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네가 한 9살에서 10살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일 거야.
길을 가고 있는데 작고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개 한 마리와 그 개의 보호자인듯한 아주머님이 길에 서 있더라.
그런데 그 작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개는 하늘을 보며 울부짖고 있었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듯이 제법 큰 소리로 울고 있었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주머님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은 골 깊은 주름들이 제법 있었고
주름이 깊이 파인 얼굴에서 피로감과 이 녀석을 어찌할까...라고 읽히는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나도 개를 키우는 입장이고 너도 제법 나이가 있는 편이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여쭤봤지.
"아주머니, 혹시 개가 많이 아픈가요?"
"아.. 네... 저희 개한테 치매가 왔어요. 그런데 밤낮을 안 가리고 저렇게 울부짖고 짖어대니 너무 힘드네요..
하지만 오랜 세월 같이하고 지낸 아이이기에 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보살피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이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보니 지치네요."
처음 뵌 분이었는데 저의 한 마디에 많은 말들을 쏟아내신 그분을 보면서
어쩌면 나에게도 닥칠 너의 미래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몇 년 후에 정말 나에게도 기어이 우려했고 정말 오지 않기를 바랐던 미래가 찾아왔지.
정말 반갑지 않았던 손님. 치매...
너의 이상해진 행동을 보면서
'설마.. 아닐 거야.. 아니겠지...'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했지만
현실은 달랐어.
눈으로 보이는 게 있었으니까.
너의 이상한 행동들이 잦아졌고
나도 힘들어져 갔지.
수도 없이 배변 실수 하는 너한테 너무 지쳐서
그리고 밤낮이 바뀐 너로 인하여 깊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었던 나였기에
"꼬맹이, 너! 언니 그만 힘들게 하고 차라리 빨리 죽어.!!"
라고 큰소리를 질렀었지.
그런 나를 넌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었어.
이내 난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어머.. 내가 미쳤나 봐...ㅠㅠ
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있는 너에게 살며시 다가가 쓰다듬어 주려고 하니 네가
나의 손길을 피하더라.
치매가 온 이후로 내가 너를 쓰다듬거나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너였기에 나도 되도록 너를 귀찮게 안 하려고 했는데 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다가간 날 넌 허락하지 않았어.
네가 그 말을 알았들었을까 봐 정말 정말 미안한 마음 가득이었는데...
넌 알아들었나 봐... 좋아하던 닭고기를 줘도 잘 먹지 않더라.
지금도 너한테 했던 그 말이 생각날 때면 너무너무 미안해.
부디 그 말은 잊어주길... 기억하기 말아주길...
산책하다가 기분이 좋았던 너의 모습.
매년 동물병원에서 털미용을 했던 너였지만
수술도 하고 치매도 오고 예민해진 성격 때문에 동물병원에서는 너의 미용을 거부했었어.
수의사 선생님이 꼬맹이 네가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나보고 직접 지저분한 털들만 잘라내라고 하셔서 내가 털을 잘라줬었지.
언니 손이 정말 똥손이라.. 미안해...ㅠㅠ
저것도 간신히 너를 달래 가며 자른 거라...
발톱도 겨우 깎고...
내 손을 자꾸 물려고 해서 정말 어렵게 깎은 거야.
에휴... 자꾸 어두운 이야기만 언니가 꺼내고 있네.
다음번에는 너와 행복했던 기억들도 잘 꺼내올게.
지금 언니가 있는 지구의 대한민국은 춥다.
따뜻함을 좋아했던 너였는데 네가 있는 곳은 그런 따뜻한 날씨였으면 좋겠어.
오늘도 소환당한 꼬맹이.
화내지 말고~ㅎㅎ
언니가 그만큼 널 사랑했고 보고파서 이렇게 글을 쓰는 거니까
오늘도 잘 읽어주길 바라.
너의 별 12290718에 가보고 싶은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