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9년 차 후기를 듣고
5년은 E-9 취업비자로, 4년은 F6 결혼이민 비자로 10년 가까이 거주하며 한국에 살고 있는 남편에게 문득 한국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중이었다.
샤로프든과 소파에 앉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느꼈던 많은 생각들을 서로 이야기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서로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단점은 잘 포장하고 장점을 어필하는데 노력을 하는 게 느껴져서 어쩔 수 없는 나는 한국인이요, 남편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었다.
한국엔 좋은 게 정말 많지.
땅이 작은 것도 장점인 것 같아. 택배도 엄청 빠르고
특히 교통이 진짜 좋은 것 같아. 어딜 가고 싶으면 금방 갈 수 있어서 좋아
우즈베키스탄은 지하철이 도시에만 있고 기차가 있긴 한데 많이 불편해.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서 여름방학이 3개월 정도로 엄청 긴데 한국은 여러모로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춘 것 같아.
병원이나 교육에 대한 복지도 좋고!
한국사람은 우즈베크 사람이랑 어떤 게 다른 것 같아?
한국사람들은 빨리빨리 하는 걸 너무 좋아해.
밥 먹을 때도 너무 빨리 먹어서 처음엔 힘들었는데 이제는 적응돼서 나도 빨리 먹을 수 있지!
그리고 일할 때 보면 내가 만난 상사만 그랬던 건지 상사들은 아랫사람의 조언을 잘 안 들어.
그런데 한국인들은 보면 일도 많이 하고 엄청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 것 같아
어머님은
한국에서 부모님들은 자식을 엄청 과잉보호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부모가 자식한테 쏟는 애정만큼 아이가 커서 부모님께 많이 효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뉴스나 영화에서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장면이나 드라마에서 자식이 부모에게 소리 지르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모습, 화내는 모습을 보고 어머님은 진짜로 저러냐면서 나에게 물으셨는데 다 그런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머님의 말씀이 계속 얹혀있었는지 자려고 누워서 남편에게 한마디 해버렸다
과잉보호는 우즈베키스탄이 더하지
어머님 아침 차려주실 때 빵에 치즈까지 발라서 차려주시잖아
먹는 사람은 그냥 입에만 넣는 수고로움만 있게
과일 깎을 때도 귤까지 다 까주시고
아직까지 결혼한 아들한테 애칭 부르고~ 한국은 안 그래 우리 엄마 못 봤어? 야야! 하잖아
우즈베키스탄도 분명 있을 거야 그런 자식들.
나는 뭔가 찔렸는지 더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즈베크 사람이 잘 먹는 한국음식은 뭐야?
우즈베키스탄은 면요리가 많으니까 아무래도 국수는 거부감 없이 다들 잘 먹는 것 같아
그리고 치킨도 좋아해
친구들끼리 우리는 자주 치킨집에 갔었어. 치킨이 소스도 다양하고 맛있으니 모두가 잘 먹지
할랄이 아니어서 안 먹는 무슬림들도 있지만 말이야
실제로 우리는 혼인신고를 한 날도, 신혼여행을 가서도 특별한 날도 외식을 하는 날도 칼국수를 먹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입맛을 가졌는데 칼국수가 바로그 교집합임을 알았다.
우즈베크에 가져가고 싶은 한국의 물건이 있어?
우리는 전기도 부족하니까 전기도 가져가고 싶어. 고층아파트가 없으니 아파트랑 그리고 물도!
장난치지 말고.
실제로 남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전기사업을 하고 싶다고 이것저것 알아본 적이 있다.
이것저것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항상 넘쳐 난다며 말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어머님은 홍삼 약이라고 하셨다
우즈베키스탄엔 이런 약이 없어서 한국 왔다가 가는 사람들은 선물용으로 홍삼 약을 많이
사가고 있는데 가격이 싸건 비싸건 다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은 양말도 좋고.
내 기억엔 시엄마가 저번에 집에 가실 때 구충약을 한 보따리 사간 것이 기억이 난다
DENOV (남편 사는 동네)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구충약을 그렇게나 좋아라 한다고.
러시아 꺼 구충약이 있긴 한데 한국 꺼가 효과가 좋다나
그리고 홍삼도 사서 보내신 적이 있고 양말은 가실 때마다 한 보따리씩 가져가신다.
made in korea는 최고 중에 최고를 외치는 식구들이다.
살림꾼인 어머님이 아무래도 사업가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
며느리감으로 한국 여자와 우즈베크 여자 누가 더 난 것 같아?
우즈베크 여자지~나는 이미 끝났으니까 아들이 있다면 우즈베크 며느리와 결혼시키고 싶어
사실 이 질문은 왜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장난처럼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런 장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의 대답을 듣고 나는 한국 여자라는 답을 들을 때까지 남편에게 설득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농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남편은 종교적으로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 우리 자식이 우즈베키스탄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한국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야?
