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꼬맹이)를 그리워하는 지구인에게~

by 보니또글밥상

지구에 사는 나의 전 보호자였던 지구인에게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할게.

인간의 시간과 동물인 나의 시간은 달라서 엄밀히 말하면 내가 나이가 많지만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표현하겠어.(불만 없지?^^)


우선 난 잘 지내고 있어.

이 소식부터 전해줘야 언니가 안심할 것 같아서 먼저 얘기하는 거야.

그리고 지구에서처럼 나 안 아프고 건강해.

그러니 내가 행여나 아플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곳에 와서 난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났고 늘 재밌는 시간을 보내느라 바빠.

지구에서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지.

그리고 언니가 궁금했던 내가 사는 곳의 모습인데 여기는 내가 살았던 그리고 현재 언니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과 비슷해.


시간의 개념이 있고 계절도 있고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해도 있고 달도 있고 별도 있어.

물론 바람도 있지. 하늘도 있고 구름도 있고. 바다도 있고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들판도 있고.

아무튼 지구와 비슷한 게 많아.

단지 다른 게 있다면 변화무쌍하지 않고 그냥 평온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잔잔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어떤 장면을 봤을 때 무심코 '평화롭다'라는 생각과 느낌이 떠오르는 곳이야.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내가 어떻게 이런 곳에 왔을까? 내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있나?라고 궁금했거든?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곳을 관리하는 존재가 나에게 말해줬어.

내가 지구에서 사랑을 많이 받아서 이곳에 온거래.

그 존재의 대답에 '음... 하긴 언니가 나를 많이 사랑해 주긴 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끄덕였어.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 떠올라서 그럼 보호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이곳에 오지 못하냐고 다시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래.

올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여기보다 더 좋은 곳에 간대.

지구에서 받지 못한 사랑과 애정과 관심을 받아야 해서 더 좋고 평화로운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굳이 지구에서처럼 계급으로 치면 신이 받는 대우를 받는다고 해.

그럼 내가 받는 대우는 어느 정도냐고 좀 장난 삼아 물어봤는데 왕족 정도의 대우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꼬맹이 너는 그나마 사랑 많이 받아서 이곳에 온 거니 그 보호자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하라고 했어.

그래서 그리고 마침 언니가 전에 꼭!!!!!! 답장 쓰라고 해서 이렇게 답장 쓰는 거야.

(이제 좀 마음이 풀리십니까? 지구인 양반~^^)


여기 있으니 너무 좋아.

행복하고.

우선 아프지 않아서 좋아.

내가 많이 아파서 힘들었거든.

아마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언니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가끔 나 대신 언니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어.

그리고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면서 내가 얼른 나의 별로 가야 하나 보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언니 그거 알아?

난 언니 옆에 더 오래 있고 싶었다는 거.


사실은... 언니는 입양을 보냈던 내가 파양을 당해서 그래서 얼떨결에 나를 키우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아니야.

언니하고 나하고의 연결고리는 이미 그전부터 이어져 있었어.

내가 이미 언니를 선택하고 지구에 온 거였거든.

그 이유는...

무심코 내려다본 지구에서 한 나라를 콕 찍어서 보다가 그 나라의 무수한 도시들 중에서 또 한 곳을 선택했지. 그렇게 범위를 좁혀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가듯 봤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언니가 눈에 딱 들어오는 거야.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다 지고 있는 것처럼 힘없는 표정.

우울감이 온몸을 칭칭 감고 있어서 '밝음, 긍정'이라는 기운이 들어갈 곳조차 없어 보였던 사람이 언니더라.

왜 하필 언니가 내 눈에 들어왔을까?

꽤 오래 고민을 했어. 그래서 결심했지. 언니한테 가야겠다고.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고 행복하게 해 줘야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주변 동물 친구들이 반대하는 거야.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관리하는 존재도 가지 말라고 했어.

저 사람을 뭘 믿고 가냐고. 저렇게 우울한 기운이 있는 사람한테 가면 너도 행복하지 못할 거라고.

너를 사랑으로 키워주지 못할 거라고 하면서 그렇게 지구에 가고 싶으면 다른 보호자를 추천해 준다고 했어.

하지만 난 다 거절하고 언니한테 갔어.


그래서 혹시 그 결정을 후회하냐고 물어본다면 음...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야.

언니가 나로 인해 행복해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했거든.

그것만으로 내가 지구에 간 소임은 다한 거지.

하지만 내가 옆에 있어도 가끔은 우울한 언니를 보면 내가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몰라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이제 지구에서의 시간이 다 되어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올 때 많이 아파서 언니를 너무 힘들게 해서 너무 미안했어.


실은 내가 그렇게 아픈 건 나의 계획에 없었어.

왜냐하면 내가 지구에 올 때는 지구의 시간으로 딱 13년만 있다가 내가 있는 곳으로 오려고 했거든?

그래서 나를 관리하는 존재한테 사정했지.

지구에서의 시간이 그리고 언니하고의 시간이 좋으니 좀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냐고.

그래도 되는데 대신 아파야 한대. 그래야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더 있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오는 나를 자신이 반겨줄 수 있다는 거야.


참 치사하지? 지구나 여기나 공짜는 없더라.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참 나... 나한테 치매를 안겨줬더라... 이건 정말 싫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지구에 왔을 때 보통은 사랑하는 보호자와 더 있다가 가려고 하는 동물들이 많아서 그 대가로 치매를 많이 준다고 해...)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언니와 더 있게 되어서 좋았지만 그 결정 때문에 언니가 많이 힘들어해서 정말 미안했어.


그리고 언니,

나를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려고 '안락사'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은 털어버렸으면 해.

난 언니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았고 그래서 이해했거든. 오히려 나를 그런 고통에서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 커.

내가 있는 이곳은 나처럼 '안락사'로 온 동물 친구들미 무지무지 많은데 다들 보호자의 결정을 존중해.

물론 아닌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있어.

그러니 언니를 포함한 보호자분들이 사랑했던 반려 동물을 그렇게 떠나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서 이렇게 써.


그러니 언니 더 이상 울지 마. 나 잘 있으니까.

그리고 나 언니 자주 들여다보고 있거든?

또 언니가 나한테 자주 편지 보낸다고 여기서 지내는 친구들한테 엄청 자랑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투덜 금지!


또 아직 내 순서가 안 돼서 언니한테 못 가고 있는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내 순서가 되면 바로 언니한테 갈 거니까. 알았지?

그러니 언니도 아프지 말고 매일 웃고 내가 옆에 있는 것처럼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

그래야 언니 보러 가는 게 나도 기쁠 것 같아.

내가 조그마한 발가락으로 꼬물거리며 이렇게 편지 쓴 정성을 봐서라도 오늘도 활짝 웃기.



지구에서 가장 보고픈 지구인에게 꼬맹이가 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반려견, 꼬맹이라는 존재의 무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