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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Sep 07. 2022

호주의 불편한 행복

호주의 장점이랄까.

한국에서 살다가 호주에 오면 불편하다,

불편하다고 느낄 만한 게,

한국은 음식 배달 서비스도 좋고,

공공기관에 가도 일도 척척 처리해 주고,

서비스를 신청하면 공휴일 일요일 가리지 않고, 서비스도 척척해 주고,

밤늦게 까지 어딜 가도, 밥도 먹고 야식도 먹고,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곳도 있고,

인터넷을 연결해 뭘 찾으려 해도 고속으로 연결되고,

학교에선 급식을 해주고,

학원에선 애들을 데리고 가서 공부시켜 데려다주고,

급하게 인터넷 장을 봐도 고속 배송을 해주고,


이런 모든 행복한 서비스들이 호주에 오면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호주라는 나라는

공공서비스가 늦고,

운전면허 신청을 해도 2주를 기다려야 하고,

세탁기가 고장이나 못 쓰더라도, 2주 걸려 서비스 기사가 오거나 그것도 고칠 수 있으면, 괜찮고, 아님 또 기다려야 하고,

밤늦게 갈 곳이라곤,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 잠깐 사서 오는 거.

일요일 오후엔 모든 가게가 4시에 문을 닫고,

인터넷은 느리기도 하고,

학원에서 데리고 가서 공부시키는 건 꿈이고, 그저 내가 픽업을 해서 학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고 와야 하는 시스템에,

인터넷 쇼핑 배달 속도도  느린 편이다. 최근엔 조금 빨라지긴 했지만.


사실, 이런 서비스를 처음엔 받지 못했을 때는 참 불편했다.

왜 그럴까? 왜 이나라는 이래서 이렇게 날 불편하게 할까? 속 터져!

그랬는데 사실 사람이란 게 적응의 동물이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의 삶이란 게,

우리가 부가적으로 얻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서비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호주에서는, 이런 부가적인 행복으로,

사람들이 일요일 주말 저녁은 가족과 함께 저녁을 함께 먹을  있고,

학원을 데려다주고 픽업하며, 차에서 애들과 대화도 하고, 얼굴도 더 볼 수 있고,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도시락을 내가 골라 싸주기도 하고,

인터넷이 느리면 밖을 보거나, 책을 볼 수 있고,

인터넷 쇼핑은 줄이면 그만이고..

내 남편이 회사서 부른다고 굳이 꼭 나가야 할 필요도 없고,

고객의 갑질에 속상해서 분을 삭일 필요가 별로 없다.




이민 초창기에 우리 이모부가 나에게 물었다.

나도 이민이나 갈까? 양 치면서 양 털 깎고.. 그러고 살면 좋겠다.

아마 우리 이모부가 생각하는 호주 이민의 삶은 양들이 뛰어다니는 널따란 목초지에서 먼 산을 응시하고

큰 한숨도 쉬면서, 양털도 깎으며, 사람들과의 스트레스 없이, 돈 걱정 없이 그렇게 사는 거겠지?

우리 이모부는 어린 나이에 은행 지점장도 하시고,

나름 사회생활을 온몸으로 다 느끼신 분이지 싶은데,

이제 너무 지친다고, 이민을 가고 싶다 하셨다.

그런데 우리 이모부는 사회생활은 지쳤기로서니, 진정한 친목 문화와 술을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대접받는 한국에서, 정말 저 밑으로 떨어진 대접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집에 6시 이전에 꼬박꼬박 들어와 가족들과의 삶이 전부인 이 나라에서 견딜 수 있을까?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고, 12시 1시가 넘어서 꽐라가 되어 마셔도, 대신 운전해 주는 운전수를 부를 수 있고,

3시 아니, 밤새도록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암흑 같은 밤의 온전한 고요함을 견뎌 낼 수 있을까?

 

답은 노였다. 하하하.

이모부, 그냥 한국 있어요. 이모부한텐 한국이 재미있어. ㅎㅎㅎ


호주는 평온함과 가족적인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말 천국 같은 곳이다.

하지만, 한국은 경쟁을 좋아하고, 인간관계와 친목을 좋아하고,

빠른 서비스를 사랑하고, 늦은 배달 서비스를 좋아한다면, 한국이 최고다.

각자의 성향이 다르니, 각자 판단해서 결정하면 된다.


호주는 그렇게 조금 한 불편함으로, 조금 한 행복을   있는 나라이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고 비슷하다.

인간관계에서 엄청 지쳤다고, 여기서도 인간관계를 아예 안 할 수도 없고,

애들 키우는 건 여기나 한국이나 피곤하고 어렵고,

돈이 있어야 살기에 돈을 벌면 도 사회생활도 하게 되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한다면, 호주는 정말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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