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날씨가 들쑥날쑥한 지구.
어제까지는 그렇게 춥더니 오늘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한결 좋았어.
이제 봄이 오나 봄!!
작년 이 즈음에 찍은 매화 사진.
올해는 언제 이렇게 매화가 피려나...
아마도 다음 주에는 필 것 같으니 언니가 올해 봄에도 핀 매화를 너에게 꼭 보여줄게.
매화를 본 날에 본 산수유.
이 산수유도 다음 주부터는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산수유가 화사하게 피면 산수유도 사진으로 찍어와서 꼬맹이 너에게 보여줄게.
작년에 본 개구리.
이 개구리를 본 날에 고고하고도 화사하게 핀 매화를 봤고,
샛노랗게 핀 산수유나무를 봤었지.
저 개구리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에 버젓이 저렇게 있길래
행여나 사람들 발에 밟힐까 봐 언니가 얼른 잡아서 근처에 있는 풀숲에 놓아주었어.
언니는 그렇게 봄날의 따스함과 봄날의 화사함과 봄날의 화려함을 한껏 누렸는데
집에 오니 넌 네 집에서 이렇게 자고 있었어.
어디 나가는 걸 꽤 귀찮아했던 너였기에 너를 데리고 나갈 때는 너와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었지.
그래도 난 너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었어.
그런데 넌 나의 그런 마음을 몰라주더라.
언니만 봄을 즐기고 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한가득인데
그걸 모르는 너는 깊은 잠에 빠져 곤히 자고 있었지.
그렇게 자는 널 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그렇게 2024년의 봄은 흘러갔지.
작년의 봄이 너하고의 마지막 봄이 될 줄이야...
이 사진은 개나리가 활짝 핀 어느 봄날에 너를 안고 찍은 사진이야.
아직도 어린 티가 남아 있는 너의 모습.
언니 얼굴 가리니까 좋지?ㅎㅎㅎ
언니 센스 있지?ㅎㅎㅎ
언니가 이렇게 얼굴을 가려줘야 꼬맹이 너의 미모(?)가 빛날 것이기에
언니가 희생하기로 했다.
이런 언니의 희생과 센스를 네 친구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지구별에 이렇게 센스 있는 여자 지구인이 너의 보호자였다고 말이야~ㅎㅎ
이제 개나리도 필 거고 진달래도 필 거고 목련도 필 거고 벚꽃도 필 거고 매화도 필 거야.
그렇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이 화려하게 주변을 장식하면 언니가 다시 소식 전해줄게.
오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를 바라며...
추신 : 꼬맹이 네 별에서는 넌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여기 지구에서는 많이 아팠으니까 부디 네 별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
센스가 우주만큼 넓고도(?) 깊은(?) 언니가 지구에서 널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