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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Jan 22. 2020

둘째를 갖자는 우즈베크 남편

나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우리 아이 낳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둘째를 갖자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둘째를 낳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연한 생각이었고 갑자기 진지하게 대화 좀 하자고 하는 남편에게 지래 겁을 먹고

나는 해야 할게 많으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남편의 말을 잘랐다

남편과 나는 결혼을 하자마자 그 해에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되었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을 낳았는데

너무 예뻐서 좋다가도 문득 신혼생활을 많이 즐기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결혼하자마자 아줌마가 되다니.

엄마가 될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눈 깜짝할 사이에 어떤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갑자기 엄마가 된 것이 가끔 이게 꿈인가 싶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 딸은 잘 자라서 벌써 네 살이 되었다

나는 딸을 낳은 순간부터 속으로 혼자 늘 고민하던 것이 있었다


아이는 연년생으로 낳으면 힘들지만 바짝 힘들고 같이 키워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야! 하나만 낳아서 잘 키워야지 생활도 빠듯한데.

나처럼 우리 아이도 두 살 터울로 아이를 하나 더 낳아서 친구처럼 자랄 수 있게 해 줄까?

나이차가 더 나면 왠지 아이들이 친구처럼 지내기보다 첫째가 둘째를 키우다시피 하여 첫째 아이가 고생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키즈카페나 밖에 나가면 다른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친구처럼 붙어 다니는데 우리 애는 혼자 있으니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정말이지 그때는 내 삶이 송두리째 사라질 것만 같아 있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혼자 고민하기 일쑤였다


이런 여러 가지 장단점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다 어느새 딸이 4살이 되니 남편도 둘째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나는 아이를 갖자는 남편의 한마디에 며칠을 고민을 했고 며칠 뒤 또다시 아이를 갖자는 남편의 말에 나는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신경질을 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뭐가 그렇게 급해? 정말 중요한 문제야


너무 혼란스러웠다

엄마와 통화하며 조심스레 둘째 이야기를 꺼내니 엄마는 역시나 하나만 잘 키우라고 이야기한다

엄마는 내가 아이를 낳아서 고생하기보단 내 삶을 더 중시하는 엄마의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요즘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을 때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건지

아이 낳는 것을 부정하려고 들면

또 시어머님이 아이도 봐주시고 집안일도 해주시는데 이럴 때 하나 더 낳아 키우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결혼하면서 삶이 많이 변한 것처럼 아이를 하나를 낳고 둘을 낳으면 또 무언가 많은 변화가 생겨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


남편은 요 며칠간 내 눈치만 보며 나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남편에게 대답을 하지 못했고

나를 잘 아는 남편이어서 그런지 남편은 더이상 아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남편은 결혼할때 전재산 천만원이 전부였지만 우리는 집도 사고 대출없이 차도 샀다.

집은 부모님의 도움도 조금 받고 대출을 받긴 했지만 미약하게 시작했던 우리의 결혼이 풍요롭진 않아도 삶에 허덕일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돈 때문에 둘째를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옷과 남들 다하는 사교육은 못 시켜줄지언정 사랑으로 가득 채워 줄 자신이 있다

아이에게 최고로 좋은 것을 못해주는 미안함은 있지만 그래도 아이가 태어난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도록 마음만큼은 그 어떤 부모보다 넘치게 줄 자신이 있었다

결혼할때도 그랬지만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아이를 낳으면 이제야 생긴 나의 꿈들이 해보지도 못하고 아이에게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과 아이를 낳으면 현재의 삶에서 직장도 생활방식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아 불안한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에서 말한 2020년 1월 1일, 새해 첫날 하루에 태어난 신생아수를 알아보니 2000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었다. 남아와 여아와 출생비율은 비슷했고 국가 총인구에 비하면 신생아 출산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출산율이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다지만 평균 두 명 이상은 낳는 것 같다

 나는 우즈베키스탄에 갔을때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들이 보통 임신을 한 모습을 많이 보았었다

시댁은 종교적인 이유도 있고 남편 동네는 도심이 아닌 시골분들이라 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직도 우즈베키스탄은 남아선호 사상이 있는 것 같다

둘째도 딸이면 또 아이를 낳자고 할 건지 갑자기 남편에게 화도 났었고 이런 우즈베키스탄 문화가 괜히 더 얄미워서 둘째를 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오락가락 내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남편이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니까. 그래서 문제라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지만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남편이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라서 저러나 싶어 미울 때도 있다.


주변에 아이를 많이 낳은 집에서는 아이가 많아서 힘들어도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고

아이가 하나인 친구네는 하나여서 좋다고 하는데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내 삶이 아직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직도 나는 시원한 대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중이다.

시원한 대답이라는게 존재하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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