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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바 Jan 03. 2024

문화재 훼손과 예술의 의미

늦깎이 독일 교환학생

얼마 전에 경복궁 훼손에 관해서 크게 뉴스가 된 적이 있다. 가뜩이나 잘 보존된 문화재가 많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 서울 심장부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인 경복궁을 훼손하다니… 일반적으로 건물에나 길거리에 잘 낙서를 하지 않고 깔끔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더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범인으로 잡힌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예술이라고 표현한 글에서 묘한 걱정이 들었다.


유럽에는 곳곳에 그라피티가 있다. 역사적 문화재를 많이 보존하고 있고, 오래된 건물이 훨씬 많은 유럽에서 그라피티는 사실 통일성을 해치고 지저분해 보인 적도 많았다. 중세 유럽의 고풍적인 건물에 현대의 휘황찬란한 낙서라니. 어떤 것들은 저게 불법인지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그리 건지도 모르겠는, 낙서와 같은 그림들도 많다.

뉘른베르크

심지어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독일의 밤베르크에서도 그라피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밤베르크

우리나라 KTX, 한강대교, 아파트에 그라피티가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은 비판을 했을 것 같다. 저게 무슨 예술이냐며, 미관을 해친다며, 집값을 떨어뜨린다며, 지속적인 민원에 씨름하다가 결국에는 대다수 그라피티를 지우게 되지 않을까. 독일에 거주하면서 처음에는 나도 그라피티들에 부정적이었다. 괜히 위화감을 조성하고, 지저분해 보이기만 했다. 물론 아직도 그라피티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 측면에서 그라피티의 순기능도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미리 허가받은 위치에서 자유롭게 벽화를 그린다면 다양성에 대한 존중, 개성의 표출, 예술에 대한 관심 증가, 그리고 대중 예술가의 양성과 같은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이 이뤄지는 헬스장의 벽화 낙서


사실 우리나라는 공공예술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좋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예술, 전시회가 보편화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전히 예체능은 엘리트들의 전유물이고 대중성을 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구의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어렸을 때부터 훈련한 엘리트들의 경기를 보는 것이 주이지 일반 시민들이 경기를 하는 게 주된 이미지가 아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악기나 운동을 취미로 가지려고 하는 경향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예체능에의 직접참여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적다. 대표적으로 E-스포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예체능이 엘리트들의 멋진 시연에 열광하는 것에 주된 목적성을 갖는 것 같다.  


특히 체육분야보다도 예술분야는 인지도가 낮다. 어렸을 때만 해도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이 거의 마치 하나의 정규교육 과정처럼 느껴졌었지만 성인이 돼서도 취미로 피아노를 친다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그나마 체육은 풋살,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일반인들이 어느 정도 친숙하게 참여하는 종목이 꽤 있고 관람 문화도 야구를 중심으로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예술은.. 전 세계적인 기준에서 예술이 친숙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주변에서 예술을 직접 하거나 하다 못해 관람하는 것을 지속적인 취미로 갖고 가는 사람을 많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운동과 달리 직접적으로 건강과 관련이 있지도 않고 즉각적인 호르몬 작용에서 얻는 만족감도 적을 수 있으며 어린 시절에 더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교육방식이 낮은 선호도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예술의 대중과의 괴리로 인해 예술에 대한 대중적 인식 역시 따뜻해지기 어렵다.


예술은 사실 자유와 편견에서의 탈피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모두에게 이해받으려는 행위가 아니며 정해진 방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예술을 한다는 것은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자유롭지 않은 것에는 예술에 대한 후진적 인식도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요즘 MZ세대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관, 전시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것은 그 세대가 갖는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 욕구와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드레스덴 군주의 행렬 앞에서의 행위 예술과 대학교 앞 잔디에서 기타치기


경복궁에서 벽에다 낙서를 한 사람은 크게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괜히 그 범인 중 한 명이 경복궁 훼손이라는 범죄에 예술을 들먹임으로 인해 예술이라는 것 전체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더 부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남의 시선에서 탈피해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 예술은 우리 사회에 좀 더 스며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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