요~여~~ 이런 소리가 많이 나
있어요~~ 없어요~~ 요~~ 라는 말이 많이 들려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상했어
우즈베크 개그맨들이 티브이에서 요 오`~~이렇게 말하면 한국말이라고 개그프로에서 이야기했었어
우리가 언제 요~~~~~여~~~~ 해
한국에서 지내면서 변화된 것이 있어?
한국음식도 잘 먹게 되었고 발전된 나라에서 살면서 나도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
외국생활의 장점인 것 같아.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랄까
남편은 요즘엔 캐나다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친구가 이번에 캐나다에 가는데 남편도 가고 싶어 했지만 지금 당장은 조금 어렵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자고 이야기했다
친구는 아이도 없으니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고 친구가 그곳에서 적응 잘하고 괜찮다고 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하였다
남편은 역마살이 낀 건지 러시아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한국에서 살고. 타지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며 살고도 이곳저곳 새로운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기껏 배운 한국어는 어쩌고 그곳에는 집도 차도 가족도 없는데 영어는 다시 어떻게 배우려고 그러는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기 좋다고 생각해?
한국은 좋지만 종교적으로 불편한 점이 있어서
살 수만 있다면 두바이에 가서 키우고 싶어. 사우디나 두바이는 무슬림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이니까
(역마살이 확실한 내 남편이다)
우즈베크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한국의 명소가 있어?
바다도 보여주고 싶고 도시로 간다면 강남에 데려갈 거야
우리나라에서도 노래 강남스타일은 인기였어. 강남에 가서 높은 빌딩들을 보여줘야지
한국 여자가 예뻐? 우즈베키스탄 여자가 예뻐?
일반인은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더 이쁘고 연예인은 한국 연예인이 더 예쁜 것 같아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은 성형을 안 하잖아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정말로 예쁘게 생긴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조금만 꾸미면 정말 예쁠 것 같은데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같았다
그래도 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보다는 스스로를 가꿀 줄 알고 자신의 외모에 신경 써서 예뻐지려고 하는 한국 여자들이 내 눈에는 더 예뻐 보였다
막상 남편도 지하철에서 네일아트를 한 여자를 보고 손톱이 예뻐 보였는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신부한테 네일아트 해주면 이것도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하는데 남편도 예쁜 건 예쁜 것이다
한국 8년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뭐야?
우리가 만나서 결혼한 거!
우즈베크에서 초청해서 식구들이 온 거!
사실 처음엔 남편은 없다고 대답했다.
한참을 고민했는데 계속 없다고 하여 옆에 계신 시어머니가 결혼하고 식구 들 온 거 아니냐며 이야기하셨다.
남편이 20대를 공장에서 야근하고 일요일은 반찬 사고 기숙사 청소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그렇게 한국생활을 보낸지라 좋았던 기억이 많이 없어 보였는데
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사실이 있었다
자기 하루 노숙도 했다며.
공장에서 나와 한국에 계신 이모님 집에 가다가 차가 끊겨서 모텔비 삼만 원 아끼려고 벤치 의자에서 잤다고 했다
E-9 취업비자로 일할 때 어땠어?
나쁘게 말하면 노예 비자야
공장을 옮기 지도 못하고 악덕 사장을 만나도 버티지 못하면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한국에 살면서 일할수 있는 자격을 주는 비자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고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
또 일하면서 기술을 배우면 우즈베크에서 할 수도 있고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 물론 돈도 우즈베키스탄보다 많이 벌 수 있고
인상 깊은 한국영화나 드라마는 뭐야?
신세계 영화는 볼 때마다 재밌는 것 같아
우즈베키스탄은 티브이에 욕 이런 거 절대 방송 안되고 요즘에나 술 마시는 거 가끔 나오는데
액션을 정말 잘 찍는 것 같아 싸우는 거 사람 죽이는 것 보면 진짜 같아.
나는 예전에 주몽 아이리스 이런 거 보면서 한국에 오고 싶었었거든.
실제로 티브이에서 신세계가 나왔다 하면 본거 또 보고 본거 또 보고
그만 좀 보라고 하면 한국어 공부 중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욕만 느는 기분이 드는데 신기하게 남편은 욕은 참 빨리 배운다
한국에서 생활중인 우리는 각자 나가서 일을 하며 그렇게 생활비를 벌고 아이를 키우고 조금씩 저축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이든 그 어느 나라에서 살게 되어도 지금처럼 서로에게 배우며 다문화가정으로 태어난 우리 아이에게도 가족애를 많이 느끼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