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이 꽤 늦었네.
며칠 동안 언니가 많이 바빴어.
일도 처리할 게 많았고 집에 일도 있었고 그래서 며칠 꼬맹이 너의 안부를 묻는 글을 쓰지 못했네..
미안...
언니가 살고 있는 지구별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완연한 봄이야.
개나리도 피려고 하고 있고 벚꽃도 피려고 하더라고.
목련도 피고 말이야.
언니가 아직 봄꽃들을 즐길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 시간 내서 너에게 보여줄 봄꽃들 사진을 찍어올게.
곤히 자고 있는 꼬맹이.
사진을 찍은 날짜를 보니 2024년 7월 10일이네.
네가 지구별을 떠나기 8일 전 모습이야.
나이가 들고 치매가 와서인지 넌 자꾸 어두운 곳을 찾아서 들어가더라.
한동안은 소파 밑에 들어가서 못 나오니까 끙끙대고...
눈에 보이지 않아서 널 찾으면 평상시에 네가 잘 가지 않는 곳에 네가 있더라고.
그래서 어지간하면 네가 있기 편하도록 집을 좀 어둡게 했었지.
생활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기에 다들 너한테 맞추며 생활을 했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가 깊어진 꼬맹이 너는 새벽 내내 잠을 자지 않고 거실을 걸어 다녔어.
꼬맹이 너는 한번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2~3시간을 앉아있지도 않고 거실만 쉼 없이 돌아다니더라.
어쩜 어떻게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밤낮이 바뀐 너의 변화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밥도 잘 먹고 배변 실수를 계속 하긴 했지만...
그래서 너무 힘들고 지치고 해서 짜증도 많이 나고 화도 많이 나곤 했지만...
그래도 언니는 네가 언니 곁에 좀 더 있어주길 바랐어.
그런 마음이 간절해서였을까...
지금도 기억나는 2024년 7월 17일 낮.
낮에 네가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언니는 낮에 잠깐 산책을 나갔었어.
그때 우연히 발견한 클로버들.
언니가 한때 네잎 클로버 찾기에 빠져있어서 정말 많이 찾었었지.
너한테 자랑도 많이 했었는데~^^
전에 제주도 여행 가서 산책하려고 간 오름길에서도 네잎 클로버를 몇 개 찾은 적도 있었는데...
저 당시에 저렇게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또 다섯잎 클로버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었어.
그걸 언니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었지.
네 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니까 나에게도 꼬맹이 너에게도 행운이 올 거라는 내심 기대감이 있었거든.
아무튼 그렇게 발견한 클로버들을 딸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발견한 클로버들이라 냉큼 따왔었어.
언니가 이렇게 클로버들을 따왔다고 꼬맹이 너한테 자랑하려고 집에 얼른 왔는데 넌 여전히 자고 있더라.
그래서 네가 깨어났을 때 언니가 이렇게 클로버들 따왔다고 자랑했었지.
너의 눈앞에서 클로버들을 들고 뭐라 뭐라고 말하고 있는 나를 보는 너의 눈은
'저게 뭔데 언니가 이 난리일까...? 먹는 것도 아닌 것 같구먼. 귀찮게시리...'
라는 눈빛으로 날 보더라.
어쨌든 난 기분이 좋은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
그 기분 좋은 것이 바로 몇 시간 뒤에는 엄청난 슬픔으로 바뀔지 전혀 모른 채 말이야.
너를 보내고 난 뒤에 저 클로버들을 보면서 생각했었어.
내가 나만 행운을 가지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신이 꼬맹이 너를 더 아프게 하셨나?
내가 아픈 너를 두고 잠시나마 너무 행복해하고 즐거웠던 시간을 가졌던 게 얄미우셨나?
그래서 소중히 여기는 존재를 나에게서 거두어가는 것으로 나에게 벌을 주시는 건가?
아무튼 그 뒤론 언니는 클로버들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고 설사 눈에 보이더라도
절대 따지 않게 되었어.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지.
오늘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는 클로버를 찍은 날짜를 보는데 네가 너의 별로 떠나기 전날이라서 그런 건지
기분이 좀 우울하다.
오늘은 언니가 우울한 얘기를 해서 미안...
다음에 안부를 전하게 되면 되도록이면 기분 좋고 즐거운 소식을 전하거나 꼬맹이 너하고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소환하도록 할게.
너의 별에서 늘 건강하고 재밌는 시간들을 보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