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그날은 여자에게 보통 날짜 계산을 하거나 여자로서 언제인지를 기억하기 마련인데 날짜 계념 없는 바쁜 주부로써 미리 그날을 암시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것.
나는 늘 이때가 되면 조심스러워지고 나 자신이 컨트롤이 잘 안돼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하는데 참아야지 하면서도 옆에 있는 가족에게 늘 짜증을 낸다.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거나 배부르게 밥을 먹었는데 갑자기 단 음식이 당길 때 난 앞으로 그날이 다가옴을 눈치채고 성격을 죽이자고 수십 번 되새기지만 늘 그날이 오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꼭 후회할 짜증을 내는데 생리통이 심하다거나 몸이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게 아님에도 예민성만큼은 남들보다 극에 달하는 나 자신이 컨트롤이 안돼 내가 날 말려도 보지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던 것.
아무 잘못 없는 남편에게 갑자기 짜증을 내고 아이들에게도 짜증을 내었다.
착한 남편은 평소엔 나를 잘 알아서 좋게 좋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이번만큼은 남편도 화가 많이 난 듯했고 결국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를 오가며 싸움을 해버렸다.
나 좀 돌봐줘라고 말하는 내게 언제까지 받아줘야 되냐는 남편에 울컥한 나는 더 이상 집에 있는 게 답답해 집을 나왔는데 추워서 들어간 곳이라고는 근처 마트.
누가 주부 아니랄까 봐 아이들 간식에 다음 주에 나갈 카드이체를 생각해 atm기를 찾던 나는 결국 볼일 다 보고 집에는 가기 싫고 날은 추워 아파트 2층 계단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열두 시에 들어갈 것이라는 각오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이 영상 저 영상 평소보지 않던 영상들을 넘기며 퉁퉁 부운눈으로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알고리즘 무서운 건 알고 있었지만 우울증에 관한 영상이 딱 눈에 들어왔고 정신과 의사는 9개 중 5개 이상 해당되면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확인해 보니 6개나 해당되었던 것.
내가 우울증이었다니.
늘 밝고 친구 많았던 내가? 생각지도 못했었다.
하긴, 아이들 낳고 언젠가부터 나는 늘 쫄보였다.
학교 간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오면 걱정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남들 시선을 살피고 나를 숨겨가며 남들이 좋아할 만한 거. 모두 남들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는 듯했다.
생각은 많은데 몸은 안 움직이고 머릿속만 복잡해 짜증만 쌓였던 하루하루.
그날이 오면 더 예민해졌는데 평소 집안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로 잠깐 욱 해서 그런 거겠지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내가 우울증이었다니.
울컥해 아파트 계단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눈물은 왜 안 멈추는지, 휴지가 없는 것도 서러워졌다.
눈물이 계속 나는 것도 우울증이라고 했는데.
결국 춥고 속이 안 좋아 집에 들어가긴 했지만 들어오자마자 조용히 방에 들어가 멍하니 또 생각을 비우고자 핸드폰을 만지작 유튜브를 켰고 그러다 잠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뭐가 문제인지 아이들은 케어해야 하고 같은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좋을 때는 너무 좋지만 싸울 때는 무섭게 싸우는 남편과 나
언제부터인지 모를 시댁과의 갈등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고 인생이 많이 꼬여버린 것 같은데 어디서 잘못된 건지.
유일하게 내 마음을 툭 터놓을 수 있는 브런치에 끄적여본다.
여기만큼은 유일하게 내가 솔직한 곳이니까.
이런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다니 이조차도 죄송하고 우울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