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 우즈베키스탄 생활은 두 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전처럼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인지 강철체력에 1년간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내가 이곳에서는 잔병을 달고 사는 중이다.
이빨이 약하긴 했지만 이곳에 와서 치통이 심해졌는데 남편 친구 중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치료도 다 끝내지 않고 씌어버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우즈베키스탄 치과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였던 나인데 비단 치과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번 아이가 아파서 갔던 소아과의 위생상태도 그렇고 여러 좋지 못한 기억 탓에 이곳에서의 병원은 내겐 불신 자체가 되어버렸는데 우즈베크 가족의 통역이 아닌 의사와 직접 진단 결과를 듣지 못하는 불안함도 내겐 병원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인것 같다.
치통이 있을 땐 한국의 게보린과 같은 우즈베크의 큐펜을 복용하며 무식하지만 자극이 안 되는 음식들을 먹고 최대한 안 아프려고 노력하는데 엎친데 덮쳐 구내염까지 생겨 또 다른 통증이 생겼고, 짜고 기른진 음식에 안 먹던 고기들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변비도 심해져 아랫배가 불편해져 갔다. 한국에서 이것저것 잔뜩 보험을 들어놓은 내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절대 아프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이곳에 왔는데 그토록 건강하던 내게도 여기저기 몸에 이상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문제는 샤로프든과 타슈켄트에서의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시댁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부터 심한 기침이 시작됐다.
평소 약도 잘 안 먹고 병원도 잘 안 가는 나이기에 이번에도 금방 괜찮아지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기침은 일주일 이상 지속됐고 혹시나 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코로나 일회용 검사 키트를 써봤지만 코로나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침은 날로 심해져 폐가 아픈 느낌까지 받았고 새벽에 기침 때문에 잠도 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래도 코로나인듯한 직감에 우즈벡 남편에게 말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코로나가 없다고 한결같이 말하는 남편.
이미 다 걸려서 쓸고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인데 나중에서야 다시 이 말을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한 번도 걸린 적 없던 나는 그럼 코로나가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시어머님은 멀리서 와서 아픈 한국 며느리가 걱정이 되었는지 바쁜 빵집도 제쳐두고 어떻게 그렇게 약을 잘 사서 오시는지 목에 뿌리는 약부터 코 막혔을 때 뚫어주는 멘솔향 약, 바르면 열이 나는 크림, 마시면 온몸에 열이 나는 레몬 음료 같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약 들을 잔뜩 사 오셨고 기관지에 좋다며 이것저것 발라가며 등 마사지까지 해주셨는데 문제는 약을 먹고 이것저것 다 해봐도 나아질 기미기 없었다.
그러다 결국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남편과 병원에 가기로 했는데
사돈의 팔촌쯤 되는 가족 중 의사가 있어 어머님이 미리 전화를 넣어주셨고, 현지인을 안다는 뿌듯함에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기쁨도 잠시 내가 들어간 방은 이비인후과도 아닌 내과도 아닌 소아과 선생님이 계신 곳이었다.
동네에서 개인이 하는 종합병원
기침하는 기관지 정도는 봐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 먼 가족도 가족이니 일단 진찰을 받았는데 같이 간 남편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하시는 소아과 선생님.
정확한 내용 전달도 못 받고 엑스레이를 찍어야 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정확할수록 좋으니 일단 엑스레이를 찍었고 결과는 오후에나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에 남편이 대리로 병원에 방문하여 결과지와 약을 받아왔는데 검사 결과에 나온 나의 병명은 만성 기관지염이었다.
한국에서도 멀쩡하던 내 기관지들이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 두 달 만에 만성기관지염이라니.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하면서 카펫이 깔려있는 우즈베키스탄 생활문화에 먼지 걱정을 늘 해왔는데 그 때문인 건지 아니면 타슈켄트 여행을 하면서 묵었던 쾌적하지 못했던 방 때문인지 여러 생각이 들게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식이니 여행이니 하며 돌아다니면서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블로그에 코로나 증상들에 대해 쳐봐도 내 증상들이 코로나 증상과 너무 비슷했고 그래서 더 코로나를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
기관지염이면 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들을 먹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단순 기관지염이 맞는지 기침이 계속될수록 불안해져 갔는데 이런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남편이 가져온 약들을 보고 나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약을 먹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약들이 있었는데 약은 그렇다 치고 저 많은 주삿바늘은 무엇일까.
시어머님은 엉덩이에 두대, 팔에 한대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하루 세대씩, 5일간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고 병원에서 맞으면 꽤 비용이 나가는데 집에서 맞으면 돈도 조금 들고 번거롭지도 않다며 위로 아닌 위로로 아프지 않게 잘 놔준다는 말도 보태셨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간호학원 같은 곳에 두어 달 다니면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시술들을 배울 수 있고 수료증도 준다고 하는데 시어머님도 자식을 세명 낳고 자식들이 아플 때마다 이곳저곳 병원을 찾아다니기 힘들어 학원에서 배우고 수료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예전에도 어머님이 시누이들과 남편에게 영양제 주사를 놔주는 걸 보고 놀란 나는 처음엔 집에서 시술하는 게 괜찮은 건가 싶어 조용히 남편을 말리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아 하는 우즈베키스탄 가족들 탓에 이 또한 우즈베크 문화중 하나리.
하며 흘려버리려 했는데 그 주사를 내가 맞게 되다니.
그래도 얼마 전 몇 날 며칠 감기몸살로 앓고 있을 때 어머님이 놔준 엉덩이의 주사 한방 덕분에 바로 나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어머님을 믿어보기로 하고 주사를 맞고 약을 열심히 먹었는데 문제는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새벽에 자다가 구토를 하는 상황까지 생겨버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 상황에서 주사를 열방 넘게 맞고, 저 많은 약을 먹었는데도 오히려 더 아파지니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주사약에 대체 뭐가 들었냐 따져 묻기 시작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팔에 구멍을 내며 맞았던 주사가 비타민c이었다는 것
비타민c는 한국에서도 이미 챙겨 와 가방에도 잔뜩 있었는데 기관지 치료제가 아닌 비타민c라니.
팔에 난 주삿바늘들을 보며 외국까지 나와서 아픈게 서러워진 나는 감정조절이 안되어 잘못도 없는 샤로프든에게, 울며 매일같이 화를 냈지만 샤로프든은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였는데 예민해진 나를 위해 집에서 편하게 쉬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님 빵집으로 간 샤로프든이 어느날은 저녁때쯤 빵집에서 오며 꽃다발을 건내주었는데, 꽃다발이 만병통치약이었는지 기관지염이든 코로나든 상관없이 싹 낫는 느낌이었고기침도 덜해진 느낌이 들었다.
기침이 시작되고 20일 정도 지났을까,
기침할 때 자몽과 같이 신과일을 먹으면 좋다 해서 이모님이 사다준 자몽을 앉은 자리에서 다 먹기도 하고, 유독 차가운 걸 좋아해서 시원한 캔음료만 마시던 내가 어느 순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는지 뜨거운 차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강차를 마시면 괜찮아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부탁하였는데 샤로프든이 사다준 레몬 생강차를 마시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강차를 마신 다음날 내 기침은 끝이 났다.
요란했던 나의 투병생활을 끝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있으면서 아프면서 알게 된 것을 정리해보면
첫 번째는 우즈베키스탄은 의사가 집으로 왕진하는 일이 보통의 일이며 집에서도 많은 여자들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약국에 가면 우즈베키스탄 약과 러시아어로 된 러시아 약들이 있는데 확실히 한국인인 내게는 한국의 약이 효과가 좋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