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에게 보내는 가을 편지
현재 한국은 가을이고 가을 날씨가 점점 더 쌀쌀해지고 있어.
이렇게 쌀쌀해지는 날씨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어 있고 단풍잎은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을 거야.
그런 풍경들을 조만간에 담아서 너에게 보여줄 건데 오늘은 지난주에 다녀온 관악산 돌산 바위 국기봉에서 찍은 사진들을 너에게 보여주려고 해.
지난주에 오랜만에 관악산에 갔었어.
연주대 정상까지는 올라가지는 못했고 가끔 갔었던 '관악산 돌산바위 국기봉'에만 다녀왔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더라고.
그래서 오늘 너에게 글을 쓸 때 사진도 보여주려고 해.
참, 요새 언니가 사진을 많이 보여주고 있지?
생각해 보니 네가 네 별로 간 뒤로 네가 살았던 한국의 가을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작년엔 너를 보낸 아픔에 빠져 헤어 나오는 시간을 혼자서 삭히고 누르느라 그런 생각을 못했어.
올해도 역시나 너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써서 달래가면서도 정작 계절의 변화를 너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이제 너에게 보낼 글을 쓸 때는 사진도 같이 담아서 보낼까 해.
하늘은 더할 나의 없이 청명하게 푸르렇고 하얀 구름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 아래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
그래서 여기를 국기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가 그리 높은 곳은 아니어도 사방이 뚫린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마음도 트이는 느낌을 받곤 해서 종종 가는 곳이야.
꼬맹이 네가 봐도 멋지지?
이렇게 멋진 광경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더라.
그래서 돌아봤더니...
어떤 남자 보호자분과 같이 올라온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오는 거야.
'우와, 여기서 이렇게 멋진 개를 보다니!!'
놀란 마음과 신기한 마음 그리고 여기까지 올라온 그 개가 너무 기특해서 이렇게 사진으로 담았지.
개는 정말 얌전했어.
그 개를 보고 있으니 꼬맹이 네가 생각나더라고.
난 널 이곳에 같이 오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거든? 설사 시도했다 하더라도 꼬맹이 네가 이곳을 올라올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내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아.
그러나 저렇게 거친 바위들을 딛고 올라온 개를 보고 있자니 한 번쯤은 그런 시도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너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아쉬움과 그리움... 딱 어떤 어휘로 꼭 짚어서 표현하기 힘들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까마귀 한 마리가 울고 있는 거야.
그렇게 너에 대한 기억 속에서 빠져나와 열심히 울고 있는 까마귀를 보고 있었지.
그런데 이 까마귀는 더 높은 곳에 날아가서 앉고 싶었나 봐.
갑자기 푸드덕~하고 날아가더니 가을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를 발아래 두고 국기대 위에 사뿐히 내려앉더라.
까마귀가 전선이나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종종 봤지만 이렇게 국기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이라 얼른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지.
아마 이 사진을 꼬맹이 너도 신기하게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정상은 아니지만 좀 높은 곳이었음에도 잠자리 여러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그중 한 마리가 저렇게 바위 위에 내려앉아서 지친 날개를 쉬고 있더라.
그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등산 가방을 메고 내려가는 길에 조용히 사진에 담았어.
관악산 계곡물에 사는 버들치.
관악산 공원 입구에서 한 20분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흐르는 계곡물 보며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관악산에 면 늘 가는 곳이야.
그 돌계단이 있는 곳에 조용히 앉아서 이렇게 물고기멍을 하곤 하지.
처음엔 저 물고기들이 송사리인 줄 알았는데 버들치라고 하더라.
버들치는 1 급수 지표종이라고 하던데 관악산 계곡물이 깨끗해서 저렇게 많이 사나 봐.
그리고 수온 상승이나 오염에도 적응해서 저수지나 도심형 하천에서도 산다고 하는데 꼬맹이 넌 살아 있었을 때도 보지 못했기에 사진으로 담아왔어.
그리고 저 근처까지 너랑 갔긴 했지만 저 계곡물을 너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생각나기도 했고 말이야.
마침 청둥오리 한 마리가 날아왔길래 그 모습도 사진에 담았지.
아직은 가을이 많이 스며들지 않았는데 이제 몇 주의 시간이 지나면 여기도 완연한 가을빛을 발할 거야.
그 시기가 되면 다시 사진으로 찍어서 너에게 보여줄게.
늘 꼬맹이 너에 대한 생각을 하지만 요즘 부쩍 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가을을 타나 싶을 정도도 네 생각이 많이 나는데 그 보고픔이 꼭 슬픈 감정과 같이 오는 것 아니라서 네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늘 복합적인데 전에는 슬픔과 고통이 나를 숨을 못 쉬게 했다면 지금은 그건 아니고 그냥 아련한 그리움 정도?
그리고 가끔 널 생각했을 때 사무칠 정도로 그리움이 날 덮쳐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이나 한 줄기 정도야.
그만큼 나도 많이 단단해져가고 있어. 물론 틈은 있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하 곳에 침투하는 슬픔까지는 어쩌지는 못해.
그래도 잘 견디고 있으니까 내 걱정은 새끼손톱 크기만큼만 해주면 돼.
너무 내 생각을 안 해주면 서운하니까...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너를 보니 보고 싶다.
몇 번을 봐도 좋은 너의 모습.
언니가 털정리를 너무 못해줘도 여전히 빛나는 너의 미모와 콧등에 하얀 무언가가 묻어 있어도 귀여운 너.
넌 너 자체로 빛난 존재였다는 걸 오늘 다시 깨닫는다.
나의 행복이었던 너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