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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17. 2022

브리즈번 겨울을 너무 얕잡아 봤다.

너도 무서운 아이였구나.

브리즈번 겨울은 6월에 시작해, 거의 8월이면 끝난다.

평균적으로 11 도에서 23 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이다.

겨울이라고 해 봤자, 한국의 가을 날씨에다가, 그늘에 가면 서늘하고 또 햇볕에 가면 따뜻해,

겨울이라고 해도 그 추위를 오래 느끼지 못했다.



이번 겨울은 살짝 일찍 시작하기도 했고,- 5 중순부터 서늘 서늘했고,

아침에 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애들이 학교 점퍼를 꼭 챙겨 입고 가는 걸로 봐서,  낮에도 많이 싸늘한 거 같았다.

한창 뛰노느라, 추위를 못 느껴, 이제까진 8월부턴 거의 잠바로 안 챙겨 가더니, 잊지 않고 꼭 가져가는 걸 보아,

나만 춥다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한다.


브리즈번은 원래 날씨가 따뜻한 곳이나 보니, 집들난방에 취약한 편이다.

집이라고, 단열이나 난방 보단,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는 구조와, 유리 창문 하나로 안과 밖이 구분되는 정도이니,

요즘처럼 1도로 내려가는 날에는, 거실이 선득선득, 알래스카가 따로 없다.


오직 난방을 위해, 히터를 내내 틀어 놓고 있기는 한데,  그래서 인가,

피부가 푸석푸석 해지는  느껴지고, 오래 키고 있음,  너무 갑갑해져, 끄면 또 금방 추워 오들오들 한다.

여러 모로 불편한 구석이 많다.


환자들도 저 체온 환자들도 많이 생겼다.


어제는 노인 한 분이넘어져서 방치되어, 뒤늦게 발견되어 오셨는데,

날씨가 춥다 보니,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오셨다.. 코어 온도 33.4도..

그럴 땐, 어서 베어 허그( 온열 이불), 따뜻한 식염수로 코어 체온을 높이려고 엄청 애를 쓰는데,

3시간을 넘게 모든 처치를 하자, 온도가 정상으로 겨우 돌아오셨다.


평생 군인이셨다고 하니, 다행히 원래 건강한 몸이셔서 버텨 내 주신 거 같다.


나는 추운걸 너무 싫어하는 지라,

넘어져 그 추운 바닥에서 몇 시간을 누워 계셨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쓰릴 정도로 마음이 안 좋다.


그걸 보면  혼자 있을 엄마 생각이 나서 마음이    좋기도 하다.


내가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우리 엄마가 아프면  케어해 주고 싶어서 엿는데…..결국 외국에서 이렇게 엄마 아플 때 남들 케어 하나 싶기도 해 마음이 좀 그랫다.

저번 주 금요일 저녁에 엄마가 코로나에 걸려 지독하게 고생하고 있으시다.

우리 엄마는 아프면, 정말 심하게 아파서 조심해야 하는데,

잘 안 걸리고 계시다 이번에 걸리셔 선,.

전화를 해도 목소리가 안 나와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영상으로 두 모녀가 눈만 끔뻑 끔뻑 쳐다 보고,

투박한 밥 뭐 먹었어, 하고 묻고는 얼굴만 보고 있다.


자식이 있어도, 멀리 살고,

엄마가 아픈데 찾아가 죽 한번 못 쒀주니 참 이럴 땐 해외 살이가 더 춥고 쌀쌀맞다.


다행히, 이모들도 있고, 엄마 친구분들도 좋으신 분들이 많아

약이며 죽이며, 음식을 챙겨 주신다고 하니 너무 감사한데,

나는 이렇게 멀리 살며, 맘만 조리고 있다니,

불효녀가 따로 없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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