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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Feb 05. 2020

노래로 배우는 우즈베크어

우즈베크어 도전기

우즈베크어를 왜 배우려고?

우즈베키스탄 가족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요.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까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었고

시어머님 또한 러시아에서 오래 살긴 하셨지만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부터 러시아 문화부터 언어를 배우셨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러시아어를 배워왔고 영어는 필수과목이 아니었기에 내가 우즈베키스탄에서 3개월간 체류하면서 영어단어로 설명하거나 할 일은 생기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편 뒤에 숨어서  웃고 넘기거나 바디랭귀지가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올 때는 우즈베크 단어라도 많이 외워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오니 직장생활과 육아, 여러 가지 핑계들로 배움을 미루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한국에서 우즈베크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남편은 한국생활을 오래 해서 한국어를 못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 남편에게 기대어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을 때 내가 말한 메시지가 전달이 안 되는 건지 단순히 성격 차이에서 나에게 그런 대답을 한 것인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남편에게 한국어 실력에 대해 논하기보단 내가 그의 언어를 배워서 그를 100% 이해해줄 수 있는 아내가 되고 싶었고 우즈베크어를 배워놓으면 언젠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또 혹시 몰라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하게 되면 우즈베크어 정도는 해줘야 나도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보험 차원도 있었다.

시어머니는 한국에 계신지 3년 차인데 아이 있는 집이라 그런지 노래책과 여러 반복학습을 아이와 함께 듣고 배우셔서 그런지 요즘은 웬만한 건 다 이해한다.

그런데 나는 정작 남편과 어머님이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하거나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들리지 않는 대화 내용에 알게 모르게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다.

또 아이가 커서 혹시 우즈베키스탄 남자와 결혼이라도 한다고 하면 사위랑 대화도 못하는 장모님이 되기 싫었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민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배워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는 학창 시절부터 외국어는 쥐약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는 중국어과를 진학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외국어를 잘하지는 않지만 외국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 외국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졸업 후에도 비싼 돈 들여가며 유명한 중국어학원을 다니면서 하루 네시 간식 공부를 하였는데 중요한 사실은 중국어마저도 지금은 머릿속이 텅 비어있는듯하다.


막상 우즈베크어를 배우려고 하니 차라리 러시아어를 배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알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는데 불편함이 없고 또 왠지 더 쓸모도 있을 것 같으면서 경쟁력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결심한 그대로 우즈베크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계획표를 세우려는데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의 추억이 문득 생각났다.

시댁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까지 차로 9시간 거리인데 그곳을 택시를 타며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기사님은 항상 노래를 크게 틀고 가셨는데 밤에 졸음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 그러신듯해 보였다.

밤에 떨어지는듯한 별을 보며 우즈베키스탄 노래를 들으며 타슈켄트로 가는 길은 멋진 드라이브를 하는 느낌이었고 낭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이전엔 외국어 공부를 하면 보통 단어와 문법을 공부하는 방식이었는데 나는 그 이유로 항상 흥미를 잃어 실패했다고 생각했고 잘됐다 싶어 나는 자주 들었던 친근한 노래들을 가지고 먼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노래 가사를 적으며 남편과 공부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들이 많이 있었는데 시엄마랑 2년을 같이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나도 우즈베크어가 살짝 나의 체내로 스며든 것 같다.

여러 가지의 뜻이 있는 단어는 노래 가사를 번역할 때 우리가 평소에 쓰지 않는 시적이 단어라든가 남편이 평소에 쓰는 단어가 아니면 번역에 어려움이 있었고 나는

남편이 한국어로 가르칠 만큼의 실력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그때 다시 한번 느끼면서 더 열심히 우즈베크어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는데 다짐을 넘어서 남편보다 더 우즈베크어를 잘하고 싶어 졌다.

남편은 문법 책부터 공부하자고 하였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노래로 배우고 싶다고 하여서 지금은 천천히 진도를 나가면서 노래로도 배우고 문법도 배우며 틈틈이 단어 수첩을 보고 있다.


노래 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아이가 울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자주 들었고,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부터 지겹게 듣었던 노래 중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인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 노래들이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tM1UkKNuw&feature=share

교제 중이던 여자가 있었다. 친구들이 모인 결혼식에서 여자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고 남자는 여자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마저 배신을 하는데 다니던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하며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다.

그때 항상 옆에서 지켜주는 엄마를 보게 되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 후로 남자는 건강도 찾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며 결혼도 하고 잘 살게 되었는데 이전에 배신했던 친구는 가난한 모습으로 찾아오는데 그는 그를 뿌리쳐버린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손과 발을 펼 수 없는  부끄러움이 조금 있는데 이것이 우즈베키스탄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u6y6Y1sJzA&feature=share

여자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 노래 가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4Ac_Qzl-M&feature=share

한 여자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고 여자에게 정말 잘해줬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돈을 위해 남자를 만났고 자신 말고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데

남자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여자에게 말하지 않았다.

얼마 후 여자는 남자에게 돈을 요구하고 남자가 여자에게 돈가방을 주었는데 알고 보니 돈이 아니라 가방 안에는 돈 대신 종이가 들어있었다.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제야 여자는 후회를 하는. 대충 이런 가사이다.


한국과는 다른 우즈베키스탄 만의 이런 느낌들의 노래도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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