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기 싫어했던 반려견 꼬맹이
요새 언니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어.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라는 드라마인데 천국에 간 부부가 서로 다른 모습
이를테면 남편은 남편은 젊었을 때의 모습으로,
아내는 죽었을 때와 똑같은 80세의 할머니의 모습으로 천국에서 만나서 재회를 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 드라마야.
어느 날 드라마를 보는데 그 드라마에서 보호자보다 먼저 죽어서 천국으로 간 반려견들이
훗난 천국에 온 보호자를 무지개다리는 건너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꼬맹이 너도 분명 천국에 가 있겠지...라고 말이야.
왜냐면 꼬맹이 너는 언니와 살아가는 동안 큰 말썽 피운 적이 없었고 많이 얌전한 반려견이었거든.
나중에 치매가 와서 언니를 힘들게 했지만 그건 너도 아팠었기에 그랬던 거니까..
꼬맹이 너한테 치매가 오면서 한동안 치매약을 먹였었어.
그리고 관절도 안 좋았기에 관절에 좋다는 약도 같이 먹였었지.
사료에 주면 잘 안 먹고 약만 쪽 빼서 남겨두거나 억지로 먹이려고 하면 뱉어버렸기에
꼬맹이 네가 좋아하던 닭고기에 섞어서 주기도 하고
삶은 고구마를 간식으로 주면서 고구마에도 작은 알약을 박아서 주니 의심하지 않고 잘 먹었어.
하지만 닭고기도 삶은 고구마도 잘 먹지 않을 때는 내가 억지로 주둥이를 잡고 약을 먹이곤 했는데
그것이 너에겐 트라우마였나 봐.
조금이라도 네 주둥이 쪽에 손이 가면 예민하게 반응을 했고 생전 물지 않던 네가 물려고 해서
언니가 엄청 조심했던 생각이 나.
수술을 하고 나서 몇 주동안 붕대를 감았던 너.
수술 부위에 염증이 심해서 항생제를 오랫동안 먹어야 했던 너에게 약을 먹이는 건 결코 쉽지 않았지.
그래서 이 때는 가루약을 닭고기나 고구마에 섞어서 줬었는데 그것마저 안 먹으면 이 때도 언니가 억지로 너의 주둥이를 잡고 얼른 약을 먹이곤 했었어.
아무튼 그런 기억들이 있어서인지 네 몸에 손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더라.
그래도 네가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약을 먹이고 귓청소도 수시로 하고 이빨도 눈치 보며 닦아주고...
두 달 넘도록 했었던 넥카라에 조금은 귀찮아하고 힘들어했지만 시간이 흐르니 익숙해진 꼬맹이..
표정은...^^;;
네가 있는 별에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드라마에서 보니까 지구에서 아팠던 동물들이나 사람들은 천국에 가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으로 나오던데 너 안 아픈 거지?
그리고 행복하게 잘 있는 거지?
지구에서 느꼈던 행복한 시간들보다 지금 지내고 있는 곳에서 훨씬 더 많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면 좋겠어.
너를 만나려면 언니도 좋은 일, 착한 일 많이 해서 천국에 가야 할 텐데...
만약에 언니가 천국에 가게 되면 언니도 예쁜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너 보러 갈 테니 꼭 마중 나와야 돼!!
친구들한테 지구에서 주인이었던 여자지구인간이 천국에 왔다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좀 하고~ㅎㅎ
비가 추적추적 내린 어느 5월의 토요일에
너를 우주만큼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