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N, 생각이 많은 나와 잘 사는 법
저는 MBTI에서 확신의 대문자 N입니다.
생각이 많죠.
스스로 생각이 많다고 자각한 건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생각이 많은 게 천성인 건지 후천적인 건지 모호하긴 하나 추측건대 아마 후자인 것인 것 같습니다.
이게 타고난 성향인지, 후천적인 환경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도 후천적인 영향이 더 컸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요? 바로 흑역사가 폭발하던 여고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저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고등학교 시절, 그 전까지 나름 단단하던 제 멘탈은 고2 때 극도로 가난해지면서 한 번, 엄마의 사고로 두 번, 늘 협박을 일삼던 마귀 담임에게 마구 깨졌습니다.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죠.
현실이 너무 괴로웠던 저는 만화와 소설 세계로 정신을 줄행랑쳤습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커지고, 그게 부정적인 생각이라면 증폭하는 것이라는 걸요.
힘든 경험이 많을수록, 괴로운 기분이 들수록 머릿속 생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궁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머릿속이 복잡할까?"
"아니면 다들 겉으로만 단순해 보이는 걸까?"
이 질문의 답변은 몇년 전, MBTI 검사를 통해 명확해졌습니다.
저처럼 생각 많은 사람들을 N유형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된 거죠.
이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안도했습니다.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이렇게 N동지가 많다니……!
그렇다고 제 생각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연대감이랄까요?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란 생각이 드니까 괜스레 위안이 됐습니다.
뜬금없는 셀프 팩폭입니다만, N 유형의 뇌 그림은 잡념들로 차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이 맥락 없이 튀어나오고 꼬리를 물죠.
머릿속은 언제나 마치 공회전 하는 모터처럼 빙빙 돌고 열을 뿜어냅니다. 잠시도 쉬지 않죠.
심지어 제가 원해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이걸 끊어내려면 훈련도 필요하죠.
의식적으로 생각 그만!! 하고 끊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S 유형(현실형 인간)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부러워만 해서는 달라지는 것은 없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생각을 질 좋은 생각으로 바꿔보자"
생각도 가치에 따라 분류되더라고요.
냉정하게 보면, 쓸모 있는 생각과 쓸모 없는 생각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질 좋은 생각이란 무엇일까?
아웃풋(결과물)을 만드는 인풋(재료)이다. 나름대로의 결론입니다.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깊은 고민,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생각이 바로 질 좋은 생각입니다.
반면, 잡념은 먼지 같은 생각들입니다.
쓸데없는 후회, 걱정, 타인의 시선 같은 것들이죠.
이런 생각은 생길 때마다 후-하고 날려버려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습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남의 눈을 많이 신경 씁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내 안에 나보다 남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을 의식하면 할수록, 불안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악순환에 빠지죠.
저도 한때 남의 잣대로 가득 찬 나 자신을 발견하고 씨게 현타가 왔습니다.
그때부터 제 좌우명을 하나 정했습니다.
'세상 무슨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옛말에 틀린 말 없더군요. 세상 어떤 일이든 10개 중 10개 다 나쁜 경우는 없습니다.
최악 같은 순간에도 1~2개는 감사한 일이 있습니다.
그걸 의식적으로 찾아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안 될 것 같은데도, 억지로라도.
처음에는 이 과정이 어색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계속 훈련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진짜로 변하더군요.
작년에 아파트 누수 문제로 이사업체와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소송 중이고요.
남들 문제 없이 잘 가는 이사, 별안간 저는 이사업체와 소송전에 휘말렸습니다.
소송도 처음이었기에 정말 심란했습니다. 이웃집에 사다리차가 올라온 것만 봐도 괴로울 지경이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설령 소송에서 져서 몇 천을 버리게 되더라도 나는 엄청난 인생 경험을 했다."
최악의 순간을 상정해보고 기꺼히 받아들이겠다고 마음 먹으니까 담담해지더라고요.
최악이라 여긴 순간에도 배울 점이 있었어요.
또 하나, 평가는 유보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평가 대상은 나와 남, 모두를 포함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변합니다.
오늘 내가 못나 보여도, 내일 1mm라도 나아지면 나에 대한 평가는 틀린 겁니다.
사람은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성장중이기에 평가는 항상 유보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 성급하게 나와 남을 평가하지 말자구요.
사람도, 상황도 늘 변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세상 사람 모두가 내게서 등을 돌리더라도, 나만큼은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세요.
내가 나만 버리지 않으면, 몇번이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내 힒듬, 기막힌 사연, 나 말고 누구도 절대 모릅니다.
그러니 철저하게 내 편이 되어 나를 지켜주기로 해요.
꼭이요!
이상 생각 많은 N아무개의 사는 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