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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Nov 12. 2023

2달 뒤에는 이 집에서 나가야만 한다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타기

다시 집을 구하기 시작한 때는 2022 여름이었다. 언제는 안그랬냐만은 부동산 시장은 그 때도 예측불허에 리스크가 높은 때였고 금리 인상의 조짐도 보이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집에 지출되는 비용 절감을 위해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금리가 오르니 전세이자는 감당이 안되고, 세입자들이 전세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바로 캐치한 집주인들이 월세를 쭉쭉 올리는 아주 기가 막힌 때였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래 원하는 조건의 집을 구하기란 더더욱 어려워졌다.


원래는 월세 60만원이었던 매물이 월세 80만원으로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물론, 집주인도 기존 세입자도 예측할 수 없는 금리 때문에 집을 쉽게 내놓지 않아 애초에 매물 구경하기도 정말 힘들었다. 이번엔 꼭 월세를 더 절약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서 계약 만료 3달 전부터 각종 부동산 앱에서 손품을 팔았고 4개의 부동산에 문자를 돌렸지만 2주째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나의 성격, 성향상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이는 매우 소극적인 노력이었다. 주변에 나의 사정을 방방곡곡 알리고 100개의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어야 했다. 내가 그럴만한 정신이 없었다는 것은 모두 핑계다.


이쯤되니 점점 마음이 초초해지면서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심지어 꿈에서까지 집과 이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나는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매물 현황과 시장 상황에 무거운 무력감을 느끼면서 내 앞날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 지 엄두가 나질 않아서 누군가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부모님과 가족. 그러나 다 커서 짐이 되기도 싫고, 부모님이 혹시나 '거봐 내가 뭐랬어!'라고 할까봐 오히려 알아서 잘 해결해나가고 있는 척 이 문제를 꼭꼭 숨겨뒀다. 안그래도 부모님의 만류를 무릎쓰고 진행한 독립이라 더 잘 사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다음은 친구들. 그러나 당연스럽게도, 나의 고민을 그들에게 토로할 수는 있었으나 그들은 결국 내 선택을 결정해주거나 책임져주지는 못한다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도, 해결하지 못하면 피해를 입는 사람도 오로지 나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부쩍 외로워졌다. 게다가 한참 발품을 발아볼까 싶었을 땐 연중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한여름이었는데다가 2년 반 동안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 걸리게 됐다. 몸도 정신도 축 쳐지면서 마침 시간도 많으니 인생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들까지 모락모락 피어나기 딱 좋은 때였다.


친구들보다 좀 더 밀접한 사이인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그 당시 만나는 사람이 없었지만 설령 있었다고 해도 누군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쉽게 낼 수 있었을까 싶었다. 오히려 내가 그에게 더 의존해서 사이를 망쳐버리거나, 그 사람의 선택대로 일을 진행해서 원망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계약 만료 1달 반 전 자동 공지로 온 문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하루하루가 슬슬 지나갔다. 고민이 괴로워서 그냥 이 집을 다시 한 번 연장할까 싶었는데 집주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작년에는 동일 조건으로 재계약했어서 혹시나 싶어 계약 조건을 물어봤는데 월세 65만원을 68만원으로, 관리비 7만원을 1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원래도 부담스럽던 월 지출이었는데 6만원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6만원 별거 아니라고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월 지출의 10% 상승이고 물도 안먹고 숨만 쉬어도 80만원은 나간다는 얘기였다. 이전 월세도 부담스러웠기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게다가 작년도 미뤄뒀기에 올해는 꼭 월세를 아낄 수 있도록 실행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는가! 여러 사정으로 1년이나 미뤄뒀는데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었다.


현실적인 일정을 고려해보고 우선 퇴거 기한을 1달 미뤄뒀다. 대출없는 월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집주인측도 세입자를 구해야 하기에 여유있는 건 피차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집주인도 1달의 여유기간을 받아들였고 이제 나는 2달 만에 다음 집을 '꼭' 구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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