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장 보러 가는 걸 좋아했던 난 아빠를 따라 마트에 가는 일은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카트들을 보며 어떤 걸 사는지 인기 식품을 살피기도 하였는데, 어떤 날은 친구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 가서 종류별로 라면을 담는 걸 보고 과일을 많이 사는 우리 가족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카트를 담는 사람의 식습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거.
마트라는 공간은 나만의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주는 곳이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지금도 가족들 모두 마트에 가서 각자가 좋아하는 식품을 고르는 건 우리 가족의 즐거운 나들이 중 하나인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하는 지금도 카페나 조용히 앉아있을 만한 곳이 마땅히 없는 이곳에서 내게 마트는 구경하고 이것저것 물가를 알아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이곳은 우즈베키스탄의 시골마을이지만 이곳에도 시장에 가면 마트 한두 개쯤 볼 수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다양한 마트들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다 보면 지역마다 마트마다 장단점과 특이점 등 많은 걸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동네 마트 사진
Q. 우즈베키스탄 마트의 장점은 무엇일까?
당연히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아이들 간식으로 사 온 킨더초콜릿이 18000 숨이었는데 저녁에 집 앞에서 사 온 큰 수박 한 통이 17000 숨이었다는 사실.
초콜릿의 가격을 순간 의심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과일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프링글스나 킨더초콜릿과 같은 수입식품들은 가격이 한국보다 더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 외에 우즈베키스탄 식료품은 아직 까지 저렴한 편이다.
Q.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 마트의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군것질거리가 다양하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결혼식이나 손님들이 오면 초콜릿을 항상 상에 올리는데 그래서 마트에 가면 초콜릿이 항상 많이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군것질거리의 대부분이 초콜릿 아니면 스낵 종류는 감자칩이 전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되어 만든 과자는 종류도 별로 없지만 맛도 없어 손이 잘 안 가게 되는데
군것질을 좋아하여 편의점에 자주 가던 나는 한국에는 과자나 군것질거리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이곳 생활을 하며 처음 느끼게 된 것 같다.
다양한 초콜릿이 있으며 러시아나 외국에서 들어온 초콜릿은 굉장히 비싸다.
단점 두 번째는 타슈켄트에 있는 대형마트들은 안 그런 곳들이 많지만 타슈켄트의 동네 마트나 내가 사는 동네의 마트에 가면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위생상태였다.
아이들이 있다 보니 위생에 대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듯한데 아이의 기저귀만 봐도 포장 없이 팔고 있는 기저귀를 보면 아이들 엉덩이가 괜찮을까 걱정이 되어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데
기저귀 말고도 마트 안에서 판매되는 고기들은 포장이나 유통기한도 없이 냉장고에 비치되어 있어 고기 껍질만 봐도 걱정이 되는 그런 상태였고 흥분해서 친정엄마에게 이야기하면 옛날에 한국도 다 그랬다고 말하는 엄마이다.
이곳에서 안사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행여나 식구들이 사 올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까탈스럽다면 까탈스러운 며느리 탓에 시엄마는 한국인 며느리와 사는 게 많이 익숙해지셨는지 유통기한과 포장상태를 확인하고 가져오신다.
우즈베키스탄 마트의 세 번째 문제점은 바로 유통기한이다.
라면이든 초콜릿이든 아이스크림이든 먹는 것마다 유통기한 지난 것 투성이었는데 먹는 중에 뭔가 맛이 이상하다고 느껴 마트에 가서 따지자고 이야기하면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갸려는샤로프든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 아니 우즈베크 시골사람들이라 그런지 우즈베크 남편 샤로프든도, 이곳 사람들도 누구 하나 따지려고 하지 않는다.
따지는 사람도 따져도 아무 일 없는 이곳에선 이제는 먹는 사람인 내가 알아서 잘 사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 마트가 다 이렇게 불편한 마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는위생적으로나 품질적으로나 우수한 마트들도 많이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는 대형 마트인 카르진까라는 곳도 있고, 타슈켄트는 러시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점점 증가하면서 터키 마트, 한인마트 등 외국에서 들어온 마트들이 많이 입점해있다.
그중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마트는 까르 진까와 carrefour market.
까르진까는 동네마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자리하고 있어 자주 볼 수 있는 대형 마트이고, 타슈켄트 중심부 쪽에 자리하고 있는 까리뿌마켓은 프랑스에서 들어온 마트라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의 마트 물가보다 타슈켄트라 그런지 물가 차이도 나는 건 사실이지만 없는 게 없고 위생상태도 훌륭하다.(이곳에 없으면 우즈베키스탄에 없다고 생각하는 1인)
큰 사이즈의 기저귀를 구할 때도, 아이가 좋아하는 치즈스틱을 찾아 해 매였을 때도 이유식을 하기 위해 무를 살 때도 나는 타슈켄트의 까리뿌 마켓을 이용했고 미역부터 라면, 간장소스 참기름 등 굳이 한인마트에 가지 않아도 반가운 한국식품도 꽤나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까리뿌마켓이다.
이밖에도 타슈켄트를 걷다 보면 꽤나 좋아 보이는 마트들도 여럿 보이는데 동네 마트에서 사 먹던 맛없는 캔커피에 낙담했던 차에 스타벅스 커피를 발견하고 너무도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코스트코에서 과자를 사서 우즈베키스탄 조카들에게 보내준 적이 있는데 타슈켄트에 가보니 비싸서 그렇지 있을 건 다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던 날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시골마을엔 없는 것도 타슈켄트로 가면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걸 알았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지인들에겐 버는 돈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라 한국인들이 편의점에서 쉽게 사서 먹는 이런 군것질거리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겐 부담스러운 식료품들인지라 사람들은 소비를 안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유통기한도 훌쩍훌쩍 지나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 우즈베키스탄에 올 때는 한국보다 비싼 우즈베키스탄 식품을 한국에서 많이 사 와서 식구들에게 나눠주면 다른 어떤 선물보다 반가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