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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Sep 01. 2022

호주에서 집을 팔다.

소중한 내 첫 집 안녕!

우리 첫 집을 팔게 되었다.

처음 지은 소중한 공간이지만 사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금리도 계속 올라가 부담이 되는 와중에

가격도 좀 올라 있어 정리를 하게 되었다.

우리 집은 신도시 개발 지역이라 정말 깔끔하고 모던한 지역이었다.

애들 키우기 천국 같았던!!

호숫가 주변에, 커다란 수영장도 있고, 거대한 운동장에 애들이 하루 종일 뛰어놀아도 다 놀지 못할 만큼

여러 곳에 들판, 자전거 길, 수영장, 운동장이 있는, 애들 천국의 지역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시티 주변이 애들 교육엔 더 낫다는 판단이 들어 올초에 시티 주변으로 이사를 했다.



호주에서 첫 집을 지을 때,

집 디자인뿐 아니라, 페인트 색, 문 앞 모양,

수납장 문고리, 키친 문고리 배수대, 문 종류, 바닥 타일, 벽 색깔, 전기 코드 위치, 전등 위치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다 우리가 결정해서 도면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

턴 앤 키라고 해서, 그냥 땅을 사면 빌더들이 알아서 다 해주고. 키를 주는 선택지도 있는데,

우린 일일이 다 결정해 보기로 했다. 정말 우체통까지 우리가 샀으니 말 다 했다!!! (우체통이 은근히 무겁고 고르기 힘들다..)

아마 이때만큼 호주 버닝스(만물상! 공구에서부터 화분들까지 없는 게 없는 샾)을 내 집 드나들듯, 간 적이 없는 거 같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직접 고른 재료들과 모양으로 집이 만들어지니 너무 신기했다.

간혹 페인트가 덜 발라져 있거나, 화장실 안쪽 나사가 없거나,

싱크대랑 안쪽 바틀렛(엑스트라 키친) 수도 구가 서로 바뀌어 있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는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게 집이 나왔다.


예산이 크지 않아서 작지만 아담하고 멋진 집이 만들어져서 만족했다.

거기에서 우리 둘째도 어린 아기 시절을 다 보내고,

셋째도 거기서 만들어져서(?) 컸지.. ㅎㅎ


참 추억이 많다.


가든에, 작은 나무들을 심었는데, 그 옆에서 놀던 애가 꼬맹이들이.

키가 작은 나무들이, 애들이 커가면서 같이 큰 나무가 되어 가는 걸 사진으로 보니 참 새삼 흐른 시간이 놀라웠다.

나무 하나하나도 내가 다 골라서 심었는데.

살면서 데크도 만들고, 살면서 책장도 넣고.

애들도 너무 신나게 잘 놀았지…


이제 그 집은 우리 집이 아니구나..


오늘 아마 모든 계약이 끝날 거 같다.


그렇게 우리 추억도 흘러가나 한다.


호주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연일 부동산이 폭락할 거라고 뉴스에서 나오고.

금리가 오르니 사람들의 심리도 많이 위축되었다.

그럼 바이어한테는 좋은 일인 거 같다.

드디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 던 집 값이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니까.

호주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거 같다.


나에겐 좀 아쉽긴 해도. ㅎㅎ

이 소중한 자금으로 나는 뭘 할까.

오늘도 고민해 본다.


나의 미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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