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네가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수의사로부터 보호자 동의를 요하는 사인란에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고 사인을 하던 날.
그날을 언니는 지금도 잊지 못해.
떨리는 손으로 겨우 펜을 잡아 삐뚤빼뚤하게 이름을 쓰고 옆에 사인을 하고...
그렇게 사인을 하고 너의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기를 바랐었지.
다행히도 너의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었어.
하지만 너의 시한부 시간을 수의사가 얘기해 주었어.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으라는 말과 함께 들은 너의 지구별에서의
유한 시간..
아무튼 지금은 살았으니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감당하자라는 생각으로 퇴원을 한 너를 데리고 집으로 왔지.
수술한 자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곤히 자고 있는 너를 보며 살아준 게 그렇게 고맙고 기특하더라.
너의 수술을 알렸을 때 주변서 했던 말들 중에 그런 똥개를 뭐 하러 수술을 시켰냐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왜 그리도 서운하고 야속하게 들렸는지 몰라...
그러면서 다들 너의 구체적인 수술비를 물어보더군.
꼬맹이 너에 대한 수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존 검사비를 동네병원에서 하고 큰 동물병원에서 한 유선종양 수술비까지 대략 350만 원이 들었다는 말에 사람들이 엄청 놀라더라.
무슨 개한테 그리 많은 돈을 들여서 수술을 시켰냐고 말이야.
사람처럼 의료보험 혜택이 없었던 너, 그리고 반려견에 대한 보험을 들지 않았던, 아니 못 들었던 나에게도
그 금액이 부담이 된 건 사실이었어.
하지만 너무나 아파하는 너를 보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고..
너의 그 크나큰 아픔과 고통과 고생은 무지했던 보호자인 나의 탓이었거든.
내가 진작에 널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더라면 넌 유성종양을 앓지 않았을 것이고
네 배에서 작은 혹이 있었을 때 이상을 느끼고 빨리 병원을 갔더라면 너도 그렇게 고생을 하지 않고
병원비용도 적게 나왔을 거야.
그런 나의 죄책감에 난 그냥 수술을 감행했었지.
너의 배에서 아주 작은 혹이 생겨나고 있었을 때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어.
전에 너의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면 다소 조금은 유난 떠는 보호자라는 느낌을 갖게 했었거든...
그래서 그렇게 무심했는데 그 무심함이 너를 너무 힘들게 한 거지.
그렇게 무심하게 생각했던 그 종양이 급속하게 커져서 병원에 갔을 때는 수술비용이 훨씬 높아서 놀랐었어.
그리고 꼬맹이 너의 빈혈수치가 안 좋아서 수술하기가 조금은 어렵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래서 그때는 너의 수술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지.
비용 부담도 크게 다가왔고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쉽게 수술을 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너의 고통이 심해지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을 때
수의사 선생님께서 네가 살려고 했는지 너의 빈혈수치가 예상외로 좋아졌으니 수술을 해도 되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무조건 하겠다고 꼭 하겠다고 해서 넌 수술을 받게 되었지.
수술을 받고 붕대를 감고 생활하기를 몇 주.
붕대를 풀고 수술한 곳에서 발생한 염증 때문에 꼬맹이 너는 한동안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그랬어.
멍도 오래가는 편이어서 수의사 선생님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언니는 그간 과정들을 다 사진에 담았지.
꼬맹이 네가 호전되는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거든.
노령견치고는 그래도 넌 호전됐고 많이 회복이 되었어.
한 두 달 가까이를 넥카라를 했었는데 이때는 넥카라를 풀어준 날이었고 닭고기도 열심히 많이 먹은 날이었지.
꼬맹이 네 배를 보니 제법 잘 먹은 티가 난다, 그렇지?^^
서서히 넌 잘 회복되어서 산책도 잘했고 제법 잘 뛰어다녔어.
난 수술을 잘 시켰다고 생각해.
단지 너무 늦게 시켜서 널 고생시킨 게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었지.
지금도 사람들이 나에게 말하곤 해.
개한테 무슨 돈을 그렇게 들이면서 키웠느냐고.
그리고 수술비를 그렇게냐 많이 지불했냐고...
난 너에게 돈을 많이 쓴 보호자는 아녔어.
오히려 너무 못해줬고 너무 없이 키웠지...ㅜㅜ
그간 네가 건강했기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지불했거든.
수의사 선생님도 넌 보호자로 하여금 돈을 많이 쓰게 한 개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어.
상당히 효도를 한 반려견이라고 하셨지.
나를 위로하려고 하신 말이었겠지만 난 참 자격 없는 보호 자였던 것 같아.
너는 다 잊었다고 괜찮다고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 줄 테지만
언니 마음 한편에 숨어들어 있는 죄책감은 지금도 지워지지가 않더라.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여전히 초롱초롱했던 네 눈망울이 너무 보고 싶다.
한동안 잠잠했던 너의 그리움이 봄을 타고 계속 올라오고 있어서 지난주에는 너에 대한 생각을,
그리움을 강하게 눌렀었어.
그래서 너에게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일부러 안 했던 거야.
지금은 도저히 너에 대한 그리움을 누를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넌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아직도 네 순서가 아닌 건지 넌 여전히 날 찾아오지 않더라.
나도 너한테 이렇게 징징대고 싶진 않지만...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언니 좀 빨리 찾아와 주라~~
어제도 혹시나 해서 너에게 줄 고구마를 잔뜩 삶았단말야.
그리고 너에게 줄 닭고기보다 더 좋은 소고기를 사놨단 말이야.
언니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 어서 와, 알았지?^^
아마도 내가 다 먹는다 하면 꼬맹이 너 샘나서 냉큼 올걸?ㅎㅎ
오늘도 여전히 늘 그렇게 널 그리워하는 지구여자사람이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