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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사운드까지 왕복 10시간 운전

신혼여행 셋째 날

by 토마토남

신혼여행 셋째 날은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날이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코스 중 하나였지만, 가장 걱정되는 일정이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좌측통행, 익숙하지 않은 도로와 표지판을 보며 엄청난 장거리 운전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안전운전을 다짐하며 뉴질랜드 운전 주의사항과 주요 표지판들을 다시 숙지했다. (구글 내비상으로는 숙소가 있는 퀸스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까지 287km, 편도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뉴질랜드 여행 경험자의 말에 따르면, 밀포드 사운드까지 가는 길의 중간중간 멈출 수 밖에 없는 포인트들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그리고 내킬 때마다 그런 포인트에 멈춰서 구경할 수 있는게 렌트카 여행의 묘미라고도 했다. 우리도 그 묘미를 한껏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밀포드 사운드에서 유람선을 탈 계획이었지만 유람선의 시간을 따로 예약하지는 않았다. 편도 4시간의 코스도 5시간으로 넉넉하게 계산했다. 와이프(이제는 전?여자친구가 된)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운전은 금방 익숙해졌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에 감탄하고, 탁트인 평야를 보여 속도 같이 트이고, 드높은 설산을 보며 압도당하기도 했다. 사람보다 더 많은 소와 양도 잊을 수 없다. 매 순간 바뀌는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을 위해 와이프가 준비한 올드락 플레이리스트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아직 공항 노숙의 피로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길의 모든 설렘을 뚫고 불쑥불쑥 졸음이 찾아왔다.


와이프는 그때마다 옆에서 말도 걸어주고, 간식도 주고, 음악도 틀고, 노래도 부르고, 창문도 열어가며 조수석에서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해줬다. 좋은 뷰 포인트가 있으면 무조건 멈췄다. 같이 사진도 찍고 놀았다. 별다른 뷰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쉬어갈만한 갓길이 나오면 무조건 쉬었다. 한 30분정도 잠을 자기도 했다. 이 모든게 신혼여행의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린 출발한지 6시간이 다되어갈 무렵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뉴질랜드는 주차비가 선불이다. 주차장에 있는 주차비 정산 키오스크로 4시간을 결제 했다. 그리고 주차장 바로 옆의 카페로 갔다. 유람선 티켓은 카페에서도 구매할 수 있었고 다행히 표도 충분했다. 평소에 티켓은 항상 예매하는 편이라서, 예매를 하지 않고 출발한 것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다행이었다. 렌터카 여행도 충분히 즐기고 예매도 성공하고,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다.


티겟을 구매하고 우린 카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했다. 부족한 음식의 맛 + 기분좋은 여행의 맛 = 그럭저럭 먹을만한 점심식사였다. 참고로 티켓 구매는 우리부부 여행의 지정 통역사 와이프가 담당했다. 역시 든든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우린 서둘러 유람선 탑승장으로 갔다. (유람선 탑승장은 카페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유람선이 출발하고 5분도 되지않아 엄청난 폭포가 우릴 맞이 했다. 사람들이 왜 밀포드밀포드 하는지 시작부터 알려주는 기분이었다.


밀포드사운드는 말 그대로 그림 같았다. 그냥 그 자체로 그림이고 최고의 영화고 드라마였다. 자연의 위대함과 판타지를 동시에 느끼게 해줬다. 나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게 아쉽고, 어떻게 찍어도 촬영으로 담기지 않는게 아쉬웠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함께하고있는 와이프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언젠가 꼭 다시 오자며 와이프와 약속했다.





밀포드 사운드에는 폭포가 참 많다. 특히나 전날 비가온 경우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몇백개나 더 늘어나기도 한단다. 그리고 우리가 탄 유람선은 폭포 앞을 지나며 폭포의 물줄기를 직접 체험시켜주는걸로 유명하다. 일단 한번 체험해봤는데 난 그 한번으로 충분하다 싶었다.


하지만 와이프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얼떨결에 체험한 첫 폭포가 아쉬웠는지 두번 째 폭포에서는 모자도 쓰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갑판으로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배 안에서 안전하게 지켜봤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와이프 덕분에 옷도 안젖고 더 충분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다. (유람선에서 마실 수 있는 모카초코를 한잔 더 마시지 못한게 아쉽다.)





오후 4시 40분, 밀포드사운드의 구경을 마치고 우린 다시 숙소로 출발했다. 이미 오면서 구경은 충분히 했으니, 돌아가는 길은 최대한 멈추지말고 가기로 했다. 대략 4시간 반의 운전은 4시간 반동안 조수석에서 펼쳐지는 콘서트덕에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번 왕복 여행의 1등 공신은 와이프다. 내일도 긴 운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걱정보다 기대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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