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마도 나에겐 다시없을 것 같은 환승 반려견...

by 보니또글밥상

너를 보내고 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물어본 게 있어.

어느 정도 슬픔이 정리되면 다시 개를 키울 거냐고 말이야.

난 그때도 말했고 지금도 말할 수 있는데 아마도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을 거라는 것.

너하고의 정 때문에 또는 의리 때문에 다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야.


언니가 개를 키워본 경험은 있었지만 너처럼 노령견은 처음이었고

너도 아마 사람한테서 키워진 것 처음이었을 거야.

너도 처음이고 나도 처음이었겠지.

그러다 보니 언니도 너를 키우면서 미숙한 게 많았고


너를 아프게 한 시간도 많았고 그만큼 나도 힘들었고...

너를 키우면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들도 많았지만

너를 보살피고 돌보는 동안 나도 많이 아파서 한동안 힘들었었기에

다시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



잠자는 꼬맹이2.jpg


너도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흔적이 네 얼굴에서 나타났었지.

온통 까맸던 주둥이 주변이 하얗게 변해가고 까맣고 길었던 콧수염도 하얗게 변해갔었지.

눈 주변의 털들도 하얗게 변해가는 걸 보면서 시간은 어느 누구도 허투루 봐주는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저렇게 잠든 너를 보며 너하고의 시간은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까...라고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

아무튼 시간은 그렇게 그렇게 계속 흘러만 갔고...

잠자는 꼬맹이.jpg

나이가 들어 노령견이 되고 치매가 오면서 넌 낮에 잠을 많이 잤었어.

그렇게 자는 너를 보니 그 사이에 주둥이는 더 하얘졌고 눈 주변도 더 하얗게 변했더라.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측은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너한테 더 잘해줘야지 했다가


네가 사고 치고 그러면 그 마음은 쏙 들어가고 네가 많이 미웠었어.

날 너무 힘들게 해서 말이야.

정말 날 힘들게 하는 널 붙잡고 운 적도 있었어.

넌 어쩌자고 나한테 와서 이렇게 아프고 고생을 하니...


혹시 네가 너의 별에서 잘못한 게 많아 벌 받는 것으로 나같이 자격 없는 보호자를 만난 건가 싶기도 했고

아니면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그 업보를 갚으라는 의미로 네가 나한테 왔나 싶기도 했었지.

그렇게 마음고생, 몸고생을 심하게 해서인지 너를 보낸 시간이 8개월 정도 흘렀지만

아직도 다른 개를 키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더라.


요새 "환승"이라는 말이 트렌드인 것 같아서 언니도 그냥 한 번 써본 말이 "환승 반려견"이야.

이러다가 어느 순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서 또 개나 고양이를 키울지도 모르지만

그런 먼 미래의 이야기일듯해.


그건 그렇고 꼬맹아.. 궁금한 게 있는데 만약에 언니가 다른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면 넌 어떨 것 같아?

샘이 날까? 아니면 언니가 잘했다고 반겨줄까??

너의 생각이 궁금하다.


오늘도 아니 늘 그립고 또 그리운 존재인 너를 생각하며...


추신 : 넌 너의 별에서 친구들은 잘 사귀고 있어? 너의 소심한 성격에 친구들이 없을까 봐 걱정이다만

그래도 친구개 한 마리 정도는 사귀었겠지? ㅎㅎ

제발 외롭지 않게 지내길 바라며~^^


keyword
이전 11화기어이 나에게도 닥친 원치 않았던 너의 미래, 치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