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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06. 2022

호주 워킹 홀리데이는 내 상상과  망상의 결정체?

아니 정말 대단했다니깐?


상상 (imgagination):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망상 (delusion) :
이치에 맞지 아니한 망령된 생각을 함. 또는 그 생각.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 사실의 경험이나 논리에 의하여 정정되지 아니한 믿음



한국 회사에서 그리고 집안 문제로 시끌 시끌할 때 나는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결정했다.

나의 그때 상황은 거의 목숨만 부지하던 몸과 정신이 끝없이 피폐해져 갈 때라,

그에 반대되는

호주는 나에게 낭만, 자유, 여유의 상징이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만 18 세에서 30 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각 나라당 1 회 발급받는 해외여행을 하며, 여행 중 부족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게,

노동권을 합법적으로 주는 특별 비자라 할 수 있다.


사실 여러 나라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갈 수 있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캐나다, 칠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호주, 일본, 홍콩, 대만, 이스라엘 등등.



그렇기에  이 특별한 비자에게 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나에겐 보물과도 같은 상상의 나라

호주에서 일도 하면서 여행도 하면서!

친구도 사귀면서!

게다가 영어 공부도 하면서!

게다가 수영도 하고!

그 넓은 바닷가에서 서핑도 하고! 태닝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여러 곳을 누비며 살겠다.

그리고 여러 후기를 보니, 오렌지 농장만 가도 하루 수입이 300불- 20 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충분히 먹고살 수는 있겠다!!

며,

어찌 이보다 좋지 않을 수 있으리?

라고 계산하며 헛된 상상(망상)을 가지고 남편과 함께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맞다.

나의 상상은

망상이었다.


나의 상상은 이러했다.  정말 여유롭게 오렌지를 따면서, 애들과 웃으며 장난치고, 놀면서 오렌지

바구니에 담으면서 영어로 신나게 한바탕 대화하고 놀다가, 저녁엔 맥주도 함께 마시고,

그렇게 놀면서 스트레스 일도 없이 사는 그런 내 상상.

그것은 망상 맞았다.


일단,

 현실적인 문제: 일 구하기.

잡(job) 은 생각보다 구하기 쉽지 않았다.

느긋한 호주 나라답게, 급할 게 없다.

느긋 느긋.

타들어 가는 속은 우리 몫.


우린 일단 농장으로 향했다. 차를 구입한다고 큰돈을 쓰고 난 뒤라

마음이 더욱 급해지기 시작했다.

‘ 어서 일을 구해야 해’


그런데, 우리 바람과 달리,

우린 인맥도

농장 경력도 없기에, 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냥 요즘 일 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솔직히 경험도 없으니 더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일 구할때,

‘일단, 농장일 해본 적 있고, 잘한다고 해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 머리가 빠르고 어찌 됐든 다른 나라 애들보다 빠르니

그런 거짓부렁을 해도 우린 훨씬 잘하고 더 잘한다.



그런데, 여하튼, 우리가 구한 첫 농장은 딸기밭이었다.

얼마나 이쁘니! 딸기! 이거 정말 이 이쁜 빨간 딸기를 손으로

똑! 따서 트레이에 담는 그 농장의 모습은 얼마나 이쁜가?

내 첫번째 망상이었다.


일을 구해서 농장에 들어갔는데 죄다

한국인인 거다? 오. 분위기 좋은 덴가 부다..

일단 영어는 많이 안 늘어도,

친구도 많이 사귀고 진짜 좋겟다!

라고 생각한 건

내 두 번째 망상.


호주 딸기 농장에선 트롤리라는

수레가 있는데,


강한 햇볕도 막아 주고 앉아서 하니 좋겠다!

생각한 건

세 번째.


이런 트롤리를 끌고 다니면서

의자에 앉아서 딸기를 따는데,

앉아서 하는 일이니 다른 일보단 쉽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렇게 매번 밀고 다니며, (길도 사진엔 좋아 보여도, )

 농장이다 보니 울퉁 불퉁하고,

저렇게 계속 숙여서 하느라 세상 겪어 보지 못한 허리 통증과

손가락 통증을 맛보았다.


그래도 당연히 일을 하는 것이니깐

쉬울순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렴. 처음 하는 일인데 다 우여곡절이 있지 암!


근데, 내가 앞서 말한 거 기억하고 있으려나?

일단 농장 경험이 있다 하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을 거의 다 잘하고,
웬만하면 훨씬 다 잘한다.


그렇다. 내가 같이 일한 사람들은 전부 -

전부 한국 사람들이었다.

장난 아니었다

한국 사람.


과로를 숙명으로 알고 있고,

비 민주적인 문화,  

과로가 성질과 미덕으로 여겨지는 그곳!!!

(12년 전  이야기긴 하다, 지금은 나아졌길.)

