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29. 2022

응급실의 밤은 낮보다 밝다.

우린 그렇게 또 불태운다.

어제 나이트 시프트를 마치고 나오며, 정말 공간이동이 가능해서,

운전하는 시간 없이 그냥 싹 씻고 침대에 누웠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12 시간 시프트 내내 긴장을 하느라, 인계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쏴악 빠져.

이제 더 이상 발걸음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도.. 집에는 가야지….


운전하고 집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좀 하고 나니 노곤해지면서,

정신이 좀 차려지는 거 같았다.


12 시간의 사투..

환자도 나도 의사들도.


혈압을 높여 놓으면 떨어지고,

혈압이 좀 안정된다 싶어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또 떨어졌다.

집에서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셔서 오셨는데,

최근 자주 넘어지셨다고, 옆집 이웃이 증언했다고 했다.

혼자 살아 따로 돌봐 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두 다리 모두, 봉와직염에 거리셔서(셀루라 이티스)

스킨 감염이 심한 상태라 항생제 투여하고 치료하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완전 바닥이라, 수혈을 두 봉지 하고,

몸에 칼륨 수치가 높고, 신장이 거의 바닥이라, 약을 또 넣고.

수액을 투여하고.. 드레싱 하고, 피검사하고, 수액 또 투여하고,

약 넣고.. 모니터하고 또 모니터 하고.



혼자 사는 할아버지? 사실 아버지 뻘 되는 분이었다.

나이도 비슷한데 우리 아빠랑.

사는 것도 혼자 산다 그러고..

비슷하네 상황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빠 생각이 나서..


나는 우리 아빠랑 말을 안 한 지 5년이 다 되어 간다.

연락도 하지 않고,

그렇게 산지.


 털어놓을 수 없는 사정이 많아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아빠 연배의 환자가 오면, 그냥 아빠 생각이 난다.


게다가 어젠, 정말 상황도, 환자 나이도,

그렇게 아빠를 닮아 있어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고혈압도 있고, 혼자 농장에서 일한다고 그러는데,

고모가 봐주고 하는지..


전화를  해봐야 할지.


또 그 생각이 나서 머리가 복잡해 온다.


접자.. 접어 보자, 내 머릿속에서 다시 접어 본다. 생각하지 말자.


다시 환자로 돌아온다.


환자는 그래도 농장에서 살아서 그런지,

몸이 건강한 편이었다. 농장이라면, 자주 몸도 움직이셨을 테고,

햇볕도 쒜시고, 간간히 일도 하셨을 테니.


나이가 있으셔도, 상태에 비해, 몸에서 잘 견뎌내 주고 있었다.

혈압은 떨어지긴 해도, 오줌 배출량도 적절했고 (몸에 심장이 뛰어 신장 기능이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

정신 건강 측정도 좋은 편이었다.

이름 부르면 말도 하고, 생일도 기억하고, 주소도 기억하고.

혈압만 잡아 주면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뇌 시티를 찍으니, 출혈이 보인다.

아!

출혈을 잡기 위해 약을 투여하고 혈압을 재고,

뇌압이 올라가지 않게 또 조절하고.

12 시간 꼬박 나와 함께.


불태웠다.


그렇게 겨우 안정화시켜서..

내가 끝나는 시간, 워드로 인계해 주고..

왔다.



아…. 그렇게 집으로 와, 씻고, 나는 20 시간을 꼬박 잤다. 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잔 거 같다.

원래 나이트를 하고도  5시간 정도 자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그럼 잠이 깨서 또 움직이는 데,

어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몸을 움직여도 몸이 깨어나질 않았다.

그렇게 꼬박 자고 나니.

새벽 5시였다.


하루가 꼬박 지나 있었다.

동이 트는 하늘을 보며,

아직도 욱신 거리는 다리를 만지며..


괜찮다.

내가 하루 피곤하지만.


한 명이 그렇게 살아 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빠도.. 건강하길….








작가의 이전글 도시락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