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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Nov 04. 2020

다음 글을 올리기 전 하고픈 말(2)

고백하자면...

오늘은, 그동안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감정에 대해 고백하려 합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것이 '1기 환자임을 알리고 시작할 것인가...'였습니다.

몇 날 며칠, 그리고 글을 올리면서도 계속 고민에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은... '알리지 않는다' 였습니다.

저는 시간의 흐름대로 글을 썼고, 그 당시에는 항암을 하게 될지 몇 기인지 몰랐기에 그 방법이 맞을 거라 생각했어요. 최대한 그때의 상황과 감정 그대로를 쓰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글을 써가면서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엔


'항암도 하지 않은 환자였어?'

'1기 암환자가 뭐라고 글을 써댔대?'

'세상 슬픈 척 다 하더니... 별것도 아녔네.'


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






암의 병기를 알지 못할 때, 저는 초기 암환자를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제발 나도 초기이기를' 매일 빌고 빌었어요...


그렇듯 누군가에게 암은 굉장히 큰 병이지만, 또 누군가에게 초기 암은 굉장히 작은 병입니다.


그래서 겁이 났어요. 저는 다른 암환자에 비해 병기가 깊지 않기에, 그분들의 고통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배신감을 느낄까 봐, 혹은 서글픔을 느끼게 될까 봐...

처음 글을 쓸 땐 몰랐는데 점점 갈수록 미안해져서... 무언가 잘못되가는 것 같아서..

마치, 바닷물에 발만 담가놓고 바다 밑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글을 써가면서 의문도 들었어요. '내 글이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일까, 아니면 그들의 감정을 후벼 파는 글일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브런치를 탈퇴해야 할지, 더 이상 글을 올리지 말아야 할지... 참 많은 생각을 머리에 담았어요.


...

그럼에도 꾸역꾸역 글을 써 내려간 이유는...

저 또한 아팠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군가는 저와 같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기 암환자도 암환자라서.. 그 과정은 무서우니까, 슬프니까, 아프니까...


몸이 1기라고 마음까지 1기는 아닌 거니까.


...

초기 암을 겪다 보니 주위에서 많이 들은 얘기가 있어요.


'항암도 안 했으면서 무슨...'

'1기면 별거 아니네. 수술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1기인데 뭐...'


...

'아니요. 아니에요. 안 그래요.. 이 세상에 별거 아닌 암은 없어요..'


이렇듯 외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알리고 싶은 감정들이 많아서.. 변명하자면 그래서... 저는 '결론을 모른 척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무거워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하루빨리 이 사실을 알리고 숨김없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결론을 내고 나니 후련합니다. 앞으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후련은 한데... 되게 고심하며 밝힌 결과의 글이 조회수가 안 올라가는... 제 글을 안 읽으시는...... 안 읽혀서... 이게 다행인 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대로 조회수가 멈췄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요. 하하)


글을 올릴 때 꽤 걱정이었습니다. 처음부터 1기 환자라고 밝힐걸, 그럼 뭔가 속이는 기분은 안 들었을 텐데 후회도 들고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따뜻한 댓글 달아주시고 축하해주셔서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초기 암환자가 있으시다면 충분히 이해해 주세요. 별것 아니라고 대충 넘기지 말아 주세요. 이 세상에 착한 암은 없답니다.


수술을 앞두거나 이제 막 암을 발견한 분들이 제 글을 읽으신다면 희망을 가져 주세요. 많은 사례를 찾고 또 찾으시겠지만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많이 아프신 분들이 계시다면.. 하루하루 아프지 않은 날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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