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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21. 2022

닥터 스트레인지가 되고 싶은 날

대화를 피하고 싶어서.

내가 일하는 곳은 호주에서 조용하고 작은 도시였다.

외국인들도 별로 없고, 특히 아시안인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는? 그런 작은 곳.

그래서인지,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호주인들과 함께 일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별의별 일도 다 겪고, 또 사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그런다.


아시안이라고 보이니, 질문이 어디서 왔니가 가장 많다.

그런데, 나는 그런 질문을 참 싫어한다.

일단, 그들이 아는 아시아 인들의 범위에서 내가 벗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왔니?

아… 나는 그 말을 너무나도 싫어한다. 그렇지만 대답을 해준다. 웃으며.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

를 물어본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물론!!

궁금할 거다.

그런데, 정말 족히 수백 번을 똑같은 질문을 받아 본 나로서는,

역사 공부를 일도 하지 않는 그 아이들이 그런 질문을 해주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웃으며, 남한.


그럼 다음 질문은 부모님은 한국에 계신데 안전하시니? 도 많다.

하아..


아니, 캐주얼하게 대답할 거 치고 너무 장황하게 훅 들어와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아니, 뭐 범죄율을 설명해야 할까?

남한 북한 휴전 역사를 설명해야 할까?

호주보다 앞선 보안, 치안, 경비를 설명해야 할까?


그럴 땐, 어서 자리에서 피하지 않음 대화가 30 분 이상 길어지는 건 각오해야 한다.


설명은 간단히, 너무 안전하게 잘 있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로 끝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나오는 안전하지 못해 어쨰 하는 걱정은 정말 이지, 참 난감한 문제다.

해결을 해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물론, 한국 문화나 경제 발전이, 요즘 들어, 영화나 문화들로 인해 격상하고 있어, 젊은 친구들에겐 참 좋은 이미지,

재미있고 신나는 이미지로 변하고 있어 너무 즐겁고 이해도도 높아 대화할 맛이 나고,

한국 바비큐 식당이나, 한국 치킨 맛집을 알려주며 신나게 대화할 수 있지만,


아직은 한국 전쟁을 알고, 분단국가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나라 걱정에, 내가 알지도 걱정해 본 적도 없는 북한 이야기를 하느라, 그저 머리가 새하얘 지는 느낌이다.

그저 그 대화에서는 다른 세상을 열어 나가는 닥터 스트레인지 라 되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이젠 웃으면서, 단답형으로 끝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지만,

예를 들어, 어디서 왔니? 한국.

남한? 북한? - 어 남한.

안전해? - 응 안전해.


끝.


 하지만 시간이 많고, 대화를 좋아한다면,

어디서 왔니? 중국이니? - 아니야~ 한국인이야, 내가 중국인 같니? 너는 독일에서 왔니? 하하하..

남한? 북한? - 남한이야! 북한 애들은 외국에 잘 못 나와서 볼 기회가 없을 거야!

어? 왜 못 와? - 커뮤니즘이 어쩌고 저쩌고, 상류층이 이렇고 저렇고… 여권이 받기 어렵고 저쩌고..

아 너무 불쌍해, 김정은 진짜 어리석은 지도자야! - 하하하 그렇지? 나도 그렇고 저렇고..

너네 부모님은 한국에 계심 안전하니? - 아 전쟁은 안 나고, 국방부가 어쩌고.. 저렇고, 치안율과 방범이 이렇고 저렇고…

(30분 순삭)


하하하.


내가 해본 경험이다.

사실 이런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런 대화를 응급실에서 해야 하는 건 너무나도 사치라,

이젠 단답형 로봇 인간이 되어 버렸다.


진도 빠지고, 힘도 없고, 시간도 없어진, 응급 로봇 ㅎ


그래서 이런 대화가 나올 땐, 어얼른.

닥터 스트레인저가 되어 공간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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