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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Aug 16. 2022

우즈베키스탄 시골의 작은 빵가게

우즈베크 시엄마의 빵집을 소개합니다

2년 전쯤,

첫아이를 돌봐주던 어머님이 우즈베크로 돌아가 생계를 위해 시작했던 빵가게.

브런치에도 막 시작하는 어머님의 빵 만드는 이야기를 담은 적이 있는데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간 어머님의 빵집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인 넌과 파트르만을 만들어 팔아보자 생각하고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기고 간 차를 팔아 그것을 밑천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 가서 몇 개의 기계들을 들여 빵을 파셨는데 가게마저도 내기 부담스러우셨던 어머님은 나라의 허가를 받아 집에서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셨다.

빵도 빵이지만 집에서 살림만 하셨던 어머님에게 사업은 여러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등이 있었고 그럼에도 맛있다는 입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어머님의 빵가게는 조금씩 성장하게 되었다.

돈을 벌 때마다 알뜰살뜰 모아 기계들을 하나씩 사서 빵의 종류도 음식도 늘릴 수 있었던 어머님은 시누이 집 옆의 안 쓰는 창고를 가게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빵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어머님 빵집 배달 차) 사촌동생이 배달을 맡고 있고 결혼식에 음식을 납품하는 중이다.

 빵 이외에도 결혼식과 파티가 잦은 우즈베크인지라 잔치에 올라가는 쌈사(만두)나 샐러드 등을 만들어 납품하시기도 하셨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많이 하는 sns를 이용하여 주문을 받기도 하였는데 신기했던 건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케이크를 사진을 보여주며 만들어 달라는 식의 주문이 들어오면 어머님은 시장에 나가 사진과 최대한 똑같이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데코 할 것들을 사 가지고 오셨다.

(왼쪽)사진을 보여주며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면 //  요청한 사진을 보고 (오른쪽) 만들어 드린다.
케이크 속

주문이 많아 어머님의 빵가게는 집안에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고서야 365일 운영을 하며 결혼식이나 시장에 대량으로 납품해야 되는 날이면 새벽까지 일하시고 돌아오시는 날들도 많다.


빵집에는 돈이 필요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같이 일하고 싶다고 찾아온 고모님과 남편의 시누이들 그리고 이모님네 가족, 또 시집가기 전 이것저것 배운다며 빵집에서 일하게 해 달라는 친척의 딸까지 온통 가족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힘들게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다들 내일처럼 즐거워 보였고 그럼에도 일할 때만큼은 다들 각자가 맡을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을 좋아하고 말을 잘하는 이모님은 시장이나 결혼식장과 계약을 하거나 전화주문받는 일을 주 업무로 하며 큰 시누이는 타슈켄트에서 배워온 제빵 솜씨로 케이크를 도맡아 만들고 이모네 조카는 요즘 젊은이답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배달과 물건을 사는 일 등을 하면서 각자가 사장처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 어쩌면 돈문제로 다툼이 생기진 않을까, 일적으로 부딪치지는 않나 하는 불안과 걱정을 했는데 우즈베크에 있는 동안 빵집에서 일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이 더 믿음직스럽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이 케이크 또한 고객님의 사진 요청으로 만든 케이크이다.
어머님 빵가게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의 케이크는 이렇게 숟가락을 꽂아준다.
케이크를 사간 분이 맛있었다며 감사인사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즈베크 사람들이 마카롱처럼 좋아하는 디저트인데 엄청 달 줄 알았는데 많이 달지 않아 계속 먹게 되는 그런 맛이다. 적당히 달아서 좋았던 디저트!

우리는 늘 사진으로만 보던 먹고 싶었던 어머님의 빵을 이번에 우즈베크에 와서 드디어 먹어 볼 수 있었고 빵가게를 하시는 어머님 덕분에 여러 가지 맛의 우즈베크 빵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예전부터 느꼈던 어머님의 손맛!

