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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05. 2022

죄송합니다.  사망하셨습니다.

황망하다는 것의 깊이는 알고 싶지 않다.


* 사진은: 죽음에 관하여 - 작가: 시노, 작화:혀누님 작품입니다.


삶은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이 생각보다 참 가까운 곳에 있다고 느껴왔고, 보아 왔고, 겪어 왔기 때문이다.


간호사로 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일하는 곳이 또 응급실이다 보니,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많이 접하고,


 사고가 거의 예기치 못한 편이라,

환자들이랑 대화를 면 (물론 의식이 있는 환자들!)


삶과 죽음은 종이 한장 처럼 얇고,

언제든 어디서든 일어날  는 일이라는 걸 절감한다.


아침에 그저 석양을 보러 산에 가다 낙상하거나,

친구네서 간단히  먹고 집에 가는 길에 대형 사고가 나거나,

새로 산 제트스키를 타러 강에 가서 척주가 다쳐 오거나,

커피를 마시다 그냥 넘어졋는데 척주가 부러져 오거나,

신나게 말을 타다 다리가  다리가  부러져 오거나,,,,


언제든 살아 온게 기적 처럼 느껴지는 사고가 많기도 하다.



그때의

환자들은, 절망과 공포, 원망이 가득하다.

그 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위로는

살아서 돌아 온거니 참 운이 좋은 거다! 라고 하면,

환자들은 조용히 생각에 잠기며, 정말 그렇다고 말하며

안정을 찾는다.


응급실에서 기적을 느낄 ,

죽어가던 사람이 살아서 돌아갈 때 그렇고.


살아왔던 환자가 끝내 이기지 못하고 사망 선고가 내려질 때는 절망을 한다.

나는  경계에 살고 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곳.

하지만 반대로 불행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경계의 특별한 장소를 정말 사랑하고 있고,

이 아픈 환자들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는데 자부심을 느끼며

사람들 각각의 살아 났음에 대한 기적을

느끼는데 동참함을 감사하게 느끼며 살고 있었다.


정말 아픈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아이 환자가 왔다.

엄마의 말을 빌리면,

며칠 아팠고, 기운이 없었고,

조금 놀다가 다시 잠을 자고.

배가 좀 아프다고 한 거 외엔 큰 징후는 없다고 했다.

근데,  부모가 아무리 생각해도 체크를 한 번 해 봐야 할거 같다고 왔다 했다.


정말 천사처럼 이쁜 아이였다. 정말 천사처럼 웃는 모습 하며, 금발 머리가 꼬불 꼬불한 게 정말

꼬마 천사 같았다.


7살이었고 수줍게 우리를 보긴 했지만, 눈도 마주치고, 엄마에게 수줍게 안겨서 살짝 웃기도 하고,

힘이 없어 보이긴 했어도, 말도 했고, 자기 입으로 그냥 아프다고도 할 정도로 의사 표시도 했다.

배가 조금 아팠다고 했다.

처음 활력 징후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약을 먹이고, 시티를 찍어보고 피검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라 의사가 직접 주사 바늘을 넣어야 해서 한 삼십 분 기다렸다 보다.


부모가 불렀다. 애가 좀 축 늘어진다고.

우리는 쏜살 같이 달려갔다. 애가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아니, 몇 분 안돼서 이게 가능한 일이냐? 싶을 정도로 애가 상태가 나빠졌다.


바로 리서스 베이로 옮겨졌다.

혈관도 잘 안 잡히고, 혈압도 안 잡혔다.

최대한 뼈에 주사 바늘을 넣고, 수액을 넣고,

약을 투약하고.. 15 명이 넘는 인원이 최대한 빠르게. 그렇게 내 아이.. 돌 보듯,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살리고 싶었고, 살아 주길 바랬고, 눈을 떠 주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면서.


그런데..

애기는 끝내 가쁜 숨을 몇 번 쉬더니..

끝 내 숨쉬기를 그만두었다.

씨피알이 시작되었고,

충격이 가해 졌지만.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아이는 그렇게 가버렸다.


아직까지,  아이 엄마의 절규가 귀에 가득하다.

평생 잊혀지지 않을 소리다.


정말 그 소리는 살면서 안 들어 보길 강력히 바라 본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소리가 부족한.

그 황망하고 아픈 소리는..

그 아픈 소리는 내 귓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 병원에서 8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아직 극복하기 힘들다.

이 글을 쓰면서도 티슈 한통을 다 쓰고 있다.


많은 어른 환자들이나,

노인분이 가시는 건 많이 봤기에, 나는 죽음에 태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린아이를 보내는 내 마음은 아직 정리가 안되고 있다.

황망하다.



여러 번 우리 병원에서 브리핑도 하고, 리플렉션 타임도 가지고,

여러 노력을 했지만, 우린 아직 그 사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사실 그날 사건 이후로, 간호사도 몇 명이 떠났다.





그렇게 하늘로 간 천사가 천국에서 편안하게 지내길..

정말 진심으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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