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아,
언니가 원래는 너를 키울 생각이 없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니?
실은...
언니는 언니가 키웠던, 그리고 꼬맹이 네 엄마이기도 했던 '다복이'가 낳은 강아지들은 다 입양을 보냈었어.
다행스럽게도 네 엄마 '다복이'가 낳은 다른 강아지들은 다들 입양을 잘 갔어.
네 형제 강아지는 외국으로 이민 가는 가족들한테 분양이 되어서 같이 외국으로 갔다는 소식도 들었었지.
그런데 유독 너는 입양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너의 사진을 지인에게 보여줬었는데 그 지인분 하고 인연이 있는 분이 너를 너무 키우고 싶다고 해서 너를 그분한테 입양 보내기로 했었어.
그런데 그분이 너를 데리고 가기로 하기 며칠 전에 지인에게 연락이 왔었대.
그 당시 암투병 중이었던 그분이 다시 암이 전이가 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꼬맹이 너를 한두 달 후에나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그 정도 시간은 나도 괜찮겠다 싶어서 알겠노라고 내 의사를 전달하고 내가 너를 더 데리고 있었지.
그런데 말이야...
흠...
그분이 갑자기 암투병 중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어.
그렇게 해서 너의 첫 번째 입양이 취소가 되었지.
그리고 그 당시 언니는 학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가끔 아이들에게 너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한 아이가 너를 너무 키우고 싶다고 나한테 사정을 하더라고.
그래서 부모님 허락을 받고 오면 꼬맹이를 키우게 해 주겠다고 했지..
그렇게 말하고 그다음 날 그 아이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꼬맹이 너를 토요일에 시간을 내어서 그 아이 집까지 내가 직접 데려다줬었어.
그런데 말이야...
흠...
널 그 아이집에 데려다준 그다음 날에 그 아이한테서 전화가 왔었어.
그 아이의 부모님께서는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셨는데 같이 사시는 할머니께서 개털
날린다고 절대 집 안에서는 개를 못 키운다고 하셨다는 거야...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 다시 널 그 아이 집에서 데리고 왔었지.
입양 간 지 불과 하루 만에 파양이 되어 다시 나에게 온 꼬맹이 너는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어.
너하고의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넌 그렇게 1번의 입양 취소와 1번의 파양의 경험을 안은 채로 나와 17년을 어쩌다가 살게 된 거야~^^
어쩌다가 본의 아니게 너를 키우게 되었고
그런 네가 노령견이 되었고
노령견이 되어가면서 치매를 앓게 된 너였지만
그 시간들이 소중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아.
물론... 치매가 온 너를 돌보면서 힘든 시간들도 많았고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언니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꽤 늦은 시간이야.
그리고 추운 겨울도 이제 따뜻한 봄한테 자리를 내주려고 하는지
오늘 낮에는 기온이 제법 봄날씨처럼 높았었어.
네가 없는 첫겨울을 보내고 또 네가 없는 첫봄을 언니가 맞이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네가 있는 별에서는 넌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지구에서 살 때처럼 제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주인님, 나 어디 어디가 아파요."래...
정말 언니도 그랬거든?
동물들은 아픈 내색을 본능적으로 잘 안 한다고 하니까 더 그런 말이 듣고 싶었을 것 같아.
네가 친구들과 지내고 있는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가끔 언니 생각 좀 해주고~^^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