에서 온 사람들과 우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경쟁인 게 진짜.

일단, 트레이( 바구니)를 얼마나 채우냐= 돈

이다 보니, 말없이 일만 한다.

말하는 시간= 돈 낭비


이 딸기 한 로우에 한 명씩 들어가는데, 일하면서 옆에 사람들이 날 제치고 훅훅 지나가는 게 보인다.

(나만 바보)


근데, 난 또 초보 농장 일꾼답게,

남들은 손이 안 보이게 따는데 나는 하나하나 따면서, 이쁜 딸기를 고를 려고 하는 사치를 부리는 거다.


무릇.

농장에선,

감정보다 앞선 기계화가 되어야 하거늘


한 손은 초록 잎을 쓰윽 훑어 빨간 딸기를 보고 빠르고도 조심스럽게 따면,

또 다른 손은 옆에 로우에 손을 넣어 초록 잎을 또 뒤집기 하며 딸기를 느껴야 하는

로봇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두 손으로 일일이 딸기를 보려고 하니 이미 15초 늦고,

이쁜 걸 따려고 하니 또 5 초가 늦어, 한 번에 15초. 100으로 되는 길이면, 10 분 이상이 뒤처지는 것이다.


내가 우리 한국 사람들 일 잘하는 거 아는데,

여기선 아주 그냥 뼈저리게 느꼈다.

와, 뭔 기계냐?

이런 사람들은 농신이라 부른다.

‘ 농장의 신 ‘ 농신


나는


그저 한국에서 온 일 못하는 워킹홀리데이 여자 사람.



그럼 슈바가 눈치를 겁나게 주기 시작한다.

슈바_ 작업장? 관리자?


얼른 얼른 다른 밭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내가 느그작 느그작 하며 일도 늦고, 따른 밭으로 가는 길 잡이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내 뒤를 쫓아다니며 잔소리 시전을 시작한다.

“ 빨리 따라’ “ 왜 이건 놓치고 안 땄냐” “ 더 열심히 해라”

….


와나.. 차라리 박 부장한테 시원한 에어컨 있는데서

잔 소리 듣는 게 낫지.

이 땡볕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아.. 씨. 죽겠네.




그리고

화장실??

그건 사치다.


농장엔 화장실이 없었기에, 쉐드

(딸기 포장하는 창고)까지 갈려면,

15 분은 족히 걸리는데.

거길 가는 건. 거의 뭐.

정말 이지 아직 까지 나는

농장에서 화장실 간 기억이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 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러웠는지 깨끗했는지도 생각해 보려 하는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는 걸 보니,

정말 난 농장에서 일하는 동안은

단 한 번도 화장실에 다녀온 기억이 없다.


이때 내 일생 최대 변비를 걸려 고생했는데,

정말 너무 심해, 한국을 가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심각하게 아프고 힘들었다.


이렇게 나의 상상은 망상임에 결론이 낫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워킹 홀리데이를 강추합니다.

준비를 좀 하고 가면 됩니다.

일단, 기대는 많이 하지 말고.

웨이팅 시간도 넉넉히 기다리고,

농장이 아니라도 공장도 있고,  

땡볕이 아니라도, 쉐드에서 일할 수 있고요.


그리고 내 몸을 써서 일을 그렇게 한다는 데

그냥 자부심도 있고요.(근자감???)

오기 전에 운동 좀 하고 체력을 좀 기르고 오는 것도 추천합니다.

운동은 마음도 건강도 챙겨 주니까요.


그리고 호주 하늘이 또 참 이뻐요.

제가 딸기를 딸 때, 제 뒤로 캥거루가 뛰어가는데,

그걸 보는 게 또 신나고 좋더라고요.

이런 비자 경험 아니라면, 언제 호주 농장 체험(?)을 해 보겠어요.

엄마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장보기부터, 요리도 하고.

혼자 느끼는 외로움도 느껴보고, 고독해 보고,

한뼘 성장 하는 겁니다.


또.. 호주 살면 그렇게 한국이 최고입니다.

국뽕이. 막 생깁니다.

헬 조선? 그런 말 절대 안 나옵니다.

한국이 정말 최고거든요.

인터넷도, 배달도, 일 처리도, 먹는 것도


몸으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느끼고 갈 거예요.

그럼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든, 더 열심히 잘할 거고요. (내가 너무 나갔나요?)



낙화유수(落花流水)라는 말이 있어요.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이 한번 지나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젊을 때 도전, 즐겁고 고독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또 뭔가 보람되고

재미있습니다.




일생에 있어, 이런 경험은 하나 가지고 가는 거 강추합니다.



p.s: 개펀 리펀:

개 재밌고 다시 봐도 재밌다는 신조어인데,

호주 추억이 그런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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