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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Feb 28. 2022

브리즈번 대홍수 2022

호주에 와서 산지 횟수로 14 년 째이다.

14 년을 계산하기 위해 손가락을 꼽아 봤으니, 내가 얼마나 살았나 계산한 건 처음인 거 같다.

14년이라,,,

정말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하고 충격을 받으며 타자를 쳐 내려가고 있다.


먼저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 14년을 살았는데,

브리즈번 대 홍수를 두 번 겪고 있다.

대 홍수.. 그냥 작게 작게 물에 잠기는 게 아니라, 정말 경제의 마비가 오고, 수천 채의 집이 잠기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집에 갇혀 버리는..

도로가 물에 잠겨, 일터에 가서도 집으로 가는 길이 어디를 통해서 가야 하나 일일이 챙겨야 하는 일..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오후 일을 마치고 올 때면, 시간은 11시 반이므로, 가로등이 별로 없는 호주 도로에서는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곳곳에 움푹 파인 도로들도 많고, 야생동물들이 행여나 나와 있지 않나, 그리고, 물이 넘쳐 길이 막혀 있지 않나를 다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

어제도, 그랬다.

일을 가기 전까진, 그래도 도착할 수 있었다.

길이 막혀 돌아 돌아가긴 했지만, 워낙 큰길들이라, 괜찮지 하긴 했다.

길 옆으로 물이 찰랑찰랑하는 걸 보며 살짝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괜찮겠다고 했는데,

일 하는 내 내도 비가 더 쏟아붓는 바람에, 역시나 길이 다 막혀 버렸다.

휴. 정말 이지 이게 뭔 일 인가 싶을 정도로, 아찔 했다.

시프트 시간들이 달라 일찍 마친 닥터들이 줄줄이 다시 병원으로 들어왔다. 가다가 길이 막혀서 돌아 돌아갈 수 없어 할 수 없이

다시 와서 일을 하는 웃픈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걱정이 더 해졌다. 우리 병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앰뷸런스들도 길이 막혀

환자 이송을 못하는 상황이라, 말해 뭐해하는 상황….

물론, 그냥 일터에 남아 잠을 잘 수도, 회사에서 오거나이즈 해주는 호텔을 이용할 수 도 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도 강 옆이라,

혹시나 집도 잠겨 버리면 어쩌나 하고 너무 걱정이 돼서 그냥 맘 편히 일터에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남편 혼자 애 셋에, 고양이 둘까지 감당할 수 있을 수 없을 거란 걸 알기에, 마음도 조급해지고 일에 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틈틈이 도로 상황을 살펴보는데, 도대체, 뚫려 있는 길이 없었다.

앱상으로는 일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죄다 막혀 있었다.


겨우 겨우 교대 시프트를 하러 온 친구들 말을 듣고, 여기저기 뚫려 있는 길로 돌아 돌아, 30분이면 올 길을 1시간 20분이 걸려서 왔다.

그렇게 와서 자고 있는 애들의 얼굴을 보고 나니, 맘이 놓여,

그제야 허기가 들어, 라면 물을 올려 따끈하고 맛있는 라면 한 그릇에 드라마 한 편을 보고선 잠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비를 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래 빗소리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이 얼마나 징글징글한 소리 이던지….


자기 전에 2011년 대 홍수가 생각났다.

그땐, 공부를 하던 시기라 학교 근처 강가에 살고 있었더랬다.

그래서 그때의 피해는 훨씬 더 크긴 했지만, 사실 나는 그때보단 지금이 더 고통스럽다.


일단 애들의 학교들이 다시 다 닫고 있다.

코로나로, 2주 연장 방학을 하고, 다시 학교로 간지 얼마 되지 않아 또 공식적으로 닫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린이 집도 마찬가지… 엄마들은 알 거다. 이 얼마나 청천벽력인지.!!

애들은 심심해 죽으려고 하고, 뭔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한정적인 이 상황.!!

게임, 아이패드, 티브이가 아니라면, 30 분 이상 놀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하루란, 정말이지 238479 시간 같은 24시간이다.


더 커진 집과, 많아진 소유물 들고,

젖어버리면 어쩌나. 잠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


맘 편히 쉴 수 없다. 그땐 학생이라 수업이 캔슬되면 학교 안 간다 좋아할 시대이지만. 이젠 직장인.. 가야만 한다.

비가 오나 스톰이 오나..

내가 일하는 병원이 정부 병원이라, 여러 가지 리브 혜택은 많지만, ( 홍수 리브, 스톰 리브 등등도 있는..)

지금처럼,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아프고 다치는 사람이 속출할 거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

맘 편히 리브를 쓰고, 집안일에만 갇혀 있을 수가 없다.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일 수밖에..


2011년은. 큰 팬더믹이 없던 상황이라 지친다기보다, 이런 예상치 못한 대 홍수가 신기하면서, 어벙 벙했다면.

2022년 대 홍수는, 코로나로, 대형 우박 사고(다음에 이야기해줄게요), 자연재해가 이런 대혼란 상황이 어떨지 알아 오히려

몇 만배 더 높아진 겁 지수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 물의 수위는 내일 더 올라간다고 한다.

브리즈번 강 수위도 만조 시기랑 겹쳐져서…


휴.. 이번 홍수 리커버리도 얼마나 갈지.. 한숨도 나오고.

슈퍼마켓에  텅텅 비어 있는 쉘프들을 보며, 걱정 한숨도 계속된다.


아직은. 내가 긍정적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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