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몸으로 뛰어보자 생각했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식으로 길거리 홍보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학기 중이면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하면 딱인데. 아쉽게도 지금은 1월, 겨울방학 기간이었다. 미리캔버스 사이트를 활용해 뚝딱 홍보지를 만들고 판촉물 제작 사이트에서 물티슈도 제작했다. 거의 10만 원이 들었다.
"예쁘게 잘 만들었네."
엄마도 보더니 깔끔하게 만들었다고, 이런 재주가 있었냐고 신기해하셨다.
"그냥 있던 템플릿에 내가 원하는 문구로 바꿔 적기만 한 거야."
엄마는 회사에서 비슷한 걸 만들 일이 있다며 어떻게 하는지 나중에 알려달라고 말씀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홍보지를 반으로 접고 종이 위에 쿠팡에서 주문한 하리보 젤리를 하나씩 테이프로 붙였다. 물티슈랑 같이 길에서 나눠드릴 생각이었다. 한 100 세트 정도 만들고 그중 절반을 보조 가방에 담았다. 신발을 신고 그래도 후줄근하게 입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아, 이걸 어디서 나눠줘야 하지."
무작정 짐을 들고 나오긴 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동네에서 사람이 많이 오가는 사거리로 가보기로 했다. 마침 얼마 전에 오픈한 헬스장에서 나왔는지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거리 도로를 중심으로 네 군데에 한 명씩 서서 길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 틈에 끼어 같이 하기는 부담스러워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홈플러스 앞에서 홍보를 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앞에 도착해서 보조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보니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 길 가는 사람도 겨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눠드려야 하지.'
처음에는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는데 10분을 꼬박 서있으니 한 두 명 사람들이 내 앞을 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이 지나가니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부터 어떻게 홍보물을 건네드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떤 분한테 드려야 하나.‘
학생은 그렇다 쳐도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자녀는 있는지, 있다 하면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길가는 사람에게 대뜸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 용기도 나지 않았다.
"하아"
푹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고작 이것도 못하면서 공부방 창업을 어떻게 하냐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멀뚱하니 서있기도 그렇지. 마침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내가 서있는 쪽으로 오길래 다가가 젤리가 붙은 홍보지를 건넸다. 아이는 내가 내민 종이를 흘끗 보더니 무시하고 가버렸다.
'어쩔 수 없지. 거절당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아이가 지나가고 다음 사람을 계속 기다리는데 1월 한파철이라 그런지 대낮인데도 길을 다니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 이번에는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고등학생인 듯 한 여자 아이가 같이 홈플러스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다가가 인사를 하고 전단지를 똑같이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내 얼굴과 들고 있던 종이를 힐끔 보더니 두 사람은 말없이 지나가 버렸다. 두 번 연달아 거절을 당하니 50세트나 들고 나온 판촉물을 오늘 몇 개나 나눠줄 수 있을는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거절은 예상했던 바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나는 길 가다 무언가를 나눠주시면 쓸데없는 종이라도 받고 버리는 타입이라 괜히 더 속상했다. 하나 받아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거절하고 가는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솔직히 그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딱 나 같은 사람 세 명만 만났으면 좋겠다.'
저 옆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헬스장 직원들도 이런 마음일까. 동병상련에 왠지 모를 동질감까지 느껴졌다.
'앞으로 누가 길에서 뭐 나눠주면 지금처럼 꼭 받아야겠다.'
전단지 홍보 알바가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몸이 힘든 것보다 감정소모가 컸다.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길에서 필라테스 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는 할머니를 보며 힘드시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생각만 하는 것과 내가 직접 해보는 건 천지 차이였다.
"안녕하세요."
몇 번 거절당하니까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없고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그래, 감정 없이 하자.'
인사를 하고 종이를 내밀고 거절당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다른 분께 종이를 건네고 또다시 거절을 당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10세트 정도를 겨우 나눠드렸다.
"젤리만 주세요."
어떤 중학생은 내가 판촉물을 건네자 젤리만 쏙 떼더니 종이랑 물티슈를 다시 돌려줬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그래, 하나 더 먹어라 하고 가방에 있던 하리보를 2 봉지 더 줬다.
'아, 그냥 공부방 하지 말고 과외나 구할까.'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 봤자 별 수 없었다. 이미 집은 계약했고 600만 원도 다 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말없이 받아주는 분들께는 꼭 이렇게 인사를 드렸다. 10세트만 나눠주고 집에 들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왔으니까.
'딱 10개만 채우자.'
2시간이 걸려 겨우 임무를 완수하고 집에 돌아갔다. 가자마자 쓰러지듯 방에 누워 내리 잠을 잤다.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마음이 지쳤던 것 같다. 지금에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쌩고생을 했던 길거리 홍보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홍보를 하자면 차라리 인터넷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공부방 홍보에 길거리 판촉물은 개인적으로 비추천이다. 타깃 설정도 어렵고 음식처럼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아니라 극히 비효율적이다.
그렇게 첫날 나는 고작 2시간 길거리 홍보를 하고 다시는 이 짓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돈을 주고 나 대신 홍보물을 나눠줄 아르바이트를 구할까도 생각해 봤는데 딱히 돈을 주고 남을 시켜서 해도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만뒀다.
창업 3년 차인 지금에도 여전히 홍보는 어려운데 차라리 인터넷으로 타깃 설정을 해서 광고를 돌리는 것이 나은 것 같다. 지금 공부방에 오는 학생들도 입소문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70프로, 인터넷 블로그 홍보를 보고 방문한 아이들이 30프로다. 길거리 홍보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겨울에 2시간 동안 오들오들 떨며 고생한 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그때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와, 돈 버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