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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Jun 20. 2023

호주병원 진입하기.

한국에서부터 준비한다면, 차근차근. 널싱홈도 좋아요.


호주병원 응급실에서 일을 지금 하고 있다고 해서,

내가 바로 병원일을 구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졸업을 한 시기가 참 애매하게도, 병원에 있던 간호사들 마저, 리던던시-명예퇴직 당하던 시절이라,

속절없이 일을 못 구하거나, 아님, 요양병원으로 먼저 들어가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게 최선이었다.

사실 요양병원일도 너무나 가지고 싶은 일이라, - 널싱홈 (요양병원)에서 먼저, 간호조무사로 일을 한 뒤에,

간호사일을 노려 보기로 계획을 짰다.


일단 계획되로, 여차 여차 되었고,

매니저에게 가, 사바사바 - 내가 곧 졸업을 하고, 일을 구할 거니, 여기서 너무 일을 하고 싶은데, 시켜 줄래? 등으로,

여러 갈무리를 만들어 둔 뒤,

인터뷰를 성사하게 되었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너무너무 기뻐서, 그날 하루 구름 위를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처음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엄청 많았고,

임신을 했는데도, 물도 한잔 못 마시고 일을 하는 등.- 널싱홈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인력난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일도 배우고, 호주 생활을 배우는 점에서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널싱홈이, 하나의 집에 여러 어른들이 사는 형태라,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고,

어른들은 대화가 고프신 분들이 많아, 영어를 늘리기엔 최상의 조건일 수 있다.

가족들이 오면 무슨 이야기 하나 들으면서, 영어도, 문화도, 생활 습관도, 생활영어도 배우면서, 정말 갑진 경험을 했다.


그래서 혹여, 병원일을 먼저 못 구한다 한들,

널싱홈에서 일한다면, 사실, 호주 삶에 더 깊이 들어가 배우는 기회가 많으니, 그런 경험치를 크게 평가한다면,

더 득이 될 거 같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조금 한 프라이빗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여기는 세미 어큣이라 불리긴 해도, 거의 아이비( 정맥주사)등은 없고,

스테이블 한 환자를 보는 그런 조용한 곳이었기에,

임상 경험을 쌓기에는 오히려 많이 부족했다.

조용하고 편하고 좋았지만, 다시 모험을 해보기로 하고,

큰 병원으로 지원을 했다.


처음 병원 지원 인터뷰는 꽝이었다.

뭐랄까.

긴장도 너무 되었고, 날 뽑을 의지가 없는 느낌?  

그리고, 무엇 보다도, 나도 너무 버벅되어, 뭔가 꾸질 꾸질,

나오면서도, 아. 이거 안 되겠구나 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준비도 준비였지만,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좋았고, 질문 방식이나 들어주는 방식이

이게 인터뷰! 지..라는 느낌으로 너무 좋아서,

나오면서도. 이건 되겠다..

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 응급실로 들어왔다.

처음 응급실 합격 전화를 받고, 하루 종일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제일 좋은 모엣 샹동 와인도 따서 마시고 ㅎㅎ.

외식도 하고,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이 너무 좋고 설레서,

그 합격 전화를 준 시니어 널스(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를 보면,

아직도

그저 기분이 좋고, 즐겁다.


내가 일하는 지역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역이라,

(호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함, 주변에 죄다 새집 짓느라 바쁨)

환자수를 따라 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픈 사람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지.

어떻게 해야 잘 치료하는 건지, 죄다 다 너무 아픈 날은 아주 그냥 나도 같이 울고 싶었는데,

“ 나. 정말 절대 고만 안 둔다. 무조건 10년은 일한다”

라고 한 말이 있어, 이 악 물고 버텼던 기억이 난다.

또 셋째까지 임신을 해서,

나이트까지 하고 온 날은, 샤워하러 가지도 못하고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자다가 샤워를 하기도 할 정도로, 피곤에 절은 날들이었다.

남편이 아무리 깨워도 못 일어나는 상황정도? ㅎㅎ

아마도 응급실 초반에, 임신까지 해서, 일이 정말 힘들게 느껴졌던,

나의 고난의 응급실 시대였다.


그래도 시간은 가고,

그렇게 익숙해져 가서,

이제는 사실, 응급실 아닌 워드에서 과연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다.


이럴 땐, 정말

“버티는 자가 이기는 자다”

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고 공감한다.


우리 병원 응급실 레이시 오는 어큣 세명,

리서스베가 한 명 정도라,

일을 하는데, 내 한계가 느껴질 정도로 힘든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간간히 숏이 나거나,

너무 어큣한 환자들이 많이 올 땐, 어려움이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어려움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처음 병원일을 못 구하더라도, 널싱홈 경력을 쌓는 것도 좋은 도움이 되고, 이득이 많을 수 있다는 점.

그렇지만, 병원일이 아무래도 더 시급도 훨씬 세고,

일도 할만하다는 점.

을 잘 계산해서 호주 간호일 모험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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