볶음면, 이것 만으로도 완벽한 음식

집 앞마당에 나와 불닭볶음면 하나를 우즈베크 남편과 나누어 먹었는데 샤로프든은 한입 먹자마자 너무 매워 딸꾹질하며 콜라를 마셔댔고 남편과는 달리 불닭볶음면을 먹는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려 했다.

행복이란 별거 없구나


라면을 원래 좋아해서 나만 그런 건가 싶다가도 라면 먹방을 보고 있으면 댓글에

"해외에서 보고 있는데 접시에 산처럼 쌓인 김치가 너무 먹고 싶네요"

라는 댓글이 종종 보였고, 좋아요가 많은 걸 보니 한국인의 라면과 김치사랑은 비슷하다는 걸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우즈베키스탄에 오니 라면과 김치, 매운 음식이 더 많이 생각나는 건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현지인만큼이나 맛있게 잘 먹는 나임에도 짜거나 기름진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게 되면 맵지만 깔끔한 한국음식이 그렇게 그립지 않을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내가 있는 이곳은 타슈켄트에서 차로 아홉 시간 떨어진 마을이고 이곳에서도 한국 라면을 팔고 있긴 하지만 한 개에 1500원이나 하는 라면 가격은 물가가 착한 우즈베키스탄에서 쉽게 손을 뻣지 못하는데 그래서 더 먹고 싶은 음식인가 싶기도 하다.


시엄마는 시장에 나갈 때 가끔 나를 위해 라면 두세 개를 집어 오시는데 여기 우즈베크 식구들도 맛없는 현지 라면보다 한국 라면을 더 좋아해서 하나를 끓여주면 내게 그렇게 고맙다고 인사를   그러다 보니 느새 내가 먹는 것보다 라면이 생길 때마다 가족들에게 끓여주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한국에서 오면서 김치도 가져온다고 가져왔지만 엄마 안 되는 양의 김치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시엄마를 위해 한국 가서 먹자는 생각으로 잠시 참아보기로 하고 그 좋아하던 김치를 잠시 끊었 한국 김치가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조카에게 듣고 쪼르르 샤로프든에게 달려가 물었더니 이곳에서 불리는 김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만든 김치이고 나 또한 진작에 먹어봤던 김치인데 한국 김치와 전혀 다른 김치 맛이었다.


그렇게 현지 생활 한 달째, 아무리 맛있다는 현지 음식을 사 먹고, 시댁에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점점 살이 빠지고 있는 요즘,

이참에 다이어트나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어느새 별일 아닌 일에 예민해진 내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말고 결핍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요즘엔 매일같이 주방으로 달려가 가스에 물을 올리는 나이다.


한국 가면 두봉 세 봉 넣고 끓여먹어야지 생각하며 맛있는 라면 끓이는 법 공부해둔 나는 그대로 라면을 끓여보기 했는데

(라면을 먼저 끓여 면을 건져내고 풀어놓은 계란을 국물에 부어 면과 계란이 섞이지 않게 끓이기, 몇 치 액젓 반 스푼을 넣으면 감칠맛이 훨씬 살아난다고 했지만 멸치액젓이 없는 이곳에서는 패스하기로 했다.)

라면의 매운맛 온몸의 기름들을 깨끗이  정화시켜주는 듯했고 불같았던 기분들은 신기할 정도로 잠재워져 그 맛에 눈물이 날 뻔도 했다.


같은 아시아에서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음식문화인 우즈베키스탄.

쌀을 넣어 만든 음식들도 있고 면요리들도 많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음식들은 짜거나 달거나 기름진 음식들이 대부분이고 매운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겐 가장 큰 차이점이자 단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김치와 같은 음식은 찾아볼 수 없고 샐러드마저도 야채를 기름에 볶아 만들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피자를 먹어도 피클도 없이 마요 소스만 오는 이곳에서 얼마 전 발견한 고추피클은 내겐

 오아시스의 발견이었다.


고추피클을 발견한 요즘

우즈베크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도 한국인 모드가 발동할 때면 한국에서 챙겨 온 고추장 밥에 비벼 고추와 함께 먹는 것으로 몸에게 매운맛을 선물해주고 있다.

들기름까지 있었다면 참 좋았을껄

중앙아시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하면서 이밖에도 생각나는 음식,

떡볶이와 치킨 

해외 생활하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특별한 음식이기보다 한국에 있을 때 좋아했던 음식들이 대부분 더 그립고 생각나는듯하다.

 과일도 커피도 차가운 것만 마시는 나는 한여름에도 뜨거운 차를 마시는 우즈베크에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배달 문화가 발달이 안된 이곳에서 어플로 빙수 한 그릇 주문하여 에서  편하게 앉아 빙수를 먹는 모습.

한국에 도착하기 전 미리 주문한 라면박스가 집 앞에서 나를 반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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