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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ul 31. 2020

글을 쓰는 이유

제 마음을 들려드릴게요

당신뿐 아니라 암환자들이 한 번씩 겪는 감정들.

다들 그럴거에요. 당신은 정상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싶었어요.




암 선고를 받고 난 후 이런저런 별의별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내 몸속에 무엇이 있는걸까. 얼마나 있는걸까. 내게 남은 생명은 얼마큼일까. 

수술은 아플까. 후유증은 없을까. 항암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내가 죽고 나면...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그리고 이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상대방은 어김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뭘 그런 생각을 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밥이나 잘 먹어. 그래야 낫지."


...

이렇듯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또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저는 제 감정에 솔직할 수 없었습니다.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난 왜 이리 부정적일까, 왜 이런 생각만 하고 있을까,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인 걸까, 내 정신력은 어쩜 이리 약한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제 마음을 꾸짖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았어요. 도망갈 구멍도 없는데 말이죠.


그렇게 감정을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못한 채 아픈 마음은 제 몸을 갉아먹었고 저는 감정의 탈출구로 인터넷을 찾았습니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다들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절대 건강한 사람들과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먼저 인터넷 암 카페에 가입을 하고 암환자의 블로그, 책 등을 찾아보며 끊임없이 읽었어요.

매일매일 카페 회원들과 이야기도 하고 암환자가 쓴 글을 보면서 저는 숨통이 조금씩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니구나'


덕분에 저는 제가 비정상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암환자들이 겪게 되는 감정의 과정일 뿐이었어요.




암환자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저는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글을 읽으며 소파에 앉아 펑펑 울 때도 있고 완치해서 건강하게 돌아다닐 거라는 상상도 했죠. 가끔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무서워 몸서리칠 때도 있었지만(이것은 분명 암에 대해 너무 많이 공부한 탓일 겁니다.) 대부분의 글은 아픈 제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았어요. 나도 그랬다고. 다들 그런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제가 암에 걸린 2018년만 해도 암밍아웃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암환자의 이야기는 많지 않았죠. 하루 종일 암환자들 글만 찾고 있는데 길게 볼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어요.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료가 종결되고 1년이 지났을 즈음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하면 내 지나온 시간을 기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 막 암환자가 된 누군가'를 내가 도울 수 있을까.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당시에 겪었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하며 저를 치유하고 누군가도 함께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물론 암환자들의 생각은 다 다릅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요. 저보다 훨씬 깊은 공포를 느끼는 분도 계시고 저와 다르게 특별한 감정의 요동 없이 지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제 글이 많은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저 누군가 한분이라도 제 글을 읽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대응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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