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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26. 2022

도시락의 추억

그 알싸하고 맛있는 그리움.


도시락이라는 말은 들고 다니는 밥을 의미하는데,

의식주 중에서 가장 듣기 좋고, 귀엽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건 그 속에 추억이 많아서가 아닐까?


소풍날 아침 엄마가 싸주신 김밥 도시락.

남자 친구들 위해 싸던 어설펐지만 이쁜 도시락.

편의점에서 골라 먹던 여러 가지 도시락,

일본 여행을 가서 본 궁금한 맛의 도시락.

학교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 시간에 먹는 도시락.



도시락은 그 형태로 여러 가지로 나타나 우리 마음을 다양하게 따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내가 초등학교 때, 도시락을 싸 다니던 시절,

우리 반에는  매 번 컵라면을 사 먹는 아이가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나가 육개장 사발면이나 도시락 면을 사 오는 그 아이가 사실 나는 정말 부러웠다.

매점에서 물을 받아와 젓가락 하나를 위에 딱 올려서 들고 오는 그 아이의 자유로움이 정말 멋졌다.

점심시간에 컵라면이라니!!!!  



삼시세끼 밥을 선호하는 엄마는 항상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주셨지만,

배응망덕하 게도, 나는  육개장 사발면 냄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 친구도 내 도시락이 좋았나 보다.

내가 빤히 보는 걸 눈치챘는지,


“ 바꿔먹을래?”


아.. 이것은 무슨 하늘의 은혜인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시락과 육개장 사발면을 종종 바꿔 먹는 사이가 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윈윈이 아닌가 한다.


우리 엄마 음식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으니,

맛있는 밥과 반찬을 먹었을 고, 나도 정말 맛있고 따뜻한  육개장 사발면을 훌훌 먹을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그 발칙한 거래는 5학년이 다 되도록 계속되었고,

6학년이 되자, 다른 반이 되면서 끝이 났다.


아직도 육개장 사발면을 보면 그 추억이 솔솔 생각이 난다.

 나고 발칙한  소중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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