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에 가서 만든 꼬꼬마 눈사람 그리고 낙성대 공원 길고양이들
꼬맹아, 잘 지내고 있지?
나야 뭐 늘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매일같이 하는 루틴을 지켜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자주 네 생각하고 너를 그리워하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네가 나한테 보내준 편지 잘 받았어.
그 작은 발가락으로 자판을 쳤을 너의 모습을 상상하니 얼마나 귀엽던지!!
종종 그렇게 보내주길 바라. 나도 더 자주자주 너를 향한 마음을 담아 소식을 전할게.
참, 지난주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새벽에 눈이 제법 내렸어.
마침 오전 일정이 없어서 오랜만에 관악산 공원에 갔는데 너도 갔던 곳이지만 눈 올 땐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너한테 눈 쌓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2026년에 간 관악산 공원은 온통 하얗더라.
너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언니가 하얀 눈을 예쁘게 입은 관악산 공원 주변 사진을 몇 장 찍어왔단다.
관악산 공원에 가려면 서울대 입구 정문을 지나가야 하는데 서울대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던 건 기억나니?
꼬맹이 너 엄청 잘 뛰어다녔는데...
아무튼 서울대 정문을 지나 별빛내린천을 지나가는데 관악산 계곡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꽁꽁 얼었더라.
그 꽁꽁 언 계곡물 위를 눈이 하얗게 덮었는데 사진이 좀 흐릿하게 나왔지만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멋있지?
관악산 공원에 오면 저 계단을 타고 등산을 자주 했었고 꼬맹이 너도 종종 왔던 곳이야.
날씨가 좋을 때면 세차게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데 추운 날씨 탓에 물레방아도 꽁꽁 얼었더라고.
날씨가 풀려서 계곡물도 녹아서 흐르게 되면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아가는 그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서 다음에 보여줄게.
그리고 사진 속의 작은 눈사람은 너를 향한 마음을 담아 만든 꼬꼬마 눈사람이야.
역시나 솜씨는 없지?ㅎㅎ(속으로 흉보는 거 다 들림...)
타고난 손재주가 없다 보니 저렇게밖에 못 만들었지만 그래도 너한테 보여주려고 눈 뭉쳐서 만든 거니까 귀엽게 봐주길 바라.
대신 다른 동물 친구들한테는 보여주지 말아 줘...^^;; 너무 못 만들었다고 흉볼 수 있으니까...
너한테 보여줄 꼬꼬마 눈사람을 만든 후에 관악산 호수공원으로 걸어갔는데 역시나 호수 공원의 연못도 꽁꽁 얼었더라.
그리고 그 호수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눈 위를 걸어간 발자국이 눈에 들어와서 사진을 찍었지.
아마 이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일 것 같은데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 호수 위를 쓸쓸하게 걸어갔을 길고양이의 뒷모습이 상상이 되더라고.
그리고 이렇게 혹독한 겨울 추위를 피해 어디에 몸을 숨겼을 그 길고양이의 힘겨운 삶이 연상이 됐고.
이럴 때는 눈을 좋아하는 나지만 어서 빨리 따뜻한 봄이 와서 추위에 지친 생명체들이 조금이나마 편히 생활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단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 겨울도 잘 버텨내고 참아내서 꼭 따스한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꽁꽁 언 호수 위를 걸어간 길고양이한테 건넸어.
수심이 제법 깊은 관악산 호수 공원과 정자 모습이야.
이곳엔 왜가리도 살고 오리도 살고 잉어도 사는데 나중에 언니가 말한 생명체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줄게.
또 벚꽃이 피는 봄, 단풍이 지는 가을엔 여기도 정말 절경이거든? 그러한 풍경들도 사진에 담아 보여줄 테니까 기다려 줘.
관악산 공원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이렇게 눈이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었어.
그리고 그 눈 위로 떠오른 해.
그 해로부터 오는 온기가 제법 따뜻했는데 마치 내가 널 품 안에 안고 있는 느낌과 비슷한 따뜻함이었지.
그렇게 관악산 공원에서 눈구경하고 너에게 보여줄 눈사진도 몇 장 찍고 나서 향한 곳은 낙성대 공원이었어.
길고양이들을 보러 간 것이긴 하지만 너무나 추운 날씨였기에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추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눈밭을 산책하던 노랑이를 만났지 뭐야.
노랑이를 만나서 추운데 왜 밖에 있냐고 잔소리했다가 이내 그 잔소리는 삼키고 노랑이가 좋아하는 궁둥이 팡팡을 해줬어.
자주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너무 반가운 존재인 노랑이는 나의 손길을 즐겨.
난 그런 노랑이를 쓰다듬고 궁둥이 팡팡을 하면서 동물이 주는 온기를 느끼지.
때로는 너한테서는 더 이상 느끼지 못할 그 온기를 노랑이랑 장군이랑 치즈를 통해서 느끼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너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는 건 전혀 없으니까 샘 안 내도 돼~^^
난 영원히 꼬맹이 너의 유일한 보호 자니까.
장군이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
한동안 심했던 구내염은 많이 좋아졌고 날 만나면 아는 척도 잘해준단다.
치즈도 노랑이와 제법 잘 지내고 있고 전보다는 활발하게 잘 돌아다니더라.
지난주 일요일에도 이 소중한 존재들을 보러 갔는데 멀리서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해서 나도 얼른 다가갔지.
노랑이랑 치즈의 다정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 얼른 사진에 담았어.
꼬맹이 네가 봐도 귀엽지?^^
이 길고양이들은 보호자가 있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살펴주셔서 이번 겨울도 무탈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여러 번 사진을 통해서 이 길고양이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만약 이 길고양이들이 지구에서의 소풍을 다 마치고 너처럼 무지개다리를 건너갈 때 네가 마중 나와서 아는 척을 해주며 반갑게 맞아주었으면 해.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네가 잘 보살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하니까 이 예쁜이들 얼굴과 이름 잘 기억해 줘, 알았지?^^
그리고 만약에 어떻게 자신들을 아냐고 물어오면 지구에 정 많은 지구인이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했노라고 하며 내 안부도 전해주면 좋겠어.
다음 주면 '설'이라는 대명절이 있어.
지구에서 꼬맹이 너도 수십 번을 지냈던 '설'
그날엔 꼬맹이 너도 맛있는 고기 먹고 세뱃돈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래도 나의 기억 속에, 마음속에 늘 존재하는 너니까 그 속에서 너도 즐거운 설을 즐기길 바라.
항상 보고픈 너.
오늘도 여전히 변함없이 너를 그리워하는 지구인이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