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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바 May 09. 2024

로마여행과 속초여행(마무리)

한국은 왜 들어와 있기만 해도 글을 쓸 여유가 없을까

1.


교환학생에서의 스위스, 이탈리아 여행을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스위스, 이탈리아도 모두 개성이 있고 다른 나라에서와는 또 다른 생각을 했지만..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을 옮겨둘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를 놓치면,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을 놓친 것 마냥 글도 둔탁해지고 생기를 잃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넘어가는 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던거 같은데 좀 더 발버둥을 쳤어야 했나 싶다. 


여행 말미에는 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주거지가 없이 혼자서 끊임없이 다니는 여행은 잠자리나 음식에 예민한 나에게 적지 않은 피로감을 안겨주었고,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다니는 여행은 점점 여행을 일처럼 느끼게 하였다. 특히 마지막 여행지로 로마를 택한 것도 좋지 않은 선택이였다. 로마는 이미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시였고, 봐야할 유적과 문화재가 많았고 도시의 보존을 위해 과거의 형태를 보존한 곳이 많아 곳곳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아마 다시 돌아간다면 마무리로 휴향도시를 선택해 거기서 푹 쉬면서 5개월간의 여행을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장소를 고를 것 같다. 아마 프랑스 남부를 선택하지 않을까..


그나마 느꼈던 평화로운 순간들.. (마지막은 포폴로 광장 ㅎ)

애초에 로마를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내가 느꼈던 유럽 문화의 근원을 보고 싶었던 이유였다. 영국 박물관, 게르만 박물관 등을 갔을 때, 로마의 역사는 빼먹을래야 빼먹을 수가 없다. 실제로 힘은 들었지만 포로 로마노, 판테온, 아우렐리우스 황제 기념비, 콜로세움 등등 로마의 유적지 하나하나를 처음 접할때는 경외심이 들었다. 


실제로 진짜 아 이정도 문화유산과 보존상태면은 이탈리아인들이 이거로 먹고 사는 것을 뭐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런 문화 유산들이 남겨져 있고, 박물관, 미술관이 흥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과 공학의 융합이 아닐까. 이런 문화 유산을 유지 관리하면서 그 인문학적 의미를 고찰하고 공학적 지식을 사용할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쇄국정책과 유교를 바탕으로 한 상공업 천시가 맞아 떨어져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적 사건을 겪고나서,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인문학과 공학의 화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인문학에 대해 반발심이 커졌고, 어느 한 학문의 우위만을 줄 세우기 식으로 주장했지 이 둘을 융합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적성에 따라서 고등학교 1학년때 문이과를 택하면 그 이후의 평생 진로가 어느정도 결정되었다. 이전까지 진로 관련된 제대로된 교육이나 체험을 해보지도 않은 수많은 아이들에게는 거의 눈감고 고르는 식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직업에 대한 우위를 따지지 않고 과목에 대한 적성, 학업 능력과 관계없이 그래도 미래의 직업들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골랐던 것 같다. 서로 섞이진 않았지만 존중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듣기론 지금의 학생들은 문이과 통합의 교육과정을 밟고 있고, 학과 선택에서도 문이과 제한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문이과 화해의 차원에서 융합 인재 양성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입과정에서 문이과를 고르게 됨에 따라 수학을 못하면 문과, 성적이 더 낮으면 문과 이런식의 문이과 선택이 이뤄지는 것은 한편으로 아쉽기는 하다. 결국 기계적으로 섞어놓았지만 서로 존중하지 않아 억지로 밀어내는 형국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수영하고, 마라톤하고, 웨이트하고, 기타치고, 책보고, 여행가고, 미드보고, 중간중간 내가 직업을 구했고 사회에도 쓸모가 있음을 알려주는 소일거리들.. 귀국하고 나서 내일에 대한 큰 걱정 없이 몇 달을 지내왔다. 최근 앞으로 수 년간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을 만나고, 이러닝을 수강하고, 당분간 소흘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친구들을 바삐 만나고, 통장을 계설하고, 부동산을 알아보고, 미래 회사를 찾아가보니까 현실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귀국하고 나서 서울의 지하철에서 하나같이 똑같은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핸드폰을 보고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답답함과 공포감을 느꼈는데, 나도 그 중에 한명이 되는구나.. 마치 디지몬 세상에서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현재 인간들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태일이의 느낌이 이런거랑 비슷할까..?  


최근 속초를 두 번 다녀왔다. 처음 갔을때는 평일에, 두번째는 주말이였다. 두 번의 속초는 거의 다른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달랐다. 평일의 속초는 고속도로부터 도시의 느낌까지 조용했지만, 주말의 속초는 관광도시처럼, 마치 붐비는 로마를 보는 것처럼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한 도시에서 여러가지 기능이 참 보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주거공간, 업무공간이 분리되면서 '베드타운'이 많다. 어렸을때 베드타운 현상을 사회시간에 배울 때, 그냥 우리나라의 하나의 특성으로만 알았지 이게 어떤 효과를 미칠지는 잘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베드타운은 출근으로 인해 낮 시간에 구매력이 낮음을 의미하고 이는 주거지 근처에 상권 형성을 저해한다. 이는 집근처에 누릴만한 여가공간의 감소를 의미하고 도시의 활력의 감소를 가져온다. 집적 이익이라는 효율성을 중시해 회사는 회사끼리, 주거지는 주거지끼리 고밀도로 집적시켜놓은 부작용이 다수 시민들의 주거지에서의 휴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쉬는 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내 거주지를 떠나 로마로, 속초로 떠나 여가를 보내게 된다. 

 



직장의 위치 선택은 워라벨 못지않게 여러모로 중요하다. 워라벨이 좋다한들 쉬는 동안 내 라이프를 출퇴근하고, 놀러가는 도로 위에서 사용한다면 그 의미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실 세계로 돌아와 일을 해야 한다. 위치를 고려한 선택이 멀리 속초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의 주거지 근처에서 소소하게 내 행복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 삶의 현실성을 높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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