빵에서도 나타나 역시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어머님의 손맛도 손맛이지만 케이크를 만든다거나 여러 제빵기술이 갖고 있던 게 아니었던 어머님이 유튜브를 보고 여기저기서 보고 배운 것들로 공부하며 이렇게 빵집을 운영해 나간다는 게 무척 신기하면서도 이것저것 시작하고 싶어 하는 내게 무엇을 하든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어머님과 지낼 때는 어머님이 우즈베크 음식을 만들면 모든지 손으로 빚어 만두도 만들고 면도 뽑고 하는 게 우즈베크의 모든 여자들이 다 이렇게 음식을 잘하는 줄만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서도, 우즈베크에서도 잔치를 가거나 맛집이라 해서 다녀보고 하면 맛이 가지각색임을 알 수 있었고 어느 순간 우즈베크 음식을 많이 먹어보다 보니 우즈베크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는지 우즈베크 음식에 대한 맛 평가를 할 수 있는 경지까지 간 내가 되었다.

우즈베크 쌈사(만두)로 만두소에는 양고기와 다진 양파가 들어가고 빵은 얇은 패스츄리를 여러 겹 한 듯  매우 바삭하다

이번에 700개나 되는 쌈사(만두)를 결혼식에 납품하면서 따뜻할 때 먹으라며 어머님이 집으로 만두를 보내주셨는데 쌈사를 이곳저곳에서 많이 먹고 다닌 나로서는 어머님의 쌈 사가 단연 1등!


만두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쌈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나는 고기의 속재료를 보면 맛집과 아닌 곳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어머님의 쌈사는 고기와 속재료를 아끼지 않고 야채도 정성껏 잘게 다져 육즙이 고기소에 싹 배게 하였고 페스츄리처럼 얇게 여러 겹 반죽한 듯 바사삭하는 식감도 쌈사의 맛을 더 높이는 것 같았다.


어머님이 음식 만드는 걸 보면 음식은 손맛도 손맛이지만 정성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음식에 대한 진심을 담은 어머님이 해주는 음식은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조차 느꼈는지 집에 싸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며

편하게 배달음식을 먹었던 한국인인 나로서는 음식을 사 먹는 걸 즐김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크 음식 쌈사(만두) 만큼은 파는 음식이 아닌 집에서 만든 어머님의 만두만 먹는 내가 되었다.

결혼식에서 먹는 우즈베키스탄 샐러드

우즈베키스탄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정말이지 케이크인데 아이스크림 맛이다.

아이스크림 생크림이 따로 있어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이 나지만 케이크이며, 시원하지만 실내에 오래 놓아도 잘 녹지 않았는데 신기하면서 엄청 달콤한! 시원한 바닐라맛 케이크 아이스크림이다.

한국에서 먹는 호두파이와 비슷하며 어머님 빵가게에 놀러 가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빵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식당에서 파는 샐러드와 쌈사(만두)를 왜 빵집에서 파는지 의아해서 샤로프든에게 물었는데

파리바게트처럼 빵집에 샌드위치나 샐러드, 리조또를 파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바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빵집 구석에 마련된 책상과 노트들, 그곳은 어머님의 레시피 노트와 거래처 연락처, 그리고 매출 등을 기록해놓은 장부들이 놓여있었고 어머님이 사무를 보는 자리인 듯했는데 크지 않은 이곳 빵집에도 구색은 다 갖춰놓은 듯이 보였고 어머님이 퇴근하시기 전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적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이란 걸 느끼게 되었는데 살이 쪽 빠진 어머님을 보고 일손을 도와줄 사람들을 더 뽑으라 이야기하였지만 그렇게 되면 가게도 더 넓혀야 되고 기계도 더 들여야 하는데 하나뿐인 아들도 한국으로 가는 마당에  여기서 일을 더 크게 벌리는걸 부담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인테리어도 딱히 투자하지 않고 맛으로만 승부하는 어머님이시지만 그럼에도 어머님은 늦은 나이에 꿈이 하나 있는 듯하다.

빵이 주식임에도 많은 발전이 없는 우즈베크의 빵가게.

언젠가 넓은 땅을 사서 한국처럼 사람들이 앉아서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갈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 빵도 만들고 손주들 용돈도 실컷 주고 싶다고 이야기하시는 시어머니다.


어머님의 빵가게 덕분에 우즈베크 빵을 만들 기회도, 이것저것 많은 빵도 먹어보며 우즈베크의 빵에 대한 이해도와 행복도를 높일 수 있어 행복한 요즘,

나는 어머님의 빵가게를 위해 무엇을 도와드리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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