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노래
쌀쌀하긴 하지만 좋은 날씨를 그냥 놓쳐버리기 싫어서 산책을 가려고 했어.
그전에 서랍장에서 찾을 게 있어서 찾다가 내 눈에 들어온 뜯어진 사료 한 봉지.
꼬맹이 네가 잘 먹던 사료였어. 그리고 네가 떠나기 한 달 전 즈음에 주문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
사료를 주문하면 여분으로 더 주는 사료가 있어서 그것을 먼저 먹이고 다 먹으면 본품 사료를 줬었는데
넌 본품으로 온 사료 1 봉지를 다 먹기도 전에 지구를 떠났지.
남은 사료와 간식들은 주변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한테 나눠줬었는데 이게 남아있을 줄이야...
중심을 잘 잡고 있던 마음이 무너지는 건 또 한순간이더라.
지난주 일요일에 늘 즐겨보던 프로그램에서 펫 메디컬 다큐로 아픈 노령견을 떠나보내는 내용이 나왔어.
음... 작년에 널 보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보기 힘든 내용들이었지만 그저 담담히 봤지.
네가 계속 생각났지만 그런대로 견딜 수가 있었거든?
아 그런데 말이야...
오늘 이 사료 봉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툭 떨어지더라고.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덜 단단해진 마음이 남아있었나 봐.
어디에 구멍이 나서 그런 건지... 저 사료 봉지가 나를 찔러서 푹 꺼져버렸다.
결국은 산책은 나가지 못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
아직도 날 보면 너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몇 년 만에 만난 지인이 있었는데 네 소식을 물어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고 했지.
내 말을 들은 그 지인은 "오래도 살다 갔네요." 하는데 그 말이 꽤 상처가 됐어.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그 생채기가 오래갔거든.
그래서 지금도 그 사람이 솔직히 미워.
또 자주 받는 질문은 다시 반려동물을 키울 거냐는 말이야.
전에 너한테 쓴 편지글에도 있지만 난 아직도 다시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 1도 없어.
너를 잊지 못해서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내가 다시 그 과정들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야.
지구에 놀러 온 시간 동안 건강하게만 지내다 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꼬맹이 네가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 한 모습을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봤기에
다시 그런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사람이고 동물이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되면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 그대로 가면
좋겠는데 신은 그걸 허락하진 않으시겠지...
가끔 듣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 가사를 가져왔어.
김나영이라는 가수가 자신이 키웠던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너의 이름을 부르면
뒤돌아 꼭 안아주던
따뜻했던 너의 향기
어떤 봄 내음보다 여운이 길었던 너였어
아직 너를 너를 그리워해
여전히 넌 내 맘 깊은 곳에
너와 걷던 길목을 지나갈 때면
나는 고개를 떨구곤 해
비 오던 그 어느 날도
나보다 먼저 서있던
오래 기다렸다고 날 다그치지도
오히려 날 안아줬던 너
아직 너를 너를 그리워해
여전히 넌 내 맘 깊은 곳에
너와 걷던 길목을 지나갈 때면
나는 고개를 떨구곤 해
나의 모든 날에 넌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오래오래 간직할 거야
우리 함께했던 날 전부
우리 다시 다시 만나는 날
그땐 내가 먼저 달려갈게
표현하지 못했던 온 맘을 담아
너를 더 사랑할게 너를
저 사료는 당분간 버리지 못할 것 같아서 다시 서랍장에 넣어 두었어.
혹시 저 사료 먹으러 네가 올 수도 있으니까 남겨두려고.
언제 오겠다고 먼저 알려주면 네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들 다 준비해 둘 테니까 꼭 와!
쓸쓸한 가을날에 널 보고파하는 지구인이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