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가기전 유럽의 관점 이해하기
한국어로 번역된 세계사에 관한 책은 많지만 유럽사만을 다룬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처음에 이 책을 잡고 저자에 대한 소개를 볼 때, 저자는 불우한 성장환경에 외설작가로 낙인찍혀 상당수 소설이 발매 중지를 당하는 소설가이자문화평론가이다. 이 책의 발간년도가 최근인데 저자는 1900년대 초반에 활동한 작가이다. 교양으로서의 역사를 보여주자는 옥스퍼드 대학의 의뢰를 받아 쓰여졌지만 영국 내 외설작가라는 낙인으로 인해 오랫동안 가명으로 출간되어야했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쓴 역사서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불신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쓴 서문에서 그러한 불신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저자는 ‘종교 개혁이 교황이 면죄부를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종교 개혁은 인간의 마음속에 새로운 형태의 욕구가 일어났기 때문에 생겼는데, 그 욕구는 나중에 인간이 신과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열정으로 표현되어다. 이러한 열정이나 욕구가 왜 일어났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열정의 논리적 결과와 영향을 추적하는 데 인간의 이성이 나중에 할 수 있는 기능이란, 생명이란 그토록 신비스럽고 창조적이라는 것과 이러한 진리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뿐이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겸손한 접근이 나의 유럽사 입문서로 택한 계기가 되었다.
유럽사 이야기는 꼭 필요한 모든 사건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특히 목차를 나누는 방식이 독특했다. 큰 틀은 시대순으로 나누되 세부적으로는 중요한 주체나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한다. 예를 들어 목차로 로마-콘스탄티노플-기독교-게르만족….-프로이센-이탈리아.. 이런식의 목차를 사용한다. 갑자기 다음 장에서 이전 장의 마지막 내용보다 이전의 시대적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해당 주제에 집중하는 데에는 좋은 부분도 있었다.
굳이 내가 고등학교 시절까지 좋아하는 과목을 꼽자면 사회탐구 분야이다. 경제, 한국지리, 한국사 등 배웠었던 사회탐구에는 모두 나름의 흥미를 느꼈던거 같다. 특히 한국사는 수능 선택과목으로 봤었던 과목이고 당시 서울대 지망생과 국사 덕후(?)들만 선택했던 과목이라 굉장히 열심히 국영수 이상의 많은 시간을 투자 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유럽사를 훑어보니까 같은 역사로 묶기에는 한국사와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특히 관점 측면에서 유럽사는 훨씬 넓은 시야로 역사를 조망해야 하는 것 같다. 유럽은 애초에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제국하에서 문화적, 종교적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에서 합스부르크 가문에 이르기까지 국경선의 변동이 심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갈리아 지역 사람들의 경우 로마 제국에 속해 있을때 로마에 호의적이였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화 문명의 영향을 받았지만, 중국의 지배나 침략에는 강하게 저항했다. 국경선은 다소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한, 중, 일 모두 상대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유럽은 로마 제국이래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다 독립적인 국가단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의 봉건제와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제의 차이도 주목해야 한다. 유럽은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마다 개성이 뚜렸한 곳도 많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롬바르디아 지역의 북부, 교황령의 중부,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나뉘어져 있었고, 북부에는 베네치아와 같이 아예 하나의 국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지역이 따로 존재하였다. 독일 역시 바이에른 지역은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대게 삼국 시대 이후 중앙집권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방 호족의 힘을 약화시키는 제도를 많이 만들었고 실제로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둬 중앙집권적 체계가 구축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를 생각의 전제로 가지고 현재의 유럽, 현재의 동아시아,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을 본다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종교의 영향력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불교, 유교가 특히 영향력을 갖지만 유럽만큼 거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는 받아들인 종교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럽이 기독교의 발원지인데 반해 우리나를 불교를 받아들인 국가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해당 종교들 자체를 정확히는 알지 못하기에 말할 수는 없지만, 유럽의 역사를 다룰때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종교적 관점에서의 생각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 유럽을 봐, 유럽은 저렇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래?’ ‘유럽은 왜 저렇게 이상하게 행동하지?’ 이런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그런 생각 이전에 유럽의 역사, 문화적 차이를 좀 더 생각해 보면 그래도 조금은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