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약점도 어엿한 역할이 있어

나의 아픈 손가락 가만히 들여다보기

by 글쓰는토마토
누구나 이것만 없었으면- 하는 약점이 있다.



약점 : 모자라서 남에게 뒤떨어지거나 떳떳하지 못한 점.



약점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이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약점이라는 단어 속에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의미가 짙겨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약점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도드라질 때가 많습니다.



사실 누구나 약점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

저의 약점을 살짝 하나 공개하자면 자존심이 세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존심이 세다는 것을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한다는 것이 제 약점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약점 때문에 놓친 기회도 사람도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는 몰랐고,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지만요.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고 3때 저는 간호사관학교를 응시하고 떨어졌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대신에 간호대를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하셨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사관학교 떨어진 것도 서러웠는데, 간호대라는 대안이 주어지니 오히려 제가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화가났어요. 결국 감정을 못 이기고 선생님께 사관학교가 아니면 간호대는 관심없다고 매몰차게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간호대를 갔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와서야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분명 좋은 기회를 주신 건데 그 말이 서운하고 사무쳤을까요? 그 때의 저에게 외치고 싶네요. 간호대가 얼마나 좋은데! 이제 와서 이야기 해도 많이 늦었죠.



말이 나온김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자존심이 센 것과 자존심을 센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 이 둘은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자존심이 세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더라고요. 자존심이 세다는 건 그만큼 승부욕도 있다는 뜻이고 남들에게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라도 조금은 더 열심히 살게 됩니다. 그래서 자존심은 성장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자존심이 센 것을 들키지 않는 것에 연연한다면 그건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이루고 싶은 이상은 저기 위에 있죠. 자신을 남들에게 포장합니다. 과정보다는 결과, 그 결과도 어떻게든 더 부풀려 보이려고 합니다. 혹자는 그것도 능력이라고 브랜딩, 마케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면 그럴수록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고 떳떳하지 않은 제 자신이 싫더라고요. 이른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세게 온거죠.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군요.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살자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다음에 일어나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세요? 못난 제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보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괜찮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궁금해지기 시작했거든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런 못난 모습이 되었을까?"

처음으로 제 약점을 비난하지 않고 이유를 찾기 시작한 거죠.


그러니까 정답이 보였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 즉 완벽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제 안에 '자존심이 세다 = 인성이 부족하다'는 잘못된 등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거죠.

이유를 알게 되니 얼마나 허무하고 어처구니가 없던지요. 애초에 완벽한 인성이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말이지요.

그렇게 스스로 충분히 납득을 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들어도 마음이 전혀 동요되지 않더라고요. 자존심이 세면 센 대로 장점이 있고, 자존심이 없으면 없는대로 장점이 있으니까요.

본질을 이해하고 하니, 들키니마니 전전긍긍하던 과거가 우스울 정도로 명쾌해졌습니다.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찬찬히 살펴보면 사연 없는 약점은 없습니다. 약점은 어쩌면 인생의 나이테일지도 모릅니다.

약점이 생긴 이유도, 없어진 이유도 분명 있을 거예요.

사람들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지내다 보니 생긴 아픈 상처. 그게 어쩌면 약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약점에 대해 "왜 다쳤냐?" 다그칠 게 아니라, 낫도록 후후 불어주는 방법을 배우는게 그게 나랑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성된 그림 중에 못난 부분 역시 그 그림을 완성시키는 한 조각입니다. 그 조각이 없다면 그림은 결코 완성될 수가 없죠. 약점도 우리를 완성시키는 어엿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약점이란 부족함이 아니라 완성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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