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아, 언니가 매주 일요일 오전만 되면 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너도 알고 있지?
언니가 가끔은 일요일 오전에 일찍 눈을 뜬 너를 안고 소파에 앉아 같이 프로그램을 본 적도 있었는데 기억해?^^
한 달 반동안 SBS동물농장에서 "똥개 보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던 똥개들을 유명 연예인 집에 임시 보호를 보내서 각자 보호하게 된 똥개를 돌보면서 그 개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다른 보호자가 알아두아야 할 내용들을 기록해서 입양을 보내는 내용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네가 너무 생각이 났어.
아마도 너와 같은 똥개.. 일명 시고르자브르종이어서 그랬나 봐
그렇다고 똥개라고 비하하거나 널 비하하는 건 아니니 오해 금지!
다들 예쁜 생명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언니가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막 울거나 눈물을 많이 흘리거나 하진 않았으니 너무 걱정 마~^^
그렇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예쁜 포장지로 포장해 두었던 너하고의 추억들을 다시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
그런데 꼬맹아, 그거 아니? 널 데리고 산책 나가면 네 꼬리가 탐스럽고 예쁘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이 사진을 찍은 때가 아마도 네가 6살 정도 되었을 때라고 기억되는데
네 꼬리 봐봐~~
진짜 예뻤지?ㅎㅎ
널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넌 위풍당당하게 걸었고,
길고 긴 털로 풍성한 네 꼬리털을 살랑살랑 흔들며 걸었어.
그렇게 걷는 너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때로는 그 예쁜 꼬리를 흔들거리며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는 것이 어색한 나로 하여금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곤 했었어.
그런 너의 모습에 사람들이
귀엽다고 많이 해줬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특히 너의 꼬리가 예쁘다는 말을 종종 해줬었지.
네가 이 지구별에 와서 사람들한테서 그나마 많이 들었던 말이
"와~강아지 꼬리털이 예쁘네요."였을 거야.
물론 네 몸집이 좀 작고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무척 귀엽게 보일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귀엽게 생겼다는 말도 종종 들곤 했었어.
그러나 네가 압도적으로 많이 들은 말은
"강아지 꼬리가 예쁘네요."였어.
가끔은 너를 예뻐했던 사람들이 네 꼬리는 어디 가도 빛나는, 명품 꼬리라는 말도 해주곤 했었어.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예쁘고 풍성하고 멋졌던 네 꼬리털은 네가 늙어감으로 인해 빛을 잃어갔고 윤기 나던 털도 푸석해지더라.
그리고 네가 치매를 앓으면서 배변실수를 많이 하다 보니 꼬리에 너의 오줌과 똥이 잔뜩 묻어 있는 날들이 많아져서 언니가 네 꼬리털을 짧게 잘랐었지.
그렇게 너의 꼬리털이 짧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를 향한 나의 슬픈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은 점점 깊어지고 길어졌어.
너의 풍성했던 꼬리털 사진을 보니 너도 너의 풍성했던 꼬리털을 기억할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넌 너의 성장기 모습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지금 언니가 살고 있는 곳에는 봄이 찾아오고 있는 중이야.
오늘도 봄이 어디만큼 왔는지 확인해 보려고 나갔는데 제법 가까이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
이제 본격적으로 봄이 오게 되면 너에게 다시 알려줄게.
꼬맹이 너하고의 봄에 관련된 추억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오늘도 너의 별 12290718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시간들 보내길 바라고
언니 생각도 많이 많이 해주길 바라~^^
시간이 흘러도 늘 변함없이 널 그리워하는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