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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속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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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경혜 Dec 31. 2019

기약 없이 버둥대는 일.

몇 년 동안 씨름하고 있는 이야기가 여전히 풀릴 기미가 안 보여 답답한 와중에 모기 같은 날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방충망의 허술한 틈을 찾아 버둥거리고 있다.

분명 허술한 틈은 있다만 이 넓은 방충망에서 그 작은 틈을 어떻게 발견할까?

그렇지만 날벌레는 포기하지 않고 여길 디디고 저길 디뎌본다.

그래 그러다 보면 틈 하나 발견하겠지.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리고 얼마 전 남편이 크기가 꽤 큰 벌집을 부쉈는데 그 벽에 한동안 없던 말벌이 다시 찾아와 빈 벽을 더듬대고 있다.

점심 먹기 전에 보았는데 아직도 제자리다.

하얀 도화지 같은 빈 벽에 벌집을 새로 만들려는 것이겠지만 너도 어느 세월에.


그 두 마리의 막막한 버둥거림을 지켜보면서 내 앞의 하얀 도화지를 생각했다.

막막하다는 건 내 생각일 뿐 그들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하다 보면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미리부터 힘 빠지게 만드는 빌어먹을 하등 도움 안 되는 부정적인 생각이 문제다.


나는 날벌레와 말벌처럼 하얀 도화지와 허술한 이야기 앞에서 다시 한번 기약 없이 버둥대기로 